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암의 진단
1. 소장암의 일반적 증상
소장의 종양은 매우 드물며 증상이 특이하지 않아 간과하기 쉬우므로 진단받았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소장암은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소장암은 늦게 발견되거나 복부 수술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장암이 진행되면서 종양의 크기가 충분히 커져서 종양에 의해서 소장이 막힐 정도가 되면 비로소 장폐색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폐색에 의한 복부 불편감 및 구토 등이 가장 흔한 소장암의 증상입니다. 복부 통증은 장폐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소장암 환자가 등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소장암의 후복강(retroperitoneum) 침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장암에 의한 위장관 출혈은 두 번째로 흔한 소장암의 증상이고, 대개 만성적인 경과를 보입니다. 특히 소장 육종의 경우에는 심한 출혈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면 우선 위와 대장에서 출혈 부위를 확인하고, 여기서 이상이 없다면 반드시 소장에 대한 검사를 해보아야 합니다.
소장의 양성 종양으로 인한 체중 감소는 드물지만, 소장암일 경우에는 약 50% 정도에서 식욕 부진을 동반한 체중 감소를 보입니다.
소장암으로 의한 장 천공은 육종과 악성 림프종의 경우에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십이지장 팽대부 주변에 소장암이 발생하면, 담즙(bile juice)이나 췌액(pancreatic juice)의 배액을 막아서 황달이나 췌장염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유암종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내분비세포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서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유암종 증후군(carcinoid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유암종 증후군은 유암종이 간 전이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잘 발생하지 않고, 간 전이가 있는 경우라도 약 30% 정도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암종 증후군의 증상은 얼굴과 가슴 부분의 홍조, 물 같은 설사, 기관지 천식 등입니다.
소장암으로 인해 복부 종괴가 촉지되는 경우가 25 %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소장암이 진행된 경우 악액질(cachexia), 간 비대 및 복수(ascites)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2. 소장암의 진단방법
1) 혈청학적 검사(혈액검사)
소장 선암의 경우 종양표지자의 일종인 암태아성항원(CEA)이 증가할 수 있는데, 보통 간 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간 전이가 있는 경우 빌리루빈 수치의 증가나 간 기능 수치의 이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유암종의 경우, 세로토닌의 대사물인 초산 5-히드록시인돌(5-Hydroxyindoleacetic acid, 5-HIAA)의 수치가 혈액 내에서 증가할 수 있으며, 유암종의 간 전이가 심하게 동반되는 경우에는 소변 내에서 초산 5-히드록시인돌(5-Hydroxyindoleacetic acid, 5-HIAA)의 수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2) 소장조영검사(small bowel series)
소장조영검사는 소장의 종양성 병변을 진단하는 방사선학적 검사 중 가장 중요한 검사입니다. 소장조영검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경구 소장조영술과 고위 관장법(enteroclysis)입니다.
경구 소장조영술은 조영제(주로 바륨 현탄액)를 마시고 일정한 간격으로 복부 단순 방사선 촬영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소장조영검사라 하면 이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경구 소장조영술은 50%-80%의 정확도를 보입니다.
고위 관장법은 코를 통해서 십이지장이나 근위부 공장까지 직접 관을 삽입한 후 이 관을 통해 조영제를 소장에 직접 투여하여 단순 방사선 촬영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정확도를 90% 정도까지 올릴 수 있지만 검사가 힘들고 방사선 조사량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3) 전산화 단층촬영(CT)
복부의 전산화 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서 소장 종양의 복강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산화 단층촬영(CT) 검사는 종양의 침윤 정도나 간 전이 같은 소장 외 병변의 진단에도 유용합니다. 특히 전산화 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서 소장 내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와 자기공명영상(MIR) 검사는 소장 종양의 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캡슐 내시경 검사(capsular endoscopy)
최근에는 캡슐 내시경을 소장암의 진단에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장착된 작은 캡슐 모양의 내시경을 입으로 삼키면 이 캡슐이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장 내부를 촬영하여 촬영된 영상을 통해 소장암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5) 소장내시경 검사(enteroscopy)
소장내시경 검사는 육안적으로 소장암을 진단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검사법입니다. 그러나 소장이 긴데다가 내시경이 위 또는 대장을 통해서 소장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가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6) 그 밖의 검사들
단순 복부 촬영은 소장암 자체를 진단할 수는 없지만, 소장암에 의해 장폐색이 발생했을 경우 장폐색의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혈관조영술은 종양 내에 혈관 성분이 풍부하고 여기에서 심한 출혈을 동반할 때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방사선 동위원소가 부착된 적혈구 스캔으로 출혈을 주증상으로 하는 종양의 위치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7) 감별 진단
소장에 발생할 수 있는 종양성 병변에는 소장암(악성 종양) 이외에도 여러 가지 양성 종양들이 있습니다. 소장에 발생할 수 있는 양성 종양들로는 선종, 평활근종, 지방종, 신경섬유종, 섬유종 등이 있습니다.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을 감별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없습니다. 단지 양성 종양의 경우에 체중 감소, 복부 통증 및 장 천공 등이 비교적 드물고 출혈이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악성 종양에서 증상의 진행이 양성 종양에 비해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장조영검사나 전산화 단층촬영(CT)검사 등에서 보이는 영상의학적 소견, 또는 캡슐 내시경 검사에서 보이는 내시경적 소견을 통해 종양의 악성 여부 및 종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장의 내시경 검사는 매우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병변이 십이지장 또는 회맹판 가까운 말단 회장에 위치한다면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통해 병변에 접근할 수 있지만, 병변이 공장이나 근위부 회장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먼저 수술적 절제를 하고 난 후에 비로소 종양의 정확한 병리학적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소장암의 진행단계
소장암(선암)의 병기 판정에는 미국공동암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AJCC)에서 제안한 TNM 병기를 사용합니다. TNM 병기는 암 조직이 점막이나 근육층에 침범한 정도(T 병기), 주변 림프절에 퍼진 정도(N 병기) 그리고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는 원격전이 여부(M 병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병기를 1기, 2기, 3기 및 4기로 구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