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읍내에 나가 자동차의 에어컨 가스를 주입하고 이발을 한다.
이발해 주는 이에게 피서를 어디로 가느냐고 했더니 아무 계곡이나 간댄다.
왕시루봉을 올라가는 길을 물으니 모른댄다.
페북의 친구 한분이 최근 문수골 중대마을에서 왕시루봉을 다녀왔다는 글을 본지라
중대마을 회관을 치고 운전을 한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등산로 입구만 찾아보고 계곡의 바위나 볼 셈이다.
문수사를 올라가기 이전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며 다리를 건너 문수중대마을경로당 뒤에 차를 세운다.
펜션안내판과 개가 지키고 선 집들을 지나 등산로 입구를 찾는다.
팬션마다 차들이 두셋 서 있는데 막상 길을 물어볼 사람이 안 보인다.
마지막 집에서 묶인 개 두마리가 요란하게 짖는 앞을 지나며 마당에 있는 남자에게 큰 소리로
왕시루봉길을 묻는다.
길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 올라간 적이 있다고 해도 없다고 한다.
공사중인 길을 따라 올라가봐도 온통 잡풀 우거진 숲이다.
내려오는데 저쪽에 오솔길이 있긴 한데 사람이 안다닌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멧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철이니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난 멧돼지의 공격을 받을 일이 없을 텐데 하며 찾아가보려다가 참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마을은 내려가며 끝집이 더 나타난다. 계곡 앞에는 평상이 여럿 있고 나무에 검은
가림막을 쳐 두었다. 여름 피서객 맞이를 제대로 해 두었다.
커다란 바위들이 서 있고 누르스름한 암반 위를 하얀 물이 흐른다.
물 가로 내려가 돌을 밟으며 위로 올라간다.
물살이 세어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거리가 멀다.
양다리를 길게 벌렸다가 힘차게 뛰어 넘는다.
기울어진 암반을 걷다가 깊게 패인 홀도 만난다.
장군목 요강바위처럼 둥굴고 깊은 홀도 만나고 넓게 돌아가는 이쁜 구멍도 만난다.
어느 구멍에는 둥근 돌멩이가 보이기도 한다.
바위를 걸으며 뛰어 넘다가 손을 잡고 오르기도 한다.
땀이 난다. 스릴이 넘친다. 물속에 들어가 건너편으로 왓다갔다고 하고도 싶은데
신발을 적실 용기는 없다.
30여분 물길 가를 건너뛰며 올라가니 처음 건넜던 다리가 보인다.
평상이 많은 다리 앞에 한사나이가 냄비를 씻고 있다.
바위 뒤를 돌아 누리장꽃인가를 찍고 가는데 그 사나이가 옷을 입은 채 물에 들어가
온몸을 담근다. 나도 돌아와 옷 하나만 남기고 물에 들어간다.
나주가 고향인데 2년 전 물이 좋아 팬션을 사 들어왔댄다.
2년 동안 고생하고 이제 막 손님을 받았는데 예약이 많댄다.
4우러부터 물에 담그며 씻는데 물이 부드러워 머리카락도 더 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물이 참 부드럽다. 그리 차지도 않아 자꾸 물속에 잠기는 그를 따라 나도
머리까지 잠수를 한다. 하얀 물줄기가 쏟아지는 옆에서 허리까지 올라오는 물속에서 노니 재미있다.
성수기때는 비싸서 못 올 것 같고 비수기 때 한번 오겠다고 헛약속을 하며 돌계단을 올라온다.
내려오면서 동쪽 하늘의 구름이 분홍으로 살짝 물들어 가는 걸 본다.
저수지 너머로 내가 일하는 동네를 보면서 운전한다.
피서를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