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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喜怒哀樂(희로애락)
Written by. 완두콩이
e-mail. minhyun8410@daum.net
* 3장에 등장하는 []안에 대사는 영어입니다.
제3장.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정리를 끝내고서 어젯밤 다 마치지 못한 수행평가를 꺼내 들었다. 어제 대충 해놨던 것을 A4용지에다가 깔끔하게 옮겨적고 나자, 30분이 흘러 있었다. 그 사이, 왠일인지 날 따라서 함께 등교했던 최지안은 친구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수행평가도 안했으면서 어쩌려고 그러는건지ㅡ. 그러나 더이상 최지안을 신경 쓸 여유가 내겐 없었다. 무엇보다 1교시 전까지 내 수행평가를 무사히 마치는게 더 중요했으니까.
마지막 문항까지 영작으로 바꿔서 A4용지에 옮겨 적고서야, 수행평가가 완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마침종 소리. 어느새 아침 자습 시간이 끝나 있었다. 이젠 30분 후면, 1교시가 시작될 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어 있는 내 옆자리. 일부러 무시하며 A4용지를 책상에 탁탁 두드리며 똑바르게 정리했다.
"저기···."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틀어 바라보았다. 길게 웨이브진 머리를 하고 팔짱을 낀채 날 내려다 보고 있는 한 여자 아이. 꽉 몸에 맞게 줄인 교복이 조금 작아보였다. 무심한 눈길로 쳐다보자ㅡ
"밖에 나가봐. 시현이가 너 불러달래."
새침한 아이의 말이 들려오고, 그 때서야 그 여자애 뒤로 똑같이 팔짱을 낀채 날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세네 명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른 척 무시하며 의자를 뒤로 끌어 일어난 뒤, 교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 창가에 기대서서 눈부신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유시현이 날 보자마자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따라와."
삐걱ㅡ. 쇳소리를 내며 옥상 문이 열렸고, 난 유시현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옥상 난간에 다다라서야 멈춰선 시현을 따라 나도 멈춰서면ㅡ 뒤를 돌아 옥상 난간에 기대 선 시현이가 뿔테 안경을 벗어 피곤한듯 눈가를 지압하더니 다시 예쁜 눈을 안경 너머로 감춰버렸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교복 마이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비스듬히 물었다. 지적이고 바른 이미지와는 너무도 안 어울리지만, 또 묘하게 더 잘 어울리는···.
그동안 나는 말 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어제 집에 안들어왔더라."
담배를 한 모금 빨아 연기를 내뱉은 시현이가 한 말···. 난 잠시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어째서··· 그러나, 의문을 갖기도 잠시 조금 기뻤다면 내가 너무 불쌍한걸까. 그 누구보다도 시현이가 나에 대해 관심가져 준 것에 마냥 기뻤다면ㅡ.
"변명이라도 해. 화 내기 전에."
"아···. 수행평가 때문에ㅡ"
"수행평가?"
"···응. 독서실에 있었어."
시현이가 중간에 내 말을 자르지 않았다면, 실수를 저지를 뻔 했다. 다행히 잘 넘기긴 했는데, 과연 믿어줄까. 그래도 시현인 이과고 난 문과니까ㅡ 이번 수행평가에 대해서 시현인 잘 모르지 않을까, 생각하며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행이라면 시현이가 더이상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
"가까이 와 봐."
옥상 난간에 제법 짧아진 담배를 비벼끈 시현이의 시선이 날 옭아매었다. 한 발짝 다가서자, 고개를 숙여 내 입에 짧게 입맞춤···.
"걱정했잖아ㅡ 다음부턴 그런 일 없도록 해."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시현이가 먼저 날 지나쳐 멀어졌다. 시원한 박하향만 잔뜩 남겨둔채로.
두근, 두근ㅡ
우습게도 내 심장은 가벼운 입맞춤에도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이 떠나지도 못하게 붙잡아 두는 시현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어하는건 정작 나였다. 안타깝게도.
이 때까지만 해도 난, 우리를 지켜보던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혼자였다. 워낙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과 말투도 한 몫 했을테지만, 무엇보다 내 배경이 날 더욱 고립시켰다. 어딜가든지 따라붙는 'JD그룹의 외동딸'이란 꼬리표···.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내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을리 만무했다. 다들 순수하지 못한 이른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애들이 수두룩 했으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믿었던 친구한테 당했던 배신이 너무 컸던걸까. 그 후로 난 모두를 불신했다.
그러나, 시현이는 달랐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도 눈치 못챌만큼 빠르게 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5학년ㅡ 미국에서 살던 시현이네 가족이 한국에 들어온게 그 즈음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른들로 인해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된 것도. 한창 '친구'란 것에 불신으로 가득했던 내가 퉁명스럽게 굴었지만, 매너가 몸에 베인 시현이는 항상 다정했다. 눈물 날만큼···.
시작은 유일한 '친구'ㅡ 그 것만으로도 시현이의 존재는 내게 너무 컸는데. 중학교에 입학하자, 지적이고 깔끔한데다 매너 좋고 배경까지 좋은 시현이를 여자애들이 가만둘리 없었다. 그래서 늘 시현이의 주변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눈물나게 질투날 정도로···. 그 감정의 진실을 온전히 깨닫기도 전에 사건은 터졌다. 시현과의 '첫키스'ㅡ 내 생애 첫 키스···. 그리고,
친구라기엔 깊고, 애인이라기엔 가벼운··· 애매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
교실로 돌아오자, 언제 돌아온건지 자습 시간 내내 자리를 비웠던 최지안이 앞자리에 앉은 여자애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일까. 그 순간, 1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최지안을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아쉬운듯 각자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갔다.
그럼에도 앞자리 여자애와의 끊이지 않는 손장난ㅡ 일부러 세게 의자를 끌어 큰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최지안이 손장난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내게로 최지안의 관심이 집중되자, 뽀로통해져 버린 여자애가 날 흘깃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어디 갔다왔어?"
"···옥상."
"옥상? 거기 고슴도치 하나 있을텐데ㅡ 못봤어?"
왠 고슴도치? 그 때, 문이 드르륵 열리며 마리 선생님이 등장했고, 난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출석 확인이 끝남과 동시에, 수행평가를 제출하라고 하시는데ㅡ 고개를 옆으로 돌려 최지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최지안의 관심사는 따로 있는듯 했다. 온통 운동장 밖의 축구에만 정신을 빼앗겨 있었으니까.
"수행평가··· 제출 안해?"
내 질문이 의외였는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던 최지안이 동그란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더니 '응'이란다. 너무나 천진하게도. 후우ㅡ 역시 안했구나. 고개를 두어 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교탁 앞으로 가서 수행평가를 제출했다.
[제출하지 않은 사람, 손 들어 볼래?]
선생님 말씀에 드문 드문 두세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느릿하게 올라가는 손 하나. 내 짝, 최지안의 손이였다. 왜 제출하지 않았냐고 묻는 마리 선생님의 질문에 다른 아이들은 '집에 두고 왔다' 혹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는 비교적 평범한 대답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 선생님의 시선이 최지안에게 향하면ㅡ
"짝이랑 친해지라고 내주신 수행평가로 알고 있는데요ㅡ, 전 좀더 겪어보고 사귀어 본 후에 제출하겠습니다!"
[좋아. 대신 아무리 잘해도 만점은 줄 수 없다는거 알지?]
"Yes, sir!"
이것으로 인해 내 일상이 깨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저 핑계라고 밖엔 생각 안했으니까ㅡ 귀찮은 수행평가 따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싸하게 포장한 핑계거리. 이 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건 실수일까, 아니면 다행일까···.
제4장.
고3이 되어 처음 있는 모의고사 날. 그만큼 또 굉장히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등교하자마자 보이는 건ㅡ 모의고사 날에 걸맞게 번호순으로 재배열되어 있는 책걸상들. 총4줄로 정렬되어 있었다. 그 중, 내 자리로 찾아 가서 앉자마자 오답노트를 꺼내 들었다.
한 시간 후면, 모의고사 시작 시간이었다. 그러나 으레 그러하듯, 평소보다 늦은 등교 시간을 핑계 삼아 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 바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ㅡ 고3이란 신분을 자각하고 공부해보려고 하는 아이들도 전에 비해 꽤 늘었다는 것. 귀마개로 귀를 틀어막고 오답노트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금새 집중하여 공부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ㅡ 평소 같았으면 옆에서 '수행평가'를 핑계로 날 귀찮게 구는 최지안 때문에, 이런 여유로움도 맛볼 수 없을테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상념을 떨쳐버리고 다시 집중하려고 할 때였다.
"희주야, 잠깐 내 자리에 가 있을래?"
"으응, 그래."
"역시 희주는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곱다니깐ㅡ"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했던가. 물론, 최지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댄 건 없지만ㅡ 굳이 따지자면, 말할 상대도 없었다. 어쨌거나··· 생각도 하지 말것을.
내 앞번호인 문희주란 아이가 기쁜듯이 최지안의 자리로 떠나가자, 최지안은 기다렸다는 듯이 희주의 의자에 반대로 앉아 나와 마주보았다. 두 팔을 의자 등받이에 편히 올리고서. 애써 무시하며 오답노트에 더욱 정신을 집중할 때였다.
"우와, 이게 뭐야? 나 이런거 실제로 첨 봐."
이 놈의 귀마개ㅡ, 아무래도 불량인가 보다. 최지안의 목소리가 이렇게 잘 들리는거 보면···. 내 오답노트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분명 자랑은 아닐터인데··· 왜 자꾸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건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최지안을 상대해 줄 만한 여유가 내겐 없었다. 이왕 시작한 거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방해하지마."
"너도 인생 참 빡빡하게 산다···."
"넌··· 공부 안해?"
내 한심하단 눈빛에 배시시 웃어보이더니, 모의고사는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잖아, 란다. 그래, 평소 실력··· 자신 있는건가, 아니면 포기한건가. 고개를 갸웃 거리는 나를 쳐다보던 최지안이 번뜩 생각이 난듯 손뼉을 한 번 '짝ㅡ'하고 치더니 입을 열었다. 깊고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그건, 왜?"
"우리 밴드부 연습실 가자.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께!"
"바빠. 과외 있어."
"에이··· 모의고사 본 날, 과외는 무슨 과외야! 오늘만 빠져라, 응?"
"안돼."
내 단호한 거절이 의외였는지, 최지안은 풀이 죽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자신만의 생기발랄함을 되찾은 최지안이 내게 도전적으로 물었다.
"인생ㅡ 그렇게 살면, 재밌냐?"
"···재미 없어도 해야하는게 공부야.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말이지."
"으··· 여울인 팥 없는 단팥빵 같애."
아기같은 최지안의 고운 얼굴이 팍 구겨져 버렸다. 마치, 정말 팥 없는 단팥빵을 먹은 것처럼···. 그리고 내 얼굴도 따라서 미묘하게 구겨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저 말이, 이상하게도 내 심기를 건드렸으니까.
"무슨··· 뜻이야?"
"흐응, 비밀! 대신 오늘 나 따라가면 가르쳐주지!"
그리하여, 최지안과 나의 일종의 거래가 성립되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ㅡ. 별로 녀석의 친구들을 소개 받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뜻'이 궁금했던 난, 오직 그것을 알기 위해 오늘 최지안을 따라 연습실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최지안 역시 한 발짝 물러나 내 과외가 끝나고 가는 것으로 합의해야만 했고.
결국, 최지안의 방해로 오답노트를 다 보지도 못한채 모의고사를 치뤄야만 했다. 최지안의 말처럼 평소 실력으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마지막까지 모의고사를 풀어낼 수 있었지만, 내심 최지안이 괘씸한 것도 사실이었다. 오답노트만 확실히 봤었다면 한 문제는 확실히 풀 수 있었을테니까···. 전에 틀렸었던, 비슷한 유형의 문제에서 난 또 헷갈렸던 것이다.
바쁜 사업으로 어렸을 적부터 내게 무관심한 우리 부모님이 유독 관심갖는 게 있다면ㅡ 바로 '성적'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 것만으로도 기뻤던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시험 기간이면 코피까지 쏟아가면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학원과 과외에 쫓아다녀야 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부모님의 작은 관심이 좋아서.
그러던 어느 날ㅡ 중학교 입학해서 받았던 첫 성적표. 최선을 다했지만, 그만큼 결과가 좋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시험 유형에 익숙하지 못했던 내가 실수를 많이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 드렸을 때ㅡ
"이게 성적이라고 받아온거니? 정말 남 부끄러워서···."
"···"
"시현이는 또 1등 했다는데ㅡ 넌 대체 누굴 닮아서 머리가 나쁜거니? 남 부럽지 않게 학원이면 학원, 과외면 과외··· 대체 못해준게 뭐니?"
"다음에 또 이런 성적을 받아온다면, 유학 갈 준비ㅡ 해야 할거다."
'위로'를 바랐던 어린 내 마음은 그 때 산산조각이 났다. 내 욕심이 너무 과했던거였나. 남들의 시선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내 부모님에겐 과한 욕심일 뿐이었다. 그리고 뼈져리게 느꼈던 그 것··· 난 그들에게 '딸'이라기 보단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 혹은 '인형'에 불과하단 사실.
그 이후로 공부는 내게 '오기'였다.
담임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모의고사 답안지를 1층 교무실에서 가져오던 중이었다. 임시 반장이란 원치 않는 직함 때문에 이런 귀찮은 일까지 해야하다니··· 금방이라도 날 도와줄 것처럼 굴던 최지안은 자신을 찾아온 친구의 등장과 함께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생각보다 나가는 무게에 끙끙 대며 중앙 계단을 무사히 다 오르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급히 서두르며 우리반인 3학년 2반으로 향할 때였다.
'탁ㅡ'
앞을 미처 보지 못한 내가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혔다. 그 때문에, 모의고사 답안지를 모두 놓쳐버렸지만, 세게 부딪힌 충격도 꽤 컸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내뱉은 말ㅡ.
"죄송합니다."
그러나, 나와 부딪힌 상대인 남자아이는 난 신경조차 쓰지 않으채 앞만 보며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교복만 툭툭 털어내더니. 그 아이의 무례함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답안지는 팽겨쳐 두고 그 아이를 얼른 쫓아가 앞을 가로 막아 섰다.
내게로 향하는 불량한 삐딱한 시선···. 굉장히 화가 난듯 해 보이는 아이는 이미 눈이 뒤집혀 뵈는게 없는 듯 했다. 그 아이로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잠시 주눅 들었지만, 날 향한 것이 아님은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해야할 말은 해야 했다. 흥분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비교적 차분하게 말을 내뱉었다.
"너랑 부딪혀서 놓친 답안지ㅡ 주워줄거란 기대까진 하지도 않아. 근데, 적어도 사과는 해야하지 않니? 나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너도 잘못해서 부딪힌건데···. 나만 사과하면 억울하잖아."
날 내려다보는 시선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러다가 혼자 '픽ㅡ'하고 웃었다. 지독한 비웃음···. 안그래도 느슨하게 걸려있던 넥타이를 더욱 느슨하게 풀어버린 아이의 태도는 여전히 불량스러웠다. 그리고 열릴 것 같지 않던 아이의 입이 드디어 열리면ㅡ
"···비켜."
어이없음에 꿈쩍도 하지 않는 날, 한 손으로 가볍게 옆으로 밀어버린 아이가 다시 발을 내딛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청소하다 말고 모여든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난 내가, 그 아이의 뒤를 향해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고가."
급하게 앞으로 내딛던 아이의 발이 뚝ㅡ하고 멈췄다. 그리고 지독하게도 차갑게 흘러나온 말···.
"난 너 따위한테 사과 바란 적 없어."
너··· 따위? 다시 멀어져가는 그 아이의 무례함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날 얕잡아 보는 그 말투가 왠지 더 거슬렸다. 그 아이가 점점 멀어질수록 더 짙게 느껴지는 허탈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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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하루에 한 편씩 꼭 올리겠다고 약속한지 하루만에··· 결국 12시가 지나버렸어요.T_T
대신에 2편 한꺼번에 올렸답니다. 용서해주실거죠?
그나저나,
드디어 '희로애락'의 네 주인공이 모두 등장했네요♡
자상하고 지적인 시현이와 불량기 가득 강렬한 은수까지··· 마지막에 네가지 없는 놈이 은수랍니다.
자자, 귀여운 지안이부터 은수까지 취향대로 골라 잡으세요.
물론 그래봤자 모두 여울이겁니다.^^
댓글 남겨주신 분들ㅡ'당신만으ls2'님, '함l쑤터'님, 'ㅎ천재임돠'님, '나쁜&당당한 여자'님, '찍어버려'님, 'FT애교'님, '여여여여여ㅋㅋㅋㅋ'님, '쥰기만사랑햇'님, '붸엑엘'님 모두 ♡♡♡
또한, 제 소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에 행복했답니다.
전 또 쪽지 보내러 고고싱 해야겠네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께는 쪽지 알림 서비스 해드린답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가 제게는 엄청 큰 힘이 되요.^^
+ 오타 지적해주시는 분, 은혜로우신 분!
첫댓글 지안이처럼 저런 스타일이 좋아요~ㅋㅋ 시현이는 바람둥이도 아니고 작가님 다음글!!!ㅋㅋ 늦게 오셔도 꼭 읽고말겠어요+_+
와, 매번 댓글 달아주시구 너무 사랑해요.^^ 지안이가 좋으시군요! 하긴, 지안인 귀엽고, 깜찍하고, 밝고 명랑한 아이니까요. 시현인 바람둥이라면 바람둥이죠. 하지만 지안이도 낌새가....; 암튼, 넘 감사해요! 다음편은 내일 꼭! 올려드릴게요. 약속합니다.
진짜최고>_<저 계속 볼꼐예요열심히 써주시고 진짜진짜 화이팅 입니다
지안이 저주세요네네네...흐넘조아>_<
와와, 이번에 또 댓글을♡ 게다가 두 개씩이나! 매번 힘 얻고 갑니다. 재밌게 봐주시고 매번 지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지안이가 좋으시군요. 저도 지안이 많이 아낀답니다. 지안이는 여울이에게서 뺏으시면 가지실 수 있답니다. 화이팅!^^
왠지 은수가 끌리는데...다들 지안이를 좋아하시는군요...제 최향이 이상한건가요? - -;;
아, 파란시간님! 또 댓글 남겨주시고 사랑해요.^^ 은수가 끌리시는군요. 취향이 이상하시다니요, 당연하답니다. 은수는 조금 제멋대로이긴 해도 분명 멋진 남자니까요. 게다가 가장 남자다운 캐릭터에요! 앞으로 은수의 활약 기대해주세요!^^
여울이는욕심쟁이 훗훗훗 ㅋㅋㅋㅋㅋ 시현이왠지끌리네 난 지적인남자가좋터라 ㅋㅋㅋ
여울이가 욕심쟁이라....ㅎㅎ 근데, 제가 남긴 코멘트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뭐, 그래도 모두가 여울이와 한 번씩은 엮일테니, 방법이 문제이긴 하지만; 세 남주가 다 여울이를 사랑하게되는 일명 신데렐라 소설은 아니랍니다. 참고해주시구요! 쪼지입니다님은 시현이가 끌리시군요! 그럼요, 시현인 지적이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니까 충분히 좋아하실만 해요!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왠지 은수가 끌려여ㅋㅋㅋ
오오, 파란시간님의 라이벌(?)이시네요!ㅎ 은수가 끌리신다니··· 은수가 불량해도 좀 매력적이긴 해요. 저도 소설 한 편 한 편 써갈수록 은수의 매력에 빠지니까요. 위험합니다.ㅜ 암튼,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아아 정말 재밋는소설입니다!ㅋㅋㅋ
와, 너무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한 편 올릴때마다 전 긴장으로 두근두근.ㅠ 힘이나네요.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저도 왠지 은수가 끌리는데 ㅎ
와, 이로써 은수가 영광의 1위를··· 물론 현재까지 입니다만. 은수가 인기쟁이네요.^^ 강렬한 첫등장이었지만, 딱 두 대사만 날렸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지안이도, 시현이도 두루두루 사랑해주셔요.ㅎ 소중한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은슈!!!!!!!!!!!!!!
와와, 은수의 인기가 엄청나네요!ㅎ 하지만, 다른 남주들도 사랑해주세요.^^ 소중한 댓글 너무 감사드리구요, 사랑합니다.
오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군용~~ 작가님 화이팅~~
네, 3장엔 시현이가, 4장엔 은수가(비록 이름은 아직 안밝혀졌지만) 새롭게 등장했죠.^^ 이로써 모든 주인공들이 등장했고, 앞으로 갈등이 시작될거 같습니다.ㅎ 매번 너무 감사드려요. 너무 행복하답니다. 힘도 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