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천장어
고창 선운사 새빨간 단풍잎이 밤새 가을비를 맞고 우수수 떨어져 계곡물에 실려 급하게 천천히 떠내려 오다가 고창에 다다르면 제법 넉넉한 개울에 뜨게 된다
남루한 차림을 한 대여섯 살쯤 되는 녀석이 풍천가에 쪼그리고 앉아 떠내려 오는 단풍잎을 하나씩 고사리 손으로 건져올려 양지 바른 바위에
착착 붙였다
그때 개울가 모래 둔덕을 넘어온 열두서너 살 먹은 소년이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소맷자락 속에서 무엇인가 꺼내 단풍잎을 줍는 아이에게 주자
한 점을 입에
쏙 넣었다.
“형아도먹어라.
바로 그 순간 두눈을 부릅뜬 영감님이 둔덕 위로 불쑥 솟아나
야,이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선 어린 아이의 손바닥을 발로 차자 몇 점 음식이 노을진 하늘로 치솟더니 풍천 물살 위로 떨어졌다
나으리 그건 손님 이 먹다 남기고 간 겁니다요
형제는 부둥켜 안고 울고 나으리 는 뒷짐을 진 채 씩씩 거리며 둔덕을 넘어갔다.
늦가을 짧은 해가 떨어지고 서산은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어서오십시오.”
한 무리 보부상이 풍천장어집에 들어서자 돈통을 차고 앉았던 주인 영감이 눈 웃음을 치며 목을 길게 빼 인사했다
동시에 화덕에 숯불을 붙이는 아이들, 장어를 접시에 담는 아녀자들 상차림 을 하는 사람들로 들썩거렸다
“바쁜데 만득이 놈은 어디갔어?
주인 영감 고함에 대답하는 이 없다
그 시각 조실부모 한 어린형제 만득이 천득이가 살던움막이 불길 에 휩싸여 풍천도 붉게 춤을 췄다
그날 이후로 풍천장어집에서 일하던 열두 살 만득이 코흘리개 동생 여섯살난 천득이는 풍천 에서 사라졌다
풍천장어집은 여전히 문전성시 고창은 전주 필방 을 낀 보부상들이 무안·목포로 가는 길목이요 곰소 에서 광주 순천으 로 가는 새우젓 길목이요 담양 죽세공품이 뱃길 로 가는 길목이라 보부상들이 항상 들끓었다. 그들의 재산은 두말할 것도 없이 튼튼한 다리요 다른 생선 에서 찾을수 없는 단단한 육질의 장어가 그들의 다리에 힘을 넣는 다고 믿었다
게다가 보부상들 은 주머니가 넉넉해 장어값에 연연하지 않았다
팽영감 풍천장어 집은 독점이다 풍천가에 다른 장어집이 들어서 면 수하 왈패들을 시켜 갖은 방법으 로 장사를 훼방 놓았다 장어잡이 어부 역시 그집에 장어를 팔았다 가는 왈패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풍천장어집과는 거래가 끊겼다
장어잡이 어부들 에게 값을 후려쳐 싸게사서 보부상 들에게 비싸게 팔아 팽영감은 천석꾼 부자가 되었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보부상들이 풍천장어 집에 몰려 왔는데 그 속에 만득이와 천득이가 있었다. 열일곱살 만득이 는 어깨가 떡 벌어진 청년이 되었고 열한 살 천득이는 조그만 봇짐을 지고 왔다 나이 지긋한 보부상 단장은 만득이·천득이를 무척 귀여워했다.
이튿날 보부상 무리가 떠나갔고 만득이와 천득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들은 고창에 머물며 한갓진 곳에 커다란 집을 샀으며 그 집에 딸린 논에 인부 여럿을 동원해 큼지막한 연못을 팠다. 얼마 뒤 그 큰 기와집에 ‘선운장어’ 간판이 섰다.
팽 영감이 고창 왈패를 모았다. 왈패 다섯 명에게 술과 함께 장어를 구워 먹이고 돈 열 냥씩을 찔러준 후 선운장어집에 가서 깽판을 치라고 일렀다. 하지만 모두 받은 돈 마루에 던지고 슬금슬금 뒷걸음 질쳐 도망갔다
선운장어집에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보부상뿐 아니라 고창 곰소 격포
에서도 손님이 몰려들었다
장어잡이 어부들 도 좋은 값을 쳐주는 만득이네 선운장어집으로 몰려왔다
그곳에선 잡아온 장어를 바로 구워 내지 않고 논을 파낸 연못에 일단 넣어 기르다가 그걸 잡아서 구워내었다
“선운장어집 장어 육질이 훨씬 단단하다.” 는 입소문이 물결 처럼 퍼졌다.
팽영감이 사람을 시켜 선운장어집 에서 장어를 사와 먹어봤다. 정말 육질이 단단했고 제집 장어는 고등어살처럼 힘이 없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오직 만득이와 천득이 형제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가물치 다섯 마리를 연못에 풀어 장어들이 가물치에게 잡아 먹힐까봐 바닥뻘 로 들어가 도망치 느라 육질이 단단 해진 것이다
만득이네는 손님 이 들끓고 팽영감 네는 문지방에 거미줄을 쳤다. 천득이 가슴속엔 아직도 팽 영감에 대한 원한이 부글 부글 끓었다
만득이가 조용히 타일렀다
우리에게 팽 영감 은 가물치야
팽영감 아니었음 우리는 지금도 움막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거야.”
인생은 시련이
있어야 단단하게
성장합니다
시련을 두려워 하거나 하지 마시고 이겨나가
성공하시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정성이 가득한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소중한 아주 멋지고 좋은 작품 감명 깊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