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2월 한동안은 엔진톱과 함께 해야할 듯...
2023년 2월 8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열여드렛날
입춘이 지나고나니 눈에 띄게 해가 길어진 듯하다.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동이 트고 오후에도 늦게
해가 서산으로 진다. 확실히 절기는 못속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절기상으로는 봄이 왔다지만 현실은
아직도 겨울에 머물고 있다. 아침으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산골의 날씨다. 오늘은 영하 9도,
모처럼 한 자릿수에 머문다. 이제 더 이상의 한파나
많은 눈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모레쯤 꽤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이다. 차라리 눈이 나을 것 같다.
이 시기에 겨울비가 내리면 영하의 기온에 얼어붙어
산중턱에 사는 우리에게는 아주 좋지않은 악조건이
되기 때문이고, 이맘때 내리는 눈은 히마리가 없어
잘 녹아 고생을 덜하게 되는 것이다.
전날에 이어 어제도 엔진톱과 함께하는 하루였다.
중앙통로, 펜션 뒷쪽, 밭가, 절개지 등에 자빠뜨려
놓은 나무가 상당히 많다. 서있을 때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지만 베어놓고보니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나무 베는 일은 힘들고 위험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잔가지를 자르고 나르고, 통나무를 토막을 낸 다음
장작을 만드는 뒷일 또한 여간 힘들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바삐 서둘러 해야하는 일은 아니지만 일을
놔두고는 못보는 촌부 성격이라 어서빨리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느리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일이
생기면 행동보다 마음이 더 급해지는 것인지 원...
어찌되었거나 2월 한동안은 엔진톱과 함께 해야할
듯하다. 그래서 어제 아침나절부터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장날이라며 장에 다녀오자고 하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장평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한 그릇씩 먹고 왔다. 체구가 작은 촌부는 곱배기를
먹어 식구들이 놀랬다. 어디로 다 들어가느냐며...
오후에는 우리집 입구에 있는 팥배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가지가 자라 늘어져 둘째네 통행은 물론이고
건물 가까이 까지 자라 지장을 초래하여 아예 베어
낼까 하다가 수형도 좋고 봄날 하얗고 예쁘게 피는
꽃이 좋아 그냥 두고 가지치기만 하기로 결정했다.
높아서 사다리까지 동원하여 이서방과 함께 작업을
해야만 했다. 높은 곳은 엔진톱을 사용할 수 없어서
장대톱과 작은 톱으로 자르다보니 꽤 힘이 들었다.
그래도 둘이 힘을 합쳐 나름의 생각대로 잘 되었다.
정리하고 나서 살펴보니 나무에 상처를 낸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랬다. 우리 편리하자고 나무에 상처를
낸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말을 못하는 나무라
하더라도 가지가 잘려나가는 것도 그렇고 흔적으로
남은 상처가 아물기까지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산골에서 살다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산다. 가능한 있는 상태 그대로 또한
생긴 모습, 자라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놔두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있지만 그게 그렇게 잘 안된다.
나무는 힘이 들겠지만 이기심으로 가득한 우리들은
너무 깔끔하고 보기가 좋다고 하면서 흐뭇해 한다.
이런 것이 촌부의 산골살이라고 해야겠지?
첫댓글 살살 하세요~
아직도 눈이 소복히 쌓였네요
톱질하세요
언제까지라도 1년을 지난후에는
다시 땔감을 만들고 준비하는 자연의 삶.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