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 때로는 마음도 해장시켜준다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 눈에는 어리기만 한‘애’로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지요. 작고 여리게만 보이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장과 거리가 먼 까닭에 아이는 부모의 품을 떠나 혼자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로 보이고 늘 노심초사 걱정이 앞섭니다.
어느 일요일, 아이를 보러 새벽에 길을 나섭니다.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걸까요? 도착하니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휴일 이 시간이면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입니다. 주위를 몇 바퀴 돌고, 근처를 어슬렁 거려 봅니다. 깨워볼까 하는 생각에 벨을 누르려다 이내 멈추고 맙니다. 아이가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해장국집을 찾습니다. ‘중앙 해장’이라는 해장국집입니다. 오래된 노포 식당이 아닌데도 이미 강남에서는 해장국 잘 끓이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앙 해장은 80년대부터 전국의 유명 해장국집에 고기를 납품하던 중앙 축산이 삼여 년 전 강남에 야심 차게 개업한 해장국집입니다.
신장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식당이지만 마치 오래된 노포 식당처럼 육수도 겉돌지 않고 기본 플레이팅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가게는 휴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좋은 재료만 엄선하여 쓰고 조리 역시 흐트러지지 않고 탄탄하니 주 메뉴인 해장국뿐만 아니라 곱창전골, 내장탕 등 내놓는 메뉴가 고루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개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해장국집로 자리매김하게 된 비결입니다.
빈자리를 찾아 이 집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해장국 한 그릇을 주문합니다. 테이블 위에는 기호에 따라 곁들여 먹을 수 있게 절임고추와 고추기름 그리고 덜어먹을 수 있게 김치가 놓여 있습니다.
뚝배기에 수북이 담겨 나온 해장국은 얼핏 양평해장국과 비슷합니다. 절임고추와 고추기름을 적당히 넣어먹는 것도 비슷합니다. 굳이 다름을 찾자면 양평해장국보다 국물이 개운하고 칼칼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선지 역시 신선합니다. 그러니 해장국은 맛을 보장합니다.
최대한 느릿하게 뚝배기 한 그릇을 비워냅니다. 그리고 돌아서 나오는 길, 해장국이 숙취 해소하는 해장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해장국 한 그릇이 쓰린 속도 풀어주지만 어느 땐 사람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장해 준다는 사실, 나만 느낀 걸까요?
다음엔 딸아이와 함께 들러야겠습니다. 물론 아이가 어른 입맛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입맛이 유전되었다면 아이도 분명 좋아할 겁니다.
중앙 해장(02.558.7905)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대치동에 있다. 축산물 가공 납품을 하던 중앙 축산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품질 좋은 재료만 엄선하여 내 놓는 곳으로 짧은 시간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