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셨을까? 1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니, 아무런 장애물 만나는 일 없이 일생을 탄탄대로坦坦大路로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혹 그런 이가 있다면 그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손을 들겠습니다.
우리의 스승 부처님도 이 사바세계에서 머무는 80년 동안 숱한 어려움과 장애를 만났습니다. 태어난 뒤 바로 어머님을 여읜 일은 물론이고,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힘들게 지탱하고 있는 카필라 왕국의 왕자로 태어난 것도 아주 큰 어려움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가끔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할 적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마주쳤던 난관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아예 어려움이라고 할 수도 없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평상심을 회복하곤 합니다.
제가 얼마 전 ‘부처님 생애’를 두 차례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출판된 ‘부처님 생애’ 관련 서적을 열(10) 권 넘게 읽었던 것을 믿고 강의를 선뜻 맡겠다고 용기를 냈습니다만, 두 차례 합쳐서 세(3) 시간 수업에 수강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신화적으로 윤색된 이야기는 가능한 피하고,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전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어 수강자들이 머리와 가슴으로 부처님의 진면목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을 정하니 강의 준비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진 자료를 활용해 부처님의 80년 일생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부처님 교단 내부에서 또 바깥세상과 만나면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셨는지 경전과 율장 기록을 인용하였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이 귀를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저도 좋은 기분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사람에게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때로는 길을 가다가, 심지어 절에까지 찾아와 ‘불신지옥’을 외치는 어느 종교의 광신도들 때문에 곤욕을 겪은 이 많으시죠? 저는 예전에 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야단을 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하면 그들은 오히려 더 신이 나서 제가 마치 ‘불쌍하다’는 듯이 더 열성적으로 저를 개종시키려고 들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그들과 맞상대하며 제 에너지를 헛되게 쓰지 않습니다. 모른 척하고 지나치거나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기만 합니다. 실은 부처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주신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죠.
부처님께서 라자가하[王舍城] 죽림정사에 계실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바라드와자라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거칠고 상스러운 말투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가 퍼붓는 욕설을 다 듣고 난 부처님은 바라드와자를 차근차근 설득하여 설복시키고 마침내 출가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라드와자여, 친구 ․ 동료나 친척 · 손님들이 그대를 찾아옵니까?” “예, 가끔 찾아옵니다.”
“그러면 그대가 그들에게 다과나 음식을 대접합니까?” “그럴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대가 대접한 것을 그들이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 것입니까?” “그렇게 되면 그 음식은 내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그와 마찬가지로 그대가 나를 욕하고 악담을 하였소. 나는 이것들을 받지 않겠소. 그러니 그것은 모두 그대의 것이오.” (《쌍윳따니까야》)
두 번째 이야기: 아들을 잃고 미쳐가던 끼사 고따미,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만나 깨달음을 이루다.
부처님 당시 사위성에 끼사 고따미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부자집 아들과 결혼해 구박을 받다가 대를 이어줄 아들을 낳은 뒤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사랑스럽기 그지없던 아들이 갑자기 병이 들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축 늘어진 아들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실성한 듯 사위성 곳곳을 헤매고 다니며 “혹시 우리 아기의 병을 낫게 할 약을 아시나요? 제발 우리 아기를 살려 주세요”라고 울부짖으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아드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모르지만, 아마 부처님이라면 약을 알고 계실 겁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곧바로 부처님께서 계신 제따 숲으로 달려갔다.
“부처님, 우리 아기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알고 계실 거라 들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가슴에 죽은 아이를 부둥켜안은 채 실성한 듯 절규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구제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신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을에 가서 한 명도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 부모 ‧ 형제 ‧ 자식, 그 누구도 죽은 적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 온다면 그대에게 그 약을 알려주겠소.” 끼사 고따미는 아기를 끌어안고 다시 마을로 달려가, 사람이 한 번도 죽어 나간 적이 없는 집을 찾아 미친 듯 돌아다녔지만 그런 집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주위는 캄캄해질 때까지 망연자실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던 그녀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 자식만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미 죽었구나.’ 그 순간, 그녀는 아들의 육신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그녀의 마음은 평상심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끼사 고따미는 소중하게 부둥켜안고 있던 아들의 시신을 묘지로 데려가 내려놓은 후, 부처님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겨자씨는 얻어 왔소?” “얻지 못했습니다. 사위성 안의 모든 집들을 다 돌아다녔지만,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죽은 자가 살아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그렇소, 끼사 고따미여. 그대는 오직 그대 아들만 죽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죽음이란 살아있는 모든 것이 피해갈 수 없는 길이오.” “부처님, 부디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터득한 그녀는 출가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출가 후 항상 초라한 복장을 하고 있어서 ‘조의제일粗衣第一’이라 불릴 정도로 열심히 수행하여, 마침내 지혜를 완성했습니다.
‘겨자씨의 비유’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 봉은사 불자님들 중 이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혹 저나 우리 봉은 불자님들이 끼사 고따미처럼 어려운 상황에 마주쳐 어쩔 줄 모르고 실성하기 직전에 이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끼사 고따미와 겨자씨 비유’로 알려진 이 이야기에는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학문의 구분법을 따르면, 상담counselling과 정신과 치료의 기술까지 환하게 보여줍니다. 부처님께서 알려 주신 대로 하면, 우리도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 이야기: 최하층 신분의 니디, 출가하여 훌륭한 수행자가 되다
부처님 당시 사위성에 변소를 치우며 생계를 유지하던 니디(Nidhi, 尼提)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600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인도에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말을 나누거나 할 수 없으니 그 시절에는 오죽했겠습니까.
어느 날 인분이 가득 찬 통을 지고 가던 니디가 부처님 일행을 피하려다 발을 헛디뎌 통 안에 있던 것들이 모두 쏟아지고 부처님과 시자 아난의 가사에도 오물이 묻었습니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용서를 비는 니디를 위로하여 일으켜 세운 부처님은 직접 ‘몸을 씻겨주겠다’며 그를 강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부처님처럼 거룩하신 분이 저처럼 천한 놈의 더럽고 냄새나는 몸을 만지게 할 수 없다”며 이를 피하는 니디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천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소. 그대의 옷은 더러워졌지만 그대의 마음은 더할 바 없이 착하고, 그런 그대의 몸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오. 니디여, 그대는 스스로를 천하게 여겨서는 안 되오.” 이렇게 해서 니디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주신 뒤 부처님께서 그에게 출가하여 사문이 되라고 권유하자, 니디는 ‘미천한 신분이라 감히 그럴 수 없다’며 머뭇거렸습니다.
“염려 마시오. 넓은 바다가 온갖 강물을 다 받아들이고도 늘 맑고 깨끗한 것처럼, 나의 법은 모두를 받아들여 더러움에서 벗어나게 하지요. 가난한 사람과 부자,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 남자와 여자, 피부색의 차이도 없으며 오직 진리를 구하고 진리를 실천하고 진리를 증득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오.” 니디를 출가시키며 부처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사회 최하층 신분인 니디의 몸에 묻은 오물을 직접 씻겨 주시며 ‘스스로 거룩한 존재’임을 깨닫게 이끌어주시는 모습, 부처님 일생에 우리를 감동시키는 숱한 일화들 중에서도 더욱 빛나고 가슴에 남는 장면입니다.
똥통을 지고 다니던 니디를 출가시킨 데 대해,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부처님 제자들 사이에서도 쑥덕거리며 비판과 비난이 나왔음은 물론이고 니디에게 직접 욕을 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부처님께서 당부하셨습니다. “누린내 나는 아주까리를 마찰시켜 불을 피우듯, 더러운 진흙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종족·신분과 직업이 아니라 오직 지혜와 덕행으로 출가수행자의 값어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신분이 낮고 천한 직업을 가졌더라도 행위가 훌륭하다면, 그 사람을 공경하십시오.”
이처럼 부처님은 잘못된 세상의 잣대와 편견으로 무시당하고 소외받던 사람들을 더욱 세심하게 배려하셨지, 종족·신분·재산과 지식의 많고 적음 등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런 따뜻한 마음을 쓰신 덕분으로 니디뿐 아니라 이발사 출신의 우팔리와 우둔하기로 유명했던 출라빤타까 등 ‘진흙 속에 감춰져 있던 숱한 보석’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셨던 것이다.
어떻습니까? 부처님은 멀고 먼 곳에 계시지 않고 바로 우리 곁에 계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그리고 ‘나도 부처님처럼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분명히 생기지 않으시나요? 앞으로도 이 공간을 통해 인간적인 부처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부처님의 문제 해결 방법을 여러분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