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수류(東園垂柳), 조중묵(趙重默),
1886년, 지본 담채, 최초 공개
동원수류(東園垂柳, 동쪽 언덕에 버들이 드리워지다) : 조중묵(1820~1894)
동원수류(東園垂柳), 조중묵(趙重默), 1886년, 지본 담채, 최초 공개
남종화풍 정형산수에 뛰어났던 조선후기 화가인 조중묵이 1886년에 그린 부채 그림이다.
東園垂柳徑 西堰落花津 - 동쪽 언덕엔 버들 드리워진 오솔길, 서쪽 방죽엔 꽃 흩날리는 나루터.
物色連三月 風光絶四隣 - 물색은 삼월까지 이어지고 풍광은 온 인근에 이르렀구나.
鳥飛邨覽曙 魚戱水如春 - 새들은 마을의 새벽녘을 바라버며 날고, 물고기는 봄과 같은 물을 희롱하고 있네.
初晴山院裏 何處染囂塵 - 맑게 갠 깊은 산원(山院) 안, 어느 곳이 떠들썩한 속세로 물들었는가. *囂(들렐 효)
화면 상단에 적힌 시는 초당(初唐) 시인 왕발(王勃)의 <봄이 한창인 교외에서[仲春郊外]>를 옮겨 쓴 것이다. "맑게 갠 깊은 산원(山院) 안, 어느 곳이 떠들썩한 속세로 물들었는가"라는 시문을 통해 속세를 벗어난 한적한 봄날의 정취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완연한 봄이 되면 버들은 눈부신 황금빛으로 단장한다. 대지에는 푸르름이 짙게 깔렸고, 언덕을 치장하듯 황금빛 버들이 곳곳마다 무성하기만 하다. 그 사이로 난 오솔길 따라 다홍빛 물든 적삼을 걸친 산객(山客)이 발을 옮기고 있다. 지팡이 짚고 걸음하는 곳은 저 앞 산허리에 자리한 작은 산원(山院)일 것이다. 작은 부채 화면 속에는 봄빛 머금은 황금 버들로 뒤덮인 어느 봄날의 고요한 산속 정경이 담겨 있다.
19세기 화원(畵員) 출신인 운계(雲溪) 조중묵은 전통적인 남종문인화풍(南宗文人畵風)을 기반으로 청대 말기 사왕화풍(四王畵風)을 수용하고 먹과 안료의 농담 조절을 통해 마치 수채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산수화풍을 이룬 화가로 평가된다. 짧은 피마준(披麻皴)을 반복하여 규칙적으로 쌓아 올리듯 표현한 언덕, 맑고 산뜻한 색조로 풀어낸 산과 수목 등 표현들은 주로 그가 만년에 제작한 산수화에서 많이 확인되는 양식적인 특징이다.
'병술년 봄날에 그렸다[丙戌春日寫]"는 관서가 남아 있어 1886년 봄날을 맞이한 조중묵이 왕발의 시를 빌려 선면에 풀어낸 시의도(詩意圖)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