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본 스토리》와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번 여행을 하기 전에 본 영화는 《리스본 스토리(Lisbon-Story), 1994》와 《리스본행 야간열차(Night Train to Lisbon), 2013》다. 두 영화 모두 리스본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 《리스본 스토리》는 영상과 소리를 통해 리스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영화다. 이때 도시가 만들어내는 소음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 즉 파두(Fado)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용기와 사랑을 그렸다. 그렇지만 주인공들은 정치적 폭력의 희생이 되어 죽거나 왜곡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리스본 스토리》에서는 영화감독 프리드리히가 진정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음향기사 필립을 리스본으로 부른다. 필립은 자동차로 리스본에 가지만 프리드리히가 집에 없다. 필립은 프리드리히의 영화자료를 보고는 음향장비를 들고 리스본 도심을 쏘다닌다. 차들이 내는 소리, 자연의 소리, 교회 종소리, 빨래하는 소리 등 도시의 온갖 소음을 녹음한다. 필립은 리스본 뒷골목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마드레데우쉬(Madredeus)의 보컬 테레사를 알게 된다.
필립은 프리드리히를 만나게 되는데, 프리드리히가 영화에 실망하고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영상이 덧칠되어 있을 뿐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야.”사실 필립도 카메라로 그 도시를 찍기만 했지 본질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없어서는 안 될 영상을 마음으로 필름에 담으라”고 프리드리히를 격려한다.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리스본을 배경으로 촬영 작업에 들어간다.
이 영화는 리스본이 1994년 유럽의 문화수도가 된 걸 기념해서 만들어졌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 지루한 듯하면서도 리스본 구도심의 매력을 잘 표현했다. 더욱이 이 영화를 통해 그룹 마드레데우쉬의 사운드트랙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는데 기여했다. ‘기타라(Guitarra)’‘아인다(Ainda)’‘알파마(Alfama)’ 같은 파두를 통해 사랑, 우정, 슬픔, 환상 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 중 ‘아직도’ 라는 뜻을 가진 아인다가 타이틀 곡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 고전어 교사인 그레고리우스(Gregorius)가 출근하다 키르헨펠트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포르투갈 여인을 만나며 시작된다. 그녀가 남기고 간 옷과 가방에서 리스본행 기차표와 책을 발견하고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에서 아마데우(Amadeu de Prado)가 쓴 『언어의 연금술(Um ourives das palavras)』이라는 책에 매료되어, 아마데우의 옛 주소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마데우의 여동생 아드리아나를 만나, 아마데우의 삶을 하나씩 알아간다.
아마데우는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30년 전 혁명의 날(1974년 4월 25일) 동맥류(Aneurysm)로 죽어 리스본에 묻혔다. 그레고리우스는 그의 묘지를 찾아가다 자전거와 부딪쳐 안경이 깨지게 되고, 안과의사 마리아나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마데우와 저항운동을 함께 했던 삼촌 주앙을 그레고리우스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를 통해 아마데우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하나씩 알게 된다.
아마데우는 진리를 사랑하는 모범생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 연설에서 학교, 교회, 국가의 위선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운동에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에스테파니아(Estefânia)를 놓고 조르지와 삼각관계에 빠지고, 그녀를 구해 에스파냐로 피신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살라망카에 남고 그만 리스본으로 돌아온다. 베른의 다리에서 자살하려던 여인은 독재정권의 앞잡이인 멘데스의 손녀 카타리나로 죄책감에 자살하려던 것이었다.
아마데우의 삶과 죽음, 카타리나의 자살 시도 원인 등을 알게 된 그레고리우스는 베른행 기차를 타기 위해 리스본역으로 간다. 그때 안과 의사 마리아나가 역까지 따라와 리스본에 머물 것을 제안한다. 그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러나 그는 지루하다는 이유로 전처로부터 이혼을 당한 바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레고리우스는 기차를 탈까 말까 망설인다. 열린 결말이다. 둘이 결합되기를 관객들은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