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극락과 천국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마치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언제 폭풍을 만나 좌초하거나 침몰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바다가 잔잔할 때는 순풍을 타고 돛단배처럼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는 이상향을 극락이라 하고, 그리스도교에서는 천국이라 부른다. 그곳은 근심과 걱정이 없고, 평화와 자유가 충만한 세계로 믿어진다. 사람들은 삶을 마친 뒤 그곳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이 땅에서의 삶을 악을 이기고 선을 실천하며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긴다.
그러나 경전을 살펴보면 극락과 천국은 죽음 이후에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이미 이 땅에서도 맛볼 수 있는 삶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경주의 불국사는 이 땅에 부처님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자 세워진 사찰이다. 또한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셨다. 완전한 나라는 아직 이루어져 가는 과정이지만, 그 시작은 이미 우리의 삶 가운데 와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자녀를 낳아 기르고 교육하며 출가시키기까지 기쁨도 있었지만 힘겨운 날도 많았다. 이순을 지나 현직에서 물러난 뒤 제2의 인생을 맞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그때 선택한 길이 신앙과 문학이었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믿음을 더욱 굳건히 했고, 삶의 체험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십여 년 동안 꾸준히 습작한 끝에 문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제 글쓰기는 하루도 빠질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산문이 삶의 기록이라면 수필은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문학이다. 내가 쓴 글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기쁨은 또 다른 행복이 되었다.
라우어에서의 삶도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바다를 향해 배를 띄우는 마음처럼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은 편안한 삶의 터전이 되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정상에 섰을 때 느끼는 기쁨처럼, 새로운 삶에 적응한 지금은 감사와 행복이 마음을 채운다.
아침이면 함께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이웃과 웃으며 정담을 나눈다. 함께 식사하고 취미를 즐기며 타운 내 콘서트홀에서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시간도 많다. 서로를 배려하고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 속에서 황혼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돌이켜 보면 극락과 천국은 먼 훗날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감사로 살아가는 삶 속에 이미 그 모습이 담겨 있다. 지금 내가 머무는 이곳 라우어에서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오늘이야말로 나에게는 작은 극락이며 작은 천국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오늘을 감사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피어나는 선물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