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이 언론자유 침해”… 대통령실, 한상혁 면직 검토
“점수조작, 공무원법 중대한 위반”
7월까지 대행체제 운영 검토
與 “전현희 등 文정부 인사 사퇴를”
대통령실이 2020년 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한 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만료되는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주도한 건 ‘언론 목줄 죄기’나 다름없다. 방통위원장이 언론의 자유 침해를 방조한 것이고 국가공무원법상 중대한 위반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직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가 법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에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한 위원장의 해임이 어렵다고 본 대통령실은 당초 면직 카드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법원의 1심 판결 전 면직할 경우 한 위원장이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방통위 설치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면직이 가능하다.
한 위원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한 위원장의 기소로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대통령실의 기류도 달라졌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수사로 방통위 업무가 마비됐다”는 판단에 따라 면직안을 재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감사만으로 면직되는 공직자들이 무수히 많고, 기소 중에 면직된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3년 임기를 시작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날 한 위원장의 면직 가능성에 대해 “검찰 수사로 이어진 기소 등 사법 리스크, 또 그에 대한 인사 문제까지도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한 위원장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출신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위원장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정조준해 “반(反)정부 노릇을 하면서 정부에 몸담는 것은 공직자 본분에 반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성토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2021년 5월 임명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자진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전주영 기자, 정성택 기자,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