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늦은 시간인데도 잠이 오지 않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한 프로그램에 리모컨을 고정했다.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몇 명이 출연해서는 특정 분야의 사부(스승)의 집을 찾아가는데 사부에게서 인생의 고견을 듣는다는 취지였다. 음악에 일생을 건 사부에게서 음악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배우고, 탤런트로 수십 년 활동한 사부에게서 삶의 한 모퉁이에서 진득하게 체험한 귀한 가치를 배우고, 어느 가수에게서 온 가족이 더불어 봉사와 기부하는 삶의 긍정적인 자세를 배우는 등 각각의 사부에게서 교훈을 배우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번에 출연한 강형욱 소장은 애완동물 천만 명의 시대에 수많은 애완견을 기르는 집에 찾아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망한 애완견과의 문제를 단번에 처리해주는 것으로 유명해 일명 `개통령`이라 불리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수년간 방송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간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개시해 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당 딸린 넓은 집에서 사랑하는 여러 마리의 애견들과 살아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은 강형욱 소장의 집을 찾아가서 "이 방 하나를 친구를 위해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 하는데 "그 친구가 개예요 개"라고 하니 모두 놀랐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자신의 가난했던 훈련사 시절 어릴 때 분양받은 레오를 정말 끝까지 길러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여건이 안 돼 다른 곳에 보냈던 이야기를 불어놓았다.
처음 분양했던 소장님에게 돌아갔던 레오는 무럭무럭 잘 자라 경찰견에 차출돼 과학수대대의 보호 속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나오고, 겨울에는 방바닥에 난방이 되는 안락한 환경이지만 구조견의 특수한 활동을 위해 하루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두 차례의 훈련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집사부일체 출연진들과 강 소장은 차를 타고 부산의 레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레오를 만났고, 레오가 야산에서 인명 구조하는 훈련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실 그날 훈련은 레오의 마지막 임무였다. 강 소장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하고 야산에 숨어서 쭈그리고 앉아 있을 때 레오는 조난당한 강 소장을 냄새를 맡고 금세 찾아왔다. 그러나 강 소장과의 10여 미터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앞 발 한쪽을 절뚝거리고 있을 때 과학수사대에서 레오를 책임지고 있는 핸들러 경위가 급히 달려와 레오의 아픈 발을 한동안 마사지하자 다시 걷게 됐다. 레오는 한달음에 강 소장에게 달려가 그 앞에서 `컹컹` 짖으며 조난당한 사람을 찾았다고 알렸다.
모든 임무를 완전하게 소화해낸 레오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과학수사대 강당에서 레오의 은퇴식이 있었다. 8년 동안 야산이나 강이나 바다에서 숱한 구조 활동을 펼쳤던 레오의 활동상황이 찬연하게 드러났다. 본능적인 예민한 후각기능으로 시신을 찾기도 하고, 마약을 탐지하고, 조난당한 사람을 발견해냈다. 이제껏 친자식처럼 레오를 길렀던 경위는 "그 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 잘 살아라"고 레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애써 눈물을 감추었다. 강형욱 소장도 "가난해서 지켜주지 못했고, 다시 만나길 고대했는데 이렇게 뜻을 이루니 남은 시간 행복하자"며 애틋하면서도 훈훈한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레오는 낯선 환경에 처음에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했다.
눈뜨면 훈련하고, 눈뜨면 훈련하는 반복적인 생활에 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임무가 사라진 공백상태는 진공상태와 같았던가. 할 수 없이 강 소장은 끈으로 레오를 묶어두었다. 그리고 며칠 사이 이제 레오는 완전히 적응을 마치고 예전의 레오로 돌아갔고, 어릴 때 같이 뛰놀았던 애견들과 조우하면서 잘 어울리고 있었다. 경찰견은 아무리 많은 훈련으로 완벽하게 준비해도 구조현장에서 갖가지 난제를 만나기 때문에 다치기도 하고, 사망하기도 하고, 병들기도 한다. 레오의 동료 한 마리는 임무 도중 독사에게 물려 맹독으로 죽기도 했다. 그래서 무사히 은퇴하기까지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친 레오는 주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게 됐다. 차제 국가를 위해 차출돼 임무를 마친 레오 같은 특수 목적견들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법이 시행되기를 희망하며 필자도 십년간 애완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글을 쓰면서 레오의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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