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나요?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만큼 황홀한 축복이 있을까. 아이를 낳아 키워 본 여자들이라면 백배 공감할 말. 하지만 출산은 철저한 계획과 책임 의식이 동반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벽해진다. 피임이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를 가질 만한 환경적 요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피임이라는 장치는 필수 불가결. 그러나 최근 올바른 피임 정보를 제공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모임인 피임연구회(회장 이임순)가 전국 주요 도시 19~34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여성의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직 우리나라 여자들의 피임 상식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액을 먹으면 임신할 수 있다(70.1%), 정관 수술은 남성의 성적 능력을 떨어뜨린다(50.3%), 성관계 후 질 세정은 피임에 도움이 된다(38.7%), 질외 사정은 임신 가능성을 매우 낮출 수 있다(28.5), 생리 중 성관계를 하면 100% 피임이 된다(26.8%), 피임약을 먹는 여성은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22.2%)라고 대답한 것. 위에 언급된 문항의 모든 정답은 X다.
신혼, 첫 출산 후, 수유 중, 단산 등 상황에 따른 피임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임은 인류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우리 옛 어머니들은 피임 수단으로 간장을 달여 먹었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악어 똥과 벌꿀을 섞어 질 안에 넣으면 정자가 죽는다고 믿었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피임 방법은 진화를 거듭했다. 생리 주기를 이용한 자연 피임법이나 질외 사정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는 점에서 선호할 만하지만 실패율이 높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 첫 출산을 미루고 있는 신혼 주부는 가능하면 성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 피임법을 선택한다. 3년 정도 피임을 원한다면 임플라논(피하 이식 피임 장치)이 적당하다. 황체 호르몬을 작은 성냥개비 모양의 튜브로 팔 안쪽 피부에 이식하는 이식형 피임제로 한 번 시술하면 효과가 3년 동안 유지된다. 첫 출산 후 둘째 터울을 조절 중인 기혼 여성은 피임 효과가 확실한 먹는 피임약이나 임플라논, 기존 자궁 내 장치인 루프에 구리 대신 황체 호르몬을 넣어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킨 미레나를 추천한다. 미레나는 먹는 피임약과 자궁 내 장치의 장점을 합친 피임법으로 임플라논과 함께 가장 안전한 피임법인 불임 수술만큼 성공률이 높다.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수유 간격이 엄격한 분만 후 6개월 정도만 피임 효과가 있으므로 그 이후에는 콘돔, 자궁 내 구리 장치, 미레나, 임플라논, 먹는 피임약 등의 보조 피임법을 병행해야 한다. 또 가족계획을 마무리하려는 30, 40대 기혼 여성은 난관 수술이나 정관 절제술 등의 불임 수술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 임신을 원할 경우 복원 수술 성공률이 높지 않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일시적인 피임법을 고르는 것이 좋다.
초간편 피임법, 먹는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먹는 피임법은 높은 성공률과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이유는 체중 증가, 암 유발, 불임 유발 등의 부작용에 대한 염려 때문. 그러나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과거 호르몬 수치가 높았던 경구 피임약들의 부작용에서 기인한 잘못된 인식이다. 요즘 출시된 피임약들은 호르몬 수치가 많이 낮아져 과거와 같은 부작용은 많이 줄었다”고 설명한다. 먹는 피임약은 피임 효과가 높고, 여성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고, 성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생리 주기가 규칙적으로 바뀌고, 산부인과 질병의 완화 또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의 위험 감소, 골반의 염증성 질환 예방, 배란통이나 월경 전 증후군 개선 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 메스꺼움이나 출혈, 체중 증가 등의 단점은 줄어드는 추세. 피임약 복용과 유방암 발생 역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최근 바이엘 헬스 케어에서 출시된 먹는 피임약 ‘야스민’은 기존 피임약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웰빙 피임약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 체내에서 분비되는 황체 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 구조로 만들어진 드레스피레논이 주성분으로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여드름 개선, 월경 전 증후군 완화 등의 효과를 보인다. 피임약은 복용법이 중요하다. 21일간 매일 복용하고 생리가 시작되는 1주일간 쉰 후 다시 앞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단, 혈관염, 혈전색증, 뇌혈관 질환, 관상동맥 질환 등의 질병을 앓았거나 간 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유방암에 걸렸거나 의심되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질 출혈이 있을 경우, 35세 이상 하루 한 갑 이상의 흡연자 등은 복용 금물. 편두통, 고혈압, 자궁근종, 임신성 당뇨, 당뇨병, 간질 등의 질환을 앓고 있거나 수술 예정(4주 전부터)인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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