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스뮤어·조지아 고가도로 철거 비용 5배 급증
노스쇼어 하수처리장 37억 달러 적자 가구당 분담금
주택개발 인허가 지연되며 공급 부족 악화일로
BC주와 밴쿠버시가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주택 개발사에 전가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적절한 예산 확보는 외면한 채, 개발 허가 과정에서 각종 공공시설 비용을 민간 개발사에 떠넘기고 있다. 이 비용은 결국 새 집을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노스이스트 폴스크릭의 던스뮤어·조지아 고가도로 철거 사업이다. 지진에 취약해 철거가 필요한 이 고가도로의 철거 비용은 2011년 9천만 달러로 추산됐으나 2018년 4억5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 지역에 계획된 5천 가구의 신규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9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구의 노스쇼어 하수처리장 프로젝트도 심각한 비용 초과를 겪고 있다. 당초 7억 달러로 예상됐던 공사비는 38억6천만 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비용은 메트로 밴쿠버 전역 가구의 하수도 요금 인상으로 충당되고 있다.
BC주정부가 추진하는 사이트C 수력발전 댐 공사 역시 당초 88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이러한 공공 프로젝트의 비용 초과분을 새로운 주택 개발에 전가하고 있다.
노스이스트 폴스크릭 개발은 15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이 부지는 2010년 동계올림픽 때 BC플레이스 스타디움과 로저스 아레나의 물류·보안 시설로 사용됐으며, 2026년 FIFA 월드컵을 위해 다시 같은 용도로 지정될 예정이다.
현재 개발업자들은 공공 인프라 비용까지 부담하며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중교통, 도로, 사회 주택, 공공 편의시설 등 정부가 세금으로 제공해야 할 기본 서비스와 인프라 비용이 모두 개발 비용에 포함되고 있다.
라비 칼론 BC주 주택·지방자치부 장관은 최근 오크베이와 웨스트 밴쿠버를 주택 공급 목표 미달성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은 이미 주정부 정책을 충족했으며, 금리와 건설비용 같은 시장 조건이 실제 걸림돌이라고 반박했다.
콩코드 퍼시픽은 노스이스트 폴스크릭의 새로운 개발 계획을 제안하며, 엑스포 부지 204에이커 중 마지막 16에이커 개발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비용 전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 주택 자문관을 지자체에 파견하는 등 새로운 관료 조직을 만들고 있지만, 이는 주택 가격 안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이미 주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도시들이 부당한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을 예산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공 인프라는 정부의 일반 세입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 비용을 개발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규 건설을 지연시키고, 주택 가격을 올리며, 필요한 주택과 임대 주택의 공급을 늦추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왜 이런 부담이 민간 부문으로 이전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택은 수입원이 아닌 필수재이며, 잘못 관리된 공공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BC주의 주택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민간에 전가하는 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공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택은 투자 상품이나 정부 수입원이 아닌 필수재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