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쟁영(古木崢嶸), 허련(許鍊), 지본담채
고목쟁영(古木崢嶸, 우뚝 솟은 고목) : 허련(1809~1892)
고목쟁영(古木崢嶸), 허련(許鍊), 지본담채
추사 김정희의 제자인 소치 허련이 우뚝 서 있는 고목을 그린 부채 그림이다.
소치(小癡) 허련은 32세 때 초의 선사(草衣 禪師)의 소개로 서울에 올라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에게 서화를 수업받았다. 그는 김정희에게 문인화의 사상과 경향을 지도 받고, 당대 여항 문인 화가들과 교유하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갔다.
김정희는 중국 연경(燕京)을 방문하여 청나라 문인들과 교유했는데, 그중에서도 주학년(朱鶴年)과 각별한 친교를 맺었다. 1810년 1월 29일, 김정희는 연경을 떠나기 전 주학년에게 흰 부채를 건네며 그림을 청했고, 이에 주학년은 유득공(柳得恭)의 시의를 빌려 그린 <고목한아도(古木寒雅圖)>를 선물하였다. 그가 인용한 유득공의 시는 "우뚝 솟은 고목 위 갈까마귀 떠나가자 아득한 석양에 손님이 처음 찾아오네"라는 시구다. 선물 받은 김정희는 이 시를 적은 대련을 주학년에게 보내 화답(和答)하였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받은 <고목한아도>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그림에 얽힌 묵연(墨緣)을 풀어내었다.
허련이 그 시의를 반영하여 다시 제작한 작품이 <고목쟁영>이다. 화면에는 이미 날아간 듯 갈까마귀가 보이지 않으나, 모옥을 향해 걸어오는 손님이 작게 그려져 있어 유득공의 시 의(詩意)를 잘 반영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 큰 고목과 작은 모옥(茅屋)이 있고 중경에는 수면이 펼쳐져 있으며 수평선 너머의 원경은 아스라이 표현하였다. 전경의 모옥, 중경의 수면, 희미한 원경을 갖춘 소슬한 분위기의 화면 구성은 김정희가 추구한 문인화풍의 영향을 보여준다. 해초(海初) 선생이라는 인물을 위해 제작한 부채 그림이지만, 그의 내력은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