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 문용대
요즘 가장 인기를 끄는 물건을 꼽으라면 당연히 ‘마스크’라고 답할 것이다.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전과 전혀 달라졌다. 연예인이 선글라스와 함께 얼굴을 가려 신분을 감추려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부정적 인식이 짙었다. 범죄자들이 경찰서나 법원에 출석할 때, 현장검증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와 같이 쓴 장면이 언론에 비춰지곤 했다. 흑색 마스크를 쓰면 더 그랬다. 또 감기환자나 병약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마스크’라는 말이 나오면 먼저 어릴 적 시골 소牛 생각이 난다. 밭에서 쟁기질을 할 때 소에게 마스크를 씌운다. 마스크라기보다 입마개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소가 쟁기를 끌 때 풀이나 고구마 등 먹이를 먹지 못하도록 가느다란 새끼줄을 얽어 입마개를 만들어 씌운다.
마스크는 중국 발 우한폐렴(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우리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집을 나서려면 반드시 챙기는 것이 마스크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는 쓰는 사람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예의나 의무사항처럼 돼, 안 쓴 사람을 보면 짜증을 낼 정도다.
마스크가 전에도 요즘처럼 인기상품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마스크대란은 코로나19사태가 가장 심한 대구 경북지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나는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수차례 갔지만 헛걸음질을 하고나서 지난 주말 서울 종로에 있는 대형 약국에서 개당 3,600원 씩 주고 몇 개를 샀다. 아침 출근길 약국 앞에 2~30명 씩 줄을 서 문 열기를 기다린다. 새벽부터 길게 선 이 광경은 매일 계속된다. 다른 약국에 사러 갔더니 없다고 한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한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사려고 수 백 미터 줄선 장면이 언론에 자주 오른다. “마스크를 사려다가 되레 병나겠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야하나?”라며 한탄하면서도 생명을 지켜 줄 물건이니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부터 줄서 있다가 ‘품절’이라고 써 붙이자 허탕해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파는 사람도 “역적 내는 분이 많아 괴롭다.”며 힘들어한다. 실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마스크대란을 보도한다. 그런데도 매장은 물론 인터넷 몰에서조차도 사기가 쉽지 않다. 조달이 필요한 숫자에 턱없이 모자라다보니 대통령까지 나서 행정기관에 역정을 내고 닦달을 했다고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을 해 놓고도 지켜지지 않자 대통령이 국민에게 두 차례나 사과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행정기관이나 생산업체를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닌 듯하다. 반출과 사재기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일 뿐이다. 마스크가 중국이나 북한으로 갔다는 의혹이 재기되기도 한다. 제조업체 웰킵스 대표는 KBS라디오 최강시사 프로그램에서 “마스크가 중국으로 1~2월 두 달에만 6억~7억 개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¹⁾고 했다. 대북 제재 면제를 받은 국제 적십자사연맹IFRC의 지원물품 목록에 마스크, 의료용 장갑, 안면보호구 등 개인보호용품뿐 아니라 검사 장비가 포함되면서 마스크가 북한에 넘어갔다는 의혹이 일자 통일부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마스크가 다 어디로 갔느냐며 많은 사람이 분통을 터트린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당국이 나서 마스크는 재사용해도 된다는 안을 내놓기도 한다. 필터만 교체하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겠다고도 한다. 또 1인당 1주에 2개를 5부제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보급 안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바이러스감염증 사태는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다 보니 많은 나라가 마스크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도난당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사려고 서있는 줄에 새치기를 해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의 하회별신河回別神굿탈놀이 백정마당에 마스크 쓴 소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강아지가 마스크를 쓰는 것은 흔하다. 급해서 여성생리대를 마스크 대신 썼다는 어느 중국인 사진도 보이고 여객기 앞 쪽을 대행 마스크로 씌운 사진도 보인다.
요즘은 출퇴근이나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집밖에 나가기를 꺼린다. 각종 행사나 공연, 전시 등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시장이나 식당에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길거리가 한산하다. 되는 장사가 없다고 아우성이며 휴업이나 폐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이 경칩이다.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봄 절기가 왔으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다. 어서 봄다운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