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년 구름 타고 노니는 천마… 9년 만에 다시 만나다
경주박물관, 발굴 50주년 기념전
천마 새긴 말다래 유물들 한자리
수장고 속 온도-습도 유지해 전시… 천마총 출토, 금제장식도 선보여
“금관의 아름다움 사진으로 증거”… 작가 구본창의 유물 작품도 전시
9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천마총 ‘천마도(天馬圖)’는 150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당장이라도 구름을 타고 하늘을 노닐 듯 찬연한 모습이었다. “변색이 적은 건 무덤 속의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일 거예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가 4일 귀띔했다.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4일 개막한 천마총 발굴 50주년 특별전에서 9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 문화재청·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은 올해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맞아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를 이날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障泥 천마도’(2점) 등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장니·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 유물 5점과 천마총 출토 금관 등 유물 총 26점을 선보인다. 천마총 천마도가 수장고 밖으로 나와 전시되는 건 2014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연 이후 9년 만이다.
천마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로 신라 건국설화에서 시조의 탄생을 예견하는 동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천마총 천마도뿐 아니라 지금까지 출토된 모든 ‘천마 말다래’를 선보인다. 천마총에서 함께 발견된 금동판을 오려 만든 1점, 일제강점기 각각 금령총과 금관총에서 출토된 2점이다. 정효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013년 천마총 금동판 말다래의 문양을 복원하면서 비로소 과거 금관총과 금령총 출토 말다래에 그려진 것 역시 천마라는 게 파악됐다”며 “천마가 신라 사람들의 마음에 널리 자리 잡은 신성한 동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2부에서는 천마총에서 출토된 높이 32.5cm 크기의 국보 ‘금제대관’(왼쪽 사진)도 선보인다. 박물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출토된 신라 금관 6개 중 천마총의 금관이 으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전시 1부에는 구본창 사진작가가 천마총 출토 금제 유물 등을 촬영한 사진 11점이 전시돼 있다. 문화재청·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다만 천마총 천마도 2점의 경우 6월 11일까지 1점이, 이튿날부터 전시가 끝나는 7월 16일까지 또다른 1점이 전시된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유물이 온도와 습도 변화에 극히 민감한 탓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전시장 온도는 21∼23도, 습도는 50∼60%로 수장고와 똑같이 유지하고 있으며 장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빛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해 사진 촬영 시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번 전시의 1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에서는 구본창 사진작가의 렌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한 천마총 출토 황금 유물 사진 11점도 선보인다. 구 작가는 금색지를 배경에 놓고 금관과 금모(金帽) 등 유물을 놓았다. 올해 2월 촬영 당시 그는 박물관 측에 “지금까지 황금 유물 사진은 검은 배경에 찍는 게 일반적이었다. 나는 그 틀을 깨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금색지에 놓인 황금 유물은 배경보다 더 선명하게 빛나는 듯했다. 구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황금 유물에서 인간의 욕망이, 시대의 삶이, 사후세계에 대한 열망이 읽혔다.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충분히 증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2부 ‘황금으로 꾸민 주인공을 만나다’에서는 금관과 금제장식 등 19점의 실물을 볼 수 있다.
1973년 8월 22일 두 겹으로 겹쳐져 있던 천마도를 손수 발굴했던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73)은 이날 전시장을 찾아 “곧 으스러질 것 같은 유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늘을 나는 백마가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시 마지막은 천마총 발굴조사단을 이끌었던 고 김정기 초대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의 말로 장식됐다. “말다래에 그려진 하늘을 날 듯한 천마, 그 천마는 우리를 버리고 하늘로 날아가지 않았다. 오늘도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채 더 큰 비상을 꿈꾸고 있다”. 무료.
경주=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