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7일 토요일. 1박2일 코스로 사찰문화체험(Templestay)에 참가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용주사에서다.
아들이 다니는 회사 사찰문화체험 이벤트에 우리 가족이 선정된 것이다.
회사 사보에 올릴 기획물로 카메라 기사와 작가도 동행했다.
용주사는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만든 사찰로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특히 부모은중경을 돌에 새겨 탑신으로 만든 아름다운 탑이 있다.
불자이지만 사찰문화체험은 처음이다. 우리 가족사진이 회사 사보에 실린다는 설렘을 안고 아들 내외와 우리 부부는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용주사에 도착했다. 오후 1시 40분쯤이었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입구에 동서남북 4방위에서 악귀를 쫓는 사천왕상이 무서운 형상으로 서 있었다.
1박 2일 동안 스님과 똑같은 일정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먼저 절에서 제공하는 황토색 개량한복으로 갈아입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경내에서의 바른 몸가짐, 예절, 절하기 등 간단한 설명을 듣고 용주사 경내를 포교사의 해설을 들으며 구경했다.
저녁공양은 스님과 똑같이 발우 공양을 했다. 네 개의 크기가 다른 그릇(발우)에 밥, 국, 물, 반찬을 받아 공양하고는 단무지 한쪽과 숭늉으로 그릇을 깨끗이 씻어 그 숭늉을 마셨다. 충격적이었다. 이런 엄격한 규율 아래서 먹는 밥이 제대로 소화가 될까 싶었다.
108배를 한 후 스님의 강좌를 듣고 그동안에 있었던 잘못에 대해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을 다 끄고 희미한 촛불 아래서 참회의 글도 썼다. 그리고 스님을 선두로 한 줄로 서서 부모은중경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 참회문을 태우는 의식인 소전을 행했다. 이렇게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9시에 취침했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우리 가족은 사보 사진 촬영으로 바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었던 것이다.
새벽 3시 목탁소리에 잠이 깼다. 오늘 하루 일과의 시작이 새벽 3시 30분부터다.
세수하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는 범종 타종식 체험을 했다. 스님과 마주 서서 순서대로 한 명씩 줄을 잡고 타종하는데, 캄캄한 밤하늘로 멀리멀리 퍼져 나가는 종소리의 울림은 장엄하고도 오묘했다.
대웅보전에서 스님들과 함께 아침 예불을 드렸다.
다음은 참선 시간이다. 남전스님의 지도 아래 반가부좌로 앉아서 25분 참선하고 5분 쉬고 다시 25분 참선을 했다. 남전스님은 사찰문화체험 전문 스님으로 재미있고 유창한 강의로 체험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으셨다. 처음 하는 사람은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쩔쩔매었다. 스님께서 죽비로 한 대 치셨다. 소리만 컸지 아프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침 공양 후에는 각자 그릇을 깨끗이 씻어 놓았다.
공양 후는 울력(노동) 시간이다, 빗자루로 도량을 쓸고 있는 아들과 새 아가는 결혼 2개월째 신혼이다. 새벽 날씨가 쌀쌀해 황토색 개량한복 위에 자주색 커플티를 입고 있다.
한 시간가량 용주사 뒷산을 한 바퀴 돌았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산책코스로 적당했다. 우거진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공기는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차를 마시며 스님과 담소하는 시간이 있었다. 폭넓은 대화의 시간으로 스님은 불교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다 받겠다고 하셨다. 사찰문화체험을 자청한 사람들이라 불교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많은 듯했다. 한 사람씩 하는 질문에 일일이 정성껏 예를 들어가며 답을 해주셨다. 중간중간 유머로 포인트를 줘 딱딱한 내용에도 졸음이나 잡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스님이 집필하신 책도 일일이 서명해 한 권씩 나눠 주셨다.
박물관에서 반야심경과 부모은중경을 탁본하는 실습을 끝으로 이틀간의 사찰문화체험은 끝났다.
불교와 스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새 아가와 한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느낀 것이 더 소중한 체험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참여할 것이다.
탁본은 새 아가가 우리 가족 대표로 반야심경과 부모은중경 두 장을 떴다.
"어머니 두 장중 어느 것 하실래요?"
"아무거나 괜찮은데....... 네가 갖고 싶은 것 한 장하고 남은 것으로 할게"
"어머니께서 반야심경 가지시고 저희가 부모은중경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짧은 이 세 마디의 대화로 이 번 체험은 성공이다
2008.5.18
첫댓글 여름 휴가 때 해인사 템풀 스테이를 신청하여 한번 갈려고 동생하고 벼루는데 아우의 체험담을 들으니

힘이듣다 
좋은 체험을 가족들과 너무 잘했다.
스님들 사찰생할이 읽으면서도
정말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공기 맑고 조용한 산사에서 좋은 말씀 들으며 하루를 보낸 보람이 아주 컸습니다.
동생분과 함께 하면 더 좋으실 겁니다.
우리 불자들은 철야 용맹정진.삼천배 도 하고 새벽예불 도 참여한담니다.지금은 나이들어 모든것을 중단 했지만ᆢ그래도 열심히 기도 할 수 있었을때가 그리워요.
언니는 가장 모범적이고 독실한 불자시죠.
그동안 용맹정진한 공덕이 탄탄이 쌓여있을 것입니다.
여러모로 본받고 싶은 언니입니다.
막연하게 탬플스테이 한 번 해 봤으면 했는데 각오가 대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 드네요.
무엇보다 아들내외하고 같이 했다는데 의미를 크게 두고 싶긴 하지만 불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건 조금 생각해 봐야겠네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기서 기획한대로만 움직이면 되니까요.
경험하고나면 마음 속이 정화되는 느낌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