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아침 포항 여관방.
심한 갈증으로 인해 눈을 떠보니 벌써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다. 빈 맺주 패트병 하나가 굴러다니고 아이스크림 빈 봉지며 땅콩 부스러기며
빈 캔음료와 그리고 맥주를 따라마신 흔적이 역력한 잔들....
어젯 밤 여관방에서까지 술판을 벌렸다는 이야기인데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내 기억의 필름은 2차로 갔던 가요주점 룸에서부터 끊겼으니까. 취중에 실수는 없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데미안 누님께서 올려놓으신 사진에서 확인해 보니 엄청 망가지고 있었으니 아! 이 추태...
부끄럽다. 술이 웬수여!
이곳에서 술판을 벌렸다면 율빈님까지 왔음이 분명하다. 로미오는 원래 술을 싫어하니까.
냉수나 한 잔 마실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반쯤 마시다둔 맥주 패트병이 있는게 아닌가?
잘됐다싶어 아침부터 한 잔,한 잔 마시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안주삼아 먹으라고 아이스크림도 두 개씩이나 거기 있었으니.
아침뉴스나 볼려고 TV를 켜니 이런이런!
아침부터 TV브라운관에서 웬 두 년놈이 홀라당 벗고 끌어안고서 난리부르스다. 날씨도 더운데.
아마도 간 밤에 로미오가 성인채널에 TV채널을 맞춰둠이 틀림없다. 율빈님이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눈요기나 실컷하라는 친구의 배려일까? 아니면 약올라 죽어버리라는 악동의 심보였을까? 정말 못말리는 로미오다.
계속 보다간 정말 약올라 죽을 것 같아서 뉴스채널로 돌려버리고 다시 남은 맥주를 마셨다.
마시다보니 양이 안차서 근처 24시 편의점에 가서 패트병 맥주 하나를 더사와 마셨다.
그렇게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8시차는 놓치고 말았다.
삐리릭~~~ 휴대전화가 걸려온다. 받으니 율빈님 전화. 어떻게 계시는지 궁금해서 전화한단다. 이런,고맙기도 하지.
"아! 지금 8시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했다.
아직도 포항에 있다하면 아무래도 율빈님이 신경쓰일 것 같애서....적당한 거짓말은 외삼촌보다 낫다했던가.
2.못말리는 데미안누님
이제야 이야기하는데 포항모임 공지를 올렸을 때 회비 2만원 준비하라고 했다고 데미안누님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회비 이야기는 당장 지우라고 하셨지만 한 사람에게 부담시키는 일은 부당하다고 우기며 끝내 수정하지는 않았다.
말씀의 뜻은 데미안누님께서 접대하시겠다는 뜻인데 허구헌날 데미안 누님께만 부담케하는 것은 해도 너무하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데미안누님께 미움타며 강행하고 모임날 횟집에서 우리님들께 2만원씩 우려냈는데...그랬는데.
막상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려는데 데미안누님께서 벌써 계산을 끝냈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황당할 일이 있나.
하여튼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으려는 그 성격은 정말 못말리겠다. 승이리가 졌다.
방법은 다시는 모임에 나가지 않는 일 뿐이다. 여러분들도 데미안누님이 참석하시는 모임에는 절대 나가지 마시길.
끊어진 기억의 필름을 어제 오후에 로미오로부터 돌려받았는데 2차 가요주점을 끝내고 3차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갔다는데
이건 도대체 기억이 없다. 완전히 삭제된 상태로 그저 미지수일 뿐이다.
그러면 대구로 돌아가는 님들에게 제대로 인사나 나누었는지 모르겠다.
2차는 로미오가 또 계산을 하고(계산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회비로는 그저 저녁식사값이나 치루고 약간의 남은 돈이있어
내 숙박비를 계산했단다. 데미안누님께서 남은 돈으로 승이리의 숙박비를 계산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는지
아니면 로미오가 단독으로 공금을 횡령하여 내 숙박비를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에 내 지갑을 확인해 보니 여행경비가 줄지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취중에 그만 내 숙박비를 계산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구나하고 후회만 했다.
못말리는 데미안누님과 로미오. 사람 미안하게 만들지 마시길!
3.못말리는 울산 여친네들
뭉그적거리다 보니 11시 광주행도 놓치고 말았다. 다음차는 오후2시 차.한참 더울시간인데.
그거라도 타고갈 요량으로 12시 넘어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죽여준다. 포항날씨.
막상 바로 광주로 가자니 어딘가 찔리는 구석이 있다.
사실, 목포-포항,울산,대구는 좀 어려운 길이다. 광주에서 환승을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으로.
울산에 가면 좀 친한 척하는 여친님들이 있어 기왕 동해남부선에 오면 인사라도 하고 가는게 도리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녀들도 승이리가 포항에 떴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포항까지 와서 울산도 들리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좀 섭섭하지 않을까?(순전히 승이리 혼자만의 생각)
왜냐면 그녀들이 광주까지 와서 그냥 가버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왕삐질이 승이리 분명 삐질삐질함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 많이 갈등을 했다. 그냥 집으로 튀어? 들렸다 얼굴이라도 보고 가?
울산에 가든 안가든 일단 전화나 해보자. 전화를 하니 내가 포항에 떴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울산발 광주행 막차가 오후7시까지 있으니 울산에 와서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란다.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라'는 말이 하도 고마워서 광주행을 잠시 미루고 울산행에 몸을 실었다.
'그래,국수 한 그릇이라도 어찌 남편들의 노동의 댓가인 피같은 돈을 쓸 수 있게 하겠는가.국수 한 그릇 내가 산다.'
그렇게 울산에 건너갔다.
▲조금 덜 악동 '정원이' 친구.
울산터미널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정원이 친구가 승용차를 몰고와 기다리고 있었다.
정작 내가 전화를 한건 경자 친구였는데....
흐흐흐.... 이 친구 머리썼군! 자기 차 기름 아낄려고 정원이 친구를 보냈구나.....
정원이 친구 옷가게에 가니 경자친구는 거기서 선풍기 바람 솔솔 쐬고 있었다. 이런 나쁜!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정원이친구 가게에서 팥빙수를 시켜먹으면서 노닥거리고 놀았다.
나는 팥빙수보다 소주가 더 좋은데.... 그러나 참자. 경자친구도 술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기위해 울산 고속버스터미날 근처로 나갔다.
음식점에서 경자친구는 내 의견도 묻지않고 바로 생선회를 주문했는데
그건 육식을 싫어하고 생선요리를 좋아하는 내 식성을 알고있는 까닭으로 그러했으리라.
안주도 좋으니 어찌 소주 한 잔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경자친구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얼른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소주 한 병이 좀 아쉬웠지만 그쯤에서 그치기로 했다. 아무리 친구사이라 해도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되겠지.
생선회에 술과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어느 새 정원이친구가 잽싸게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럴려고 울산에 온 것이 아닌데.....
고속버스터미날 대합실에서 내가 잠깐 헛눈을 파는 사이에 경자친구는 어느 새 광주행 버스표를 사들고 왔다. 이런! 이런!
데미안누님이나 울산 여친네들이나 경상도 아짐씨들은 왜 이리 선수치기를 좋아하는지. 정말 못말리겠다.
▲진짜 악동 '경자'친구.
지난 해 초여름 무렵에 울산에 놀러간 적이 있어 하룻밤을 그곳에서 묵게 되었는데
경자친구가 꽤나 비싼 여관에 숙소를 잡아주고 여관비까지 번개처럼 계산한 일도 있어
나는 아직까지도 그 일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움으로 남아있는데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치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랴! 선수를 빼앗긴 내 잘못인 것을.....
그녀들에겐 아직도 미지의 땅인 목포를 머지않아 한 번 놀러오겠다니 그때나 톡톡히 복수할 수 밖에.
비록 우리가 사이버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으리라.
우리들의 좋은 우정이 가급적이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우리들의 자식들이 결혼할 때가 되어 서로의 자식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오고갈 수 있는 그날까지만이라도.
▲경자친구는 그 날도 여전히 바지 차림이었다.
사실 나는 이번까지 그녀들을 여섯번을 만났다.
"뭐? 여...여섯번씩이나 만나? 년놈들 어쩐지 수상한디?" 이렇게 통속적으로 생각하지는 마시라.
뭐....오랫동안 이야기를 좀 나누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성격이나 인생관을 피상적이나마 알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코드가 맞아 목욕탕이나 여관엔 함께 갈 수 없지만 여행쯤은 함께 떠날 수 있는 친한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을 뿐,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섯번을 만났지만 나는 경자친구가 치마 입은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경자친구의 바지 미스테리.....혹시 다리가 남자처럼 거시기가 거뭇거뭇 박혀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에 또 바지를 입고 나타나면 그때는 바지를 확 벗겨버려야지! 아이고 큰일 날!
"바지를 벗겨버려야지"가 아니고 바지를 후다닥 걷어보아야지!ㅋㅋㅋ.....
■배경음악으로 들어보는 안재욱의 <친구>
이 노래에는 그녀들과 추억 하나가 묻어있는 노래다.
승일님, 울산친구들이 하나같이 믿음직 스럽게 듬직해보여서 편해 보입니다..이렇게 곳곳에 반기는 친구있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이 부럽겠어요,..못말린다하시지만 승일님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아시지요?..ㅎㅎ.정님,.지옥에서 살아 남으셨으니 고생만 드린 것 같아 미안해 집니다..컴보다 몸부터 추스리시기를,
형님 후기 잘보고 갑니다 무척이나 행복했을것같읍니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 준서는 오래도 휴가를 반납해야할것 같읍니다 어머닐 혼자두고 어딜 가기가그래서요 그냥 어머니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나 한바퀴 산책이나 해야겟읍니다 밤하늘 별도 보고 .. 나무냄새도 맡아보고 ..
첫댓글 우찟기나 잘 갔구만...내 컴이 고장이야 여긴 pc 방...컴 고치고 나서 보자고...ㅎㅎ
승일님, 울산친구들이 하나같이 믿음직 스럽게 듬직해보여서 편해 보입니다..이렇게 곳곳에 반기는 친구있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이 부럽겠어요,..못말린다하시지만 승일님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아시지요?..ㅎㅎ.정님,.지옥에서 살아 남으셨으니 고생만 드린 것 같아 미안해 집니다..컴보다 몸부터 추스리시기를,
승일님 얼마동안은 또 마음 곳간 든든하시겠네요~~~^^* 정님 더위에 그정도로 손드실줄은?ㅎㅎ 뎀님 방학동안 많이 드시고...푹 쉬시고....
서로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따뜻해요.^^ 더운에 따뜻한게 다 뭐냐고 하지 마세요!~~~ㅎㅎㅎ
형님 후기 잘보고 갑니다 무척이나 행복했을것같읍니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 준서는 오래도 휴가를 반납해야할것 같읍니다 어머닐 혼자두고 어딜 가기가그래서요 그냥 어머니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나 한바퀴 산책이나 해야겟읍니다 밤하늘 별도 보고 .. 나무냄새도 맡아보고 ..
이번모임에 총대까지 매시고 먼길 오셨는데..그냥 반가워한 일 외엔 아무것도 없네요 이긍..아직 제가 철이 없는지 아님 아직 누군가를 챙기는 일은 아뮤ㅜ래도 잘 못하는것 같네요..암튼 여전하신 모습은 좋았읍니다.
정은,뎀누님,송화님,메이님,준서님,천사님!.... 재미도 없는 제 긴글을 읽어보시고, 이 무더운 날에 타자치기도 성가실텐데 꼬리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포항의 더위 맛을 보고 덥다는 말은 하지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더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몸조심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