고양이는 있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있다. 새끼 들고양이가 어미에서 떨어져 집고양이가 되고 있다.
최근 KBS 저녁 인기드라마 제목이 '고양이는 있다'이다. 드라마는 부녀간의 갈등과 사랑으로 전개되다 해피앤딩으로 끝날 것 같다.그 고양이는 아니다.
이제 생후 서넉달 된 고양이는 생각치 못하게 우리집 고양이가 돼 무럭무럭 자란다. 생각치 못했던 것은 새끼 고양이의 어미가 들고양이기 때문이다. 어미와 함께 사료 먹이 그릇에 나타났을 때 그 새끼는 사람만 보이면 달아나기가 바빴다. 너무도 날쌨고 사람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그런데 어미가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 것을 계속하자 그 새끼도 차츰 어미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어미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어미와의 인연은 3년여가 지났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고난 뒤 남긴 사료를 들고양이에게 주면서 시작됐다. 수 마리의 들고양이가 번갈아 사료를 먹고갔다. 그 중에 어미 고양이가 집 주변에 터를 잡아 새끼를 낳곤 했다. 그동안 3~4회나 새끼를 낳았고 새끼를 데리고 와 사료를 먹곤 했다. 어미는 내가 스텐 먹이 그릇을 두들겨 사료를 놓고 간다는 싸인을 보내면 수분 안에 나타나 먹이를 먹는다. 그런 사이 어미는 나와 아내를 무서워 하지 않았다. 처음엔 5m, 다음엔 3m, 1m 이내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을 허용치는 않았다. 손길이 닳을 거리지만 손길만은 피했다.
어느날 새끼 고양이도 우리를 경계하지 않기 시작했다. 큰딸과 손주,막내 딸이 여름철에 내려왔다.
동물을 유난히 사랑하는 막내딸이 비닐끈을 막대에 매고 새끼 고양이에게 장난을 걸었다. 관심을 보였으나 적극성은 없었다. 이튿날은 풀잎과 가지로 장난을 걸었다. 사뭇 가까워진 듯 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나는 막내딸과 손주의 장난을 지켜보기만 했고 딸과 손주는 1주일여 있다 서울로 돌아갔다.
사료를 주고 난 뒤 어느날 새끼 고양이는 내 주위를 맴돌았다. 한 순간에 나의 손길을 허용했다. 기쁜 소식을 막내딸에게 바로 전했다. 얼마없어 나의 모친이 102세를 일기를 세상을 뜨면서 애들이 내려왔다. 내 이야기를 확인할 겸 막내는 새끼 고양이에게 장난을 걸었고 손길을 주자 역시 받아들였다. 보름여만에 추석연휴로 애들이 왔다.
딸과 손주는 아침인사를 새끼 고양이와 나누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손주가 고양이에게 이름도 지었다. '또또'이다.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고양이가 달려왔다. 너무 감기는 바람에 아내와 딸은 고양이를 발로 밟아 한때 서먹하기도 했다. 연휴 중 나는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양이와 놀이를 해야만 했다. 쓰다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야옹 야옹' 울음으로 엉겼다. 연휴가 끝나 애들은 돌아갔다.
부부만 남은 집에 고양이는 강아지 같다.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고양이가 달려든다. 한참 쓰다듬어야 현관을 들어설 수 있다. 새벽 신문을 갖고 오려면 마중 나와 사료를 주고 와야 하고 아내는 아침녁에 또 간식을 주곤한다. 마당을 나서면 발을 때기 힘들다. 발주위를 맴돌아 자칫 잘못하면 다칠까 염려된다. 새식구가 되버리고 말았다. 암놈이어서 그 쌔끼는 완전히 집고양이가 될 듯 싶다.
막내딸은 내 스마트폰에 자신의 얼굴 대신 노란 줄무늬의 그 고양이로 대신했다. 결국 딸이 되고만 셈인가.
첫댓글 모친이 돌아 가셨구나. 모르고 조의도 전하지 못한 것 같은데...
감동을 주네그려 .사랑이였다고 말해보지만 그건 꿈같은 애기.부질없는 것도 맞고.. 건강하시게
장기자 고양이와의 일상사 조그조근 잘 보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
후속 '네 사랑고양이' 기다린다
고양이와의 새로운 교류 축하합니다. 완전히 새식구가 되버렸네요....
들(길)고양이를 친구로 만들었다는 것은 부처님이 다 되었다는 뜻이지요. 자연을 사랑하고 더불어고는 사람은 행복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