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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시스템을 수 차례 포스팅을 했습니다. 다시 올립니다.
뚫리지 않는 무적의 암호, 양자기술과 양자암호
[NST 꿰어야 보배] 36탄 : 양자기술과 양자암호
암호는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암호기술은 진화를 거듭해 새 기술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전쟁으로 빠르게 발달했죠. 풀 수 없는 비밀번호와 암호는 없다는 해커들이 등장했고, 뉴스에서는 매일 사이버 공격과 테러로 인한 피해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자라는 최첨단의 옷을 입은 무적의 암호기술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양자암호통신’입니다.
이번 달 꿰어야보배의 주제는 양자기술입니다. 전세계가 뛰어들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인공지능(AI) 발달로 꿈의 기술로 떠올랐습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양자기술과 양자컴퓨팅의 발전을 짚어보고 우리 연구진들의 활약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의 관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관찰방법에 따라 빛은 파동이었다가 입자의 성질을 보이는데, 특정 순간에 따라 그 세계가 결정된다는 내용입니다.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분야는 컴퓨팅과 암호입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을 끝낼 양자암호통신은 왜 무적일까요? 양자암호통신은 양자(Quantum)의 물리적 상태를 활용해 고안한 암호 체계를 말합니다.해킹이나 도청이 원천차단되는 과학적 원리를 갖고 있죠. 에너지를 갖는 최소한의 단위인 양자의 가장 큰 특징은 중첩 현상과 얽힘 현상입니다. 양자는 그 상태를 복제할 수도 없으면서도 동시에 두 개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간적 거리를 가지고 있을 때도 서로 얽혀 있는 관계도 만들어냅니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누군가가 큐비트의 성질에 손을 대면 그 자체로 체계가 붕괴됩니다. 차세대 암호기술이라 불리는 이유죠.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0’과 ‘1’임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재의 컴퓨터는 모두 비트(bit)로 정보를 표현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데요.양자컴퓨터는 비트보다 더 작은 ‘큐비트(Qubit)’로 작동됩니다. 양자적 정보 표현은 0과 1 외에도 두 값이 양자상태로서 동시에 1개 큐비트에 모두 담기는 ‘중첩’이 가능합니다. ‘on’과 ‘off’의 값만 존재하던 세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값을 동시에 표현하고 처리할 수 있기에 폭발적인 연산력을 갖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를 초월하는 계산력이죠
2018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양자컴퓨팅 연구의 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양자정보연구단의 조영욱 박사팀은 개방형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포항공대 김윤호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양자컴퓨터의 연산 과정을 검증할 방법을 제시했는데요.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측량을 가장 일반화된 양자측정 방법에서 측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양자측정 방법에서 허용되는 약한(weak) 양자측정기법을 통해 양자 상태를 완전히 붕괴하지 않으면서도 양립할 수 없는 관측량들을 측정하며 양자물리학의 고정관념을 깬 검증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공동 연구진은 2019년 큐비트 기반 양자회로를 활용해 또 한 번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큐비트 제어 및 측정기술의 진일보로 평가받는 이 연구는 양자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의 양자측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하학적 위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규명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측정에 반드시 동반되는 ‘측정반작용’과 큐비트 조작 시 기존의 출발 위치로 돌아올 때의 과정을 기억하는 ‘기하학적 위상’ 현상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양자물리계의 이해에 아주 중요한 초석을 마련한 것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8월 대전에서 열린 양자컴퓨터 암호 국제학술대회(PQCrpyto 2021)에서 암호를 분석하는 전용 플랫폼인 ‘큐크립톤’을 소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다양한 암호가 갖는 안전성을 분석한 연구는 최초의 사례인데다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해킹을 막는 안전한 암호 체계를 검증할 수 있는 만큼 학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ETRI는 양자암호통신 분야를 이끌며 다양한 연구성과를 발표해왔습니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25km 거리에서의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으며 2018년에는 무선으로 양자암호통신을 실제의 환경 100m에서 전송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의 큐크립톤의 토대가 되는 연구로 양자컴퓨팅 플랫폼 개발과 관련해 양자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양자 기계어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다 효율성 높게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2018년 연구진은 대부분의 양자 알고리즘에서 사용되는 ‘조건부 회전 게이트(Controlled-Rn)’라는 기본 양자연산에 대해 발전된 형태의 세 가지 효율적인 컴파일 방법을 개발한 뒤 미국 등에 특허를 출원했죠.
ETRI는 미래의 양자암호통신 상용 서비스를 위해 국제표준 선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손잡고 최근 양자암호통신 전송 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표준기술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국제표준화 회의를 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의 IDQ사의 양자암호 통신 핵심 모듈과 응용 시스템 기술에 대해 협의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글로벌 연구 협력도 가속화 중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올해 3월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와 공동연구를 통해 도청 걱정이 필요 없는 ‘양자직접통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공동 연구팀은 20km에 이르는 국가용 양자암호 시험통신망에서 양자직접통신 기술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19년 대전 지역 내 50km 길이의 국가용 양자암호 시험통신망을 처음으로 개통한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해낸 것입니다.
양자통신은 광자에 정보를 담아 도청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암호와 메시지를 분리하지 않고 비밀 메시지를 양자채널로 전달할 수 있는 양자직접통신은 기초 연구단계에 해당하는데요. 연구진은 전에 없던 독창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고안해냈고, 수백 Hz(헤르츠)의 보안 정보를 전송한데 이어 통신 보안성의 척도인 양자비트에러율(QBER)이 기존 양자키분배 방식과 비슷한 수준인 3~6%로 측정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KRISS는 양자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7년 ‘양자측정센터’를 ‘양자기술연구소’로 승격하며 양자 스핀, 양자역학계, 양자정보 등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KIST와 ‘양자 어벤져스’를 결성해 양자연구 전 분야 연구에 힘을 모으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두 기관은 대전과 서울 그리고 수원에 구축된 연구공간을 공유하고, 협업 과제를 도출해 지식재산권 등을 공동으로 출원하고 관리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양자 상태를 평가하고 측정하는 정밀측정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양대, 고등과학원, ETRI와 함께 KRISS는 기존의 기술보다 5배 이상 정확하게 큐비트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하면서도 기존의 방법보다는 훨씬 단순한 규칙을 활용해 시간도 대폭 단축했습니다.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연구는 꾸준히 수행되어 왔지만 정밀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이번 연구는 향후 양자통신 장치의 최적화와 같은 양자응용 기술의 실질적인 속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올해 3월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와 공동연구를 통해 도청 걱정이 필요 없는 ‘양자직접통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공동 연구팀은 20km에 이르는 국가용 양자암호 시험통신망에서 양자직접통신 기술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19년 대전 지역 내 50km 길이의 국가용 양자암호 시험통신망을 처음으로 개통한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해낸 것입니다.
양자통신은 광자에 정보를 담아 도청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암호와 메시지를 분리하지 않고 비밀 메시지를 양자채널로 전달할 수 있는 양자직접통신은 기초 연구단계에 해당하는데요.
연구진은 전에 없던 독창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고안해냈고, 수백 Hz(헤르츠)의 보안 정보를 전송한데 이어 통신 보안성의 척도인 양자비트에러율(QBER)이 기존 양자키분배 방식과 비슷한 수준인 3~6%로 측정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KRISS는 양자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7년 ‘양자측정센터’를 ‘양자기술연구소’로 승격하며 양자 스핀, 양자역학계, 양자정보 등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KIST와 ‘양자 어벤져스’를 결성해 양자연구 전 분야 연구에 힘을 모으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두 기관은 대전과 서울 그리고 수원에 구축된 연구공간을 공유하고, 협업 과제를 도출해 지식재산권 등을 공동으로 출원하고 관리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양자 상태를 평가하고 측정하는 정밀측정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양대, 고등과학원, ETRI와 함께 KRISS는 기존의 기술보다 5배 이상 정확하게 큐비트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하면서도 기존의 방법보다는 훨씬 단순한 규칙을 활용해 시간도 대폭 단축했습니다.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연구는 꾸준히 수행되어 왔지만 정밀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이번 연구는 향후 양자통신 장치의 최적화와 같은 양자응용 기술의 실질적인 속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자컴퓨터의 출현으로 암호 알고리즘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보안기술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정보보호학회 양자암호연구회를 설립한 KISTI는 현재 양자와 보안 기술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는데요. 도래하는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등을 연구하고, 기술 표준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교류를 돕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KISTI는 국가 과학기술연구망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연구계의 양자보안 기술이 이에 잘 접목되도록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연구자들의 협력을 도모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KISTI는 자체 개발한 계산과학플랫폼인 에디슨(EDISON)을 양자역학 분야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에디슨 플랫폼 활용을 위해 국제 양자역학 소프트웨어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온라인으로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에디슨 플랫폼을 활용해 계산과학계의 연구 혁신을 이뤄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이버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는 사이버공간 내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양자기술과 보안 분야를 적극 연구 중입니다. NSR은 양자컴퓨팅 시대 양자암호통신 주도권을 얻고자 이론상 현재 컴퓨터로는 1000조 년 간 풀지 못하는 양자내성암호(PQC)를 민관협력 형태로 연구해왔습니다. NSR은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국가정보원과 함께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양자내성암호연구단(KpqC)’을 올해 출범하며 내년 상용화에 대한 목표를 밝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2년 내에 양자내성암호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양자기술 분야는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립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연구경쟁을 벌이고 있고, 한국 역시 뛰어들어 바짝 뒤를 쫓고 있습니다. 인사이드퀀텀테크놀로지는 양자 컴퓨터 시장 규모를 2025년 7억 8,000만달러(약 8,800억원)에서 2029년까지 26억 달러(약 2조 9,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트너는 양자컴퓨터 프로젝트에 예산을 할애할 기업이 1% 미만이었던 2018년과 달리 2023년에는 2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집니다. 마켓앤마켓은 연평균 38% 수치를 내세우며 2018년 1억달러 였던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5억달러로 뛰어오를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주도권 쟁탈을 위한 국가별 경쟁도 치열합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법’을 2018년 말 제정하고 백악관 직속의 국가양자조정실(NQCO)을 신설했고 엄청난 R&D 비용을 쏟고 있습니다. 중국은 ‘양자 굴기’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0억 위안(약 1,8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죠. 일본은 AI와 바이오, 양자를 3대 국가전략기술로 선포했으며 EU는 13개국 38개 산학연 파트너들로 구성된 프로젝트로 양자 연구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양자컴퓨팅 기술을 위해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지난 4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집중투자의 필요성을 느껴 정부가 기술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소화한다는 게 핵심 골자입니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모든 국가들이 과학패권을 쥐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이끌고자 뛰어드는 산업입니다. 치열한 만큼 얻어지는 결과들은 미지의 영역을 답사하게 하고, 인류를 가보지 못한 길로 이끌 텐데요. 그 길목에 한국의 연구진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0과 1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새롭게 열릴 차원의 세계가 어떠할지, 믿음을 갖고 오늘도 과학의 묵묵함을 응원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