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자 신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 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송 원장이 박 대통령 앞에 서서 교사의 꾸지람을 듣는 아이처럼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송 원장에게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감염과 관련된 내용들이 아주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환자, 방문객 명단과 동선 등을 신고받아 확실히 진단하는 등 철저히 방역이 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 송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보건연구원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 일부러 송 원장을 호출했다고 한다.
송 원장은 민간 병원 원장이긴 하지만 청와대 호출을 받고 서울 강남에서 충북 오솔까지 달려 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을 질책하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낸 국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의 과오가 너무 컸던 탓이다.
삼성사장단도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질책하는 모습에 대해 다른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첫 번째 환자의 전염성을 과소 평가해 다른 병실의 환자들을 격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방역 당국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이 14번환자를 허술하게 다루다 2차 대감염을 일으킨 과실보다 치명적인 잘못이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장에게 "환자.방문객 동선을 확실히 진단해 철저히 방역하라'고 다그치듯 주문했다.
방역 당국이 초기에 병원 명단 등 정보를 제때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메르스 확산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정부가 정보 공개를 미적거렸던 데 대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삼성서울병원을 향해
"감염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국민이나 다른 병원들은 얼마든지 삼성서울병원을 원망하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무슨 명분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이토록 힐난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떨치던 지난 14일에도 '(박 대통령이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하자) 시민들이
"진짜 박근혜 대통령 맞아? 대작!!"을 외치며 몰려들었고, 대통령을 따라 다니며 응원해줬고,
(대통령) 사진 촬영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뻐했고, 상인들은 '대통령 최고!!'라고 외쳤다는
내용이 낯 뜨거운 홍보 자료로 배포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아직 환자와 격리자 숫자가 늘어 공포증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잇달아 말했다.
매번 이란 식이다 보니 청와대가 과연 국민 생각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50619일자 사설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