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사/모 게시판관리 운영자 동치미 군입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땅의 '한국인'들은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냉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지요...
저는 냉면에 대해선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물냉과 비냉을 제외한 나머지 "冷" 면들은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먹기야 먹지요.. -_-)
아무래도 요즘은 열린 사회인데다, 다양성과 객관성에 기초한 사고가
통용되는 시대인지라.. 그렇질 않은 모양인가 봅니다.
막국수 류나 칡냉면 류 등을 '냉면' 이라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
냉면의 범주가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겠죠.
직접 사리를 뽑고 육수를 끓인다는 것,
냉면의 기초를 이루는 요소들을 제대로 갖춘 맛집이 과연 얼마나 될지.
매운 다진양념(다대기(또는 다데기)는 일식 표현으로,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 아시나요..?)을 위주로 만들어내는 냉면의 경우, 그 생성 연원을 따져볼 때 해방 이후의 남한에서 연유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제가 가리키는 냉면은 이북식 비빔냉면의 정도를 벗어난 빨간 냉면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특정 지방의 비빔밥에 그 지방의 이름을 붙여 'XX 비빔밥' 이라고 하면 전주 비빔밥의 아류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체 뭘까요. (단지 예를 들었을 뿐입니다)
지역적 특성상 북쪽에서 태동하고 발전할 수 밖에 없던 냉면이
남쪽의 풍토로 개량되었다면, 그것도 아류일 것인데도 말입니다...
뭐, 지역갈등을 일으킬 목적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차가운 면이라면 무조건 냉면으로 명명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기에, 그냥 끄적여 봅니다.
제 입장이 이렇듯, 다른 분들께도 그분들만의 인지 정도가 정해져 있겠죠.
즐기십쇼.
다만,
냉면은 여름 음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드시는 소양 있는
냉사모인들이 되셨으면 좋겠군요.
"냉면의 계절인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냉면 한그릇 어때요?"
식의 코멘트는 지양해 주셔야.
냉면은 더위를 씻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추위 속에서 찬 음식의 묘미를 느끼기 위한 것이니.
아, 덧붙이면,
냉면이 대체 무언지 궁금하신 분은
고깃집 가서 냉면을 먹는 일은 삼가하시고,
냉면집 가서 고기 먹는 걸 즐겨 보시길.
사뭇 다를 테니 말입니다.
제가 워낙 시비를 잘 거는지라,
글이 조금 무뢰하군요.
하지만 요샌 (제 기준에서 볼 때) 냉면이 아닌 면을 정말 감칠맛나는
냉면이라 소개하는 글만 봐도 더위가 두 배가 되는군요.
뭐,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냉면의 정의를 내리는 일따윈, 별 것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냉면은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밖에서부터 오는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안에서 돋아나는 번식력 좋은 잡초들에 의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