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주능선 종주기
■ 날짜 : 2011년 5월 15일
■ 날씨 : 맑음
■ 산행 길 : 성삼재▶노고단고개▶삼도봉▶연하천산장▶벽소령산장▶ 세석산장▶장터목산장▶천왕봉(1915m)▶중산리
■ 산행거리 : 약 33.4km
■ 산행속도 : 약간 빠르게
■ 산행시간 : 7시간20분(천왕봉까지.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 함께 한 사람 : 백두대간 산악회원과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지리산 주능선 당일 종주를 아주 어렵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박 2일 또는 무박 2일. 또는 2박 3일을 지리산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지요.
물론 저도 어렵고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두렵지는 않지요.
그것은 많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구요.
약 10년 전. 한창 산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무렵,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의 나의 사부님(조광래)과 이현원님 그리고 이현원님의 부인께서 철없는(?)저를 데려다 지리산 성삼재에 풀어 놓았었지요. 제가 성이 강(姜)씨(氏) 입니다만 강아지는 아니거든요.
지리산 주능선을 12시간 내에 종주해야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된다면서 저를 달콤하게 유혹하고선 채찍으로 내 몰기 시작하였답니다.
경험이 없던 저로선 먹을 것 잔뜩 챙기고, 무거운 카메라도 목에 메고. 물도 가득 담았었지요.
배낭무게가 10kg은 넘은 것 같습니다.
하여튼 개장수에게 개가 끌려가 듯 저도 끌려가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나도 프로가 된다는 설렘에 힘든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었답니다.
임걸령을 지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리주능선을 종주 할 때 힘들다는 핑계로 생략을 하는 반야봉도 오르고.......
하여튼 반 초주검으로 세석산장에 도착을 하여 천왕봉으로 가느냐? 마느냐? 의 갈림길에서 결국 몸은 죽고 정신만이 살아있는 시체를 이끌고 약 12시간 만에 천왕봉을 올랐었지요.
그 때 그 희열! 감격!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지요.
그것이 아직 제 인생에는 커다란 힘으로 존재하고 있답니다.
그 후로 전 매년 한번 이상은 지리산 주능선을 벗 삼아 여행을 즐기고 있고, 컨디션 좋을 때는 지리산 주능선을 왕복(성삼재-천왕봉-성삼재)으로 13시간대에 주파하기도 한 적이 있기도 하답니다.
오늘의 지리산 주능선 산행의 목적은 일 년에 한 번 이상을 해야 하는 숙제도 해결하고, 5월 28일 나의 무박 서바이벌 산행 중 가장 긴 거리를 종주해야 하는 지리산 태극종주(약 90.3km.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리 사리마을-웅석봉-밤머리재-천왕봉-성삼재-바래봉-전북 남원시 인월면 구인월 마을)에 도전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진행하기로 하였답니다.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회이며, 꽤나 명성이 자자 하지요. 전 오른쪽에서 열번째 하늘색 티에 고글을 쓰고 있지요.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별 없습니다. 멀리 노고단 통신탑이 머리를 내 밉니다.
노고단 고개의 돌탑입니다. 언제나 저곳에 있기에.....
노고단의 진달래가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하고 노고단 정상부는 벌써 햇살을 바라봅니다.
내가 지리산 중에서 가장 좋아 하는 곳! 반야봉.
오늘도 반야봉은 예쁜 엉덩이를 부끄러운 듯이 살짝 드러 냅니다.
경남과 전남.전북이 마주 하는 곳!
내 막대기는 쉬어 가자 합니다.
피어 질 꽂이라도 기어이 피었습니다.
좋은 나무판도 아니지만, 천재 글쟁이가 쓴 글도 아니지만, 글 속에 나타난 의미는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지다.
그래! 이 맛이야.
반야봉의 엉덩이는 서서히 멀어만 가고......
이내 몸도 이제 다가 설 지리 천왕을 향해.......
아! 천왕이여! 중봉이여!
돌머리에도 나무는 자라고....
지리의 모든 산장이 라푸마로 도배되고......
그냥 그대로 지리의 산장으로 남아 주었으면.....
선비샘은 산객이 선비가 아니드라도 무한정 리필하니 과연 선비샘이로다.
난 저곳으로 가야 한다. 저곳이 이곳으로 올 수 없기에....오셔도 아니되기에....
세월과 자연.
멀어져만 간 반야봉의 엉덩이는 변할 줄 모르고..........
노고단과 함께 지리산에서 가장 많이 훼손 되었던 세석!
지금은 나무도 자라고, 꽃도 피고, 새들도 노래 부르고......
지리산의 봄은 아직 한창입니다.
촛대봉에 양초를 꼽을수 있을까요?
위험천만!
장터목엔 장은 서지 않고 산객들만......
서 있는 것! 앉아 있는 것! 누워 있는 것!
한국이라는 이름이 새겨지기까지 지리산 주인장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지?
경남도 전남도 모두 한국땅 인데....
그대가 있어 우리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으로.......
칼바위! 옛날에는 태조 이성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안내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용히 칼만 갈고 있답니다.
시쳇말로 허우천을 모르고서 지리산을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그는 지리산에서 무었을 깨달았으며, 무었을 얻었으며, 과연 지리의 산신령이 되셨는지?
무었 때문에 가정도 버리고 지리산을 택했는지?
가끔은 그에 대해 공부도 해야 겠지요.
이젠 더 갈 곳이 없어 맥주 두병 나발을 불고 지리의 품속을 빠져 나옵니다.
첫댓글 28일 지리태극종주 전초전으로 가벼운 몸풀기 산행 이네요.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아름다운 지리주능선길에 봉긋한 진달래가 무척 애처롭구요
수고 많으셧구요 토요일날 봐요
주능은 아직 봄이군요. 진달래꽃이 좀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주 지태종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눈물이 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