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십자가의 길 (연중 제 33주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24-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그 무렵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25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26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28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29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0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1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2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그 옛날 로마의 지하 묘지에는 죽음과 투쟁하듯 살았던 많이 신앙인들이 있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3 세기 동안 주검 옆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바오로와 베드로 성인께서도 그곳 어디에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신비한 것은 서슬퍼런 권력을 지닌 제국 로마의 왕들은 자기를 방어할 어떤 무기도 없는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소멸시킬 수 없었습니다. 300년 동안 수많은 왕들이 죽었지만 믿음의 씨앗은 이렇게 깊은 지하 무덤에 묻혀 섞고 섞어 다시 꽃으로 피어나 열매를 맺었습니다.
1600년대 베트남에 복음이 전파된 후 300년간 지독한 박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박해를 했습니다. 그리스도인 가족을 뿔뿔이 이교도 집에 보내기도 했고 뺨에 인두로 “사교”라는 글씨를 새기고 다니게 했습니다. 또 박해를 피해 깊은 밀림으로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붙잡혀 옥사를 당하거나 참수를 당하고 사지가 찢겨 나가는 죽임을 당하고, 코끼리에 밟혀 죽는 형을 받거나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는 형벌도 받았습니다. 망나니에 의해 숨이 멎을 때까지 살을 한점씩 베어내는 잔인한 형벌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 10만여명의 순교자가 생겼습니다.
지금 주님을 믿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10만여 순교자들의 피가 이 땅에 묻히고 거름이 되어 이제 6백만여명의 신자가 되었습니다. 로마 지하동굴에 묻힌 그리스도의 씨앗이 이곳 베트남에 전파되고, 베트남 순교자들의 믿음의 씨앗이 섞고 썩어 다시 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자녀들은 십자가 길 외에 어느 길도 갈 수 없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볼수록 주님의 말씀을 믿게 됩니다.
비록 지금 나의 믿음이 흔들리고 점점 사라져 갈지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굴욕과 고난의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처럼, 끝내는 십자가위에서 고통의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처럼, 예수님의 자녀라면 십자가 길 외에 어느 길도 갈 수 없습니다.
그 옛날 견고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그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어 내신 그분들처럼, 우리의 시련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주님을 위해 시련과 고통을 받아들여야 함을 알고, 시련과 고난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더해진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는 풍성한 수확을 주실 것입니다.
모든 순교성인과 순교자분들께 기도드립니다.
저희가 숭고한 순교정신을 본받아 어떤 환경 속에서도 주님만을 믿는 믿음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이 땅에 교회가 생긴 후부터 수 많은 박해를 받았음에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교회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하는 힘인지 생각해보십시오.
2. 한국과 베트남에 복음이 전파된 후 수 많은 시련과 박해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3. 나의 주님에 대한 믿음과 나의 믿음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사진 설명>
베트남 하노이 써끼엔 성지의 유해실과
순교자들의 유해와 피 묻은 옷들을 담아 놓은 항아리와 고문 형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