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적자에 숨겨진 코드! 노무현과 사람사는 세상
(WWW.SURPRISE.OR.KR / 시다의꿈 / 2015-05-22)
*2012년 대선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 화제작 SBS 드라마 ‘추적자’는 현재도 여러 가지로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오늘은 지난 글(유사 파시즘이 가능한가?) ☜ 에 이어 이 드라마를 소재로 사람 사는 세상과 그곳으로 나아가는 길을 좀 더 추적해 보고자 한다. |
드라마 추적자에 숨겨진 코드! 노무현과 사람사는 세상!
1. 드라마 추적자의 화두와 노무현 데자뷰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백홍석의 딸 수정은 환영이 되어 나타나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아빠! 고마워. 아빠는 무죄야!” 백홍석의 눈가엔 미안함과 그리움, 고마움의 눈물이 흐른다. 아비로서 어린 딸을 지켜주지 못한 자괴감의 심연에 작은 위안의 미소가 퍼지면서 드라마는 그렇게 엔딩자막을 올렸다. 비록 법정의 판결은 유죄였지만 그의 양심은 무죄를 선언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문득 2009년 5월 어느 날 덕수궁 돌담길에 끝없이 줄지어 선 수많은 아비와 어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2009년 5월23일 새벽 여명. 노무현이란 국민이 키운 아들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6개월 동안 설치류 권력의 하이에나들이 그를 물어뜯은 결과이다. 그는 하이에나의 능욕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표표히 길을 떠났다. 아들의 마지막 말은 한 장의 유서로 남았다. “슬퍼하지 마세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누구도 원망하지 마세요. 저의 운명인 걸요.”
덕수궁 대한문에 놓인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수많은 아비와 어미들이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그들은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그해 봄은 처연히 피었다가 봉하의 산자락 아래에 묻혔다.
그날 이후로 세상은 둘로 갈라졌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고 부관참시를 끊이지 않는 짐승들과 그 아들의 꿈과 명예를 찾아주려는 수많은 백홍석과 같은 아비와 어미들로… 이 땅의 백홍석들은 이제 이 ‘짐승의 나라’를 뒤집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2.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을 넘어서는가?
다시 드라마 추적자로 돌아가자. 백홍석은 딸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딸의 명예라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전존재를 걸었다. 그와 그의 사람들은 이 사회의 지배체제 전체와 목숨 걸고 싸웠다. 그리하여 마침내 주범인 강동윤, 신혜라, 서지수를 법정에 세웠다. 이것으로 드라마 자체의 기승전결의 전개과정은 딸의 환영이 밝게 웃는 장면으로 완결되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게 그려낸 우리 사회의 부패한 권력구조의 실체는 드라마와 함께 종료하지 않는다. 이 사회의 정치경제 시스템 자체가 온존하는 한 제2의 백수연은 억울한 죽음을 당할 것이고 제2, 제3의 백홍석은 불가능한 사적인 복수극을 꿈꾸다 좌절할 것이다.
드라마는 좌절당한 현실의 불가능한 꿈을 그리고 있다. 시청자의 주관적 카타르시스는 그러나 현실의 벽에서 고개를 떨군다. 도대체 지배 권력의 저 철옹성을 어떻게 깰 수 있는가?
저들은 소수지만 사회가 창출한 자본을 독점하여 그것을 무기로 자신들의 왕국을 구축했다. 그리고 지난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그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똘똘 뭉쳐서 무슨 짓이든 다 할 기세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모든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이자 실질적인 이 나라의 주인이다. 헌법 1조에도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를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군림하며 통제한다.
부모인 국민을 종처럼 영구히 부려 먹으려한다.
정치민주화는 철마다 선거 시에 던져주는 투표용지 한 장으로 끝났다고 우겨댄다.
경제민주화는 불공정한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떡 하나 더 주는 게 다라고 우긴다.
그러나 정치민주화가 비록 그 과정은 험난해도 국민의 직접민주주의 실현으로 완성되듯이 경제민주화 역시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 자체의 소유권을 국민의 것으로 만드는 데서 완성된다.
대의제란 이름의 의회민주주의-사실은 독점자본의 금력에 좌우되는-는 그 단계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재벌체제의 개혁도 그것으로 모든 경제적 문제의 최종 완결판이 아니다. 아직은 먼 길이지만 우리는 그 길로 가고 있고 가야만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이렇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 세상이리라.
3. 그러면 우리는 이 ‘사람 사는 세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에 그 단서가 있다. 바로 정리하면 노무현님이 말씀하신 대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김대중님의 유지대로 그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각자의 인격적 양심에 따른 사회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시민의 조직된 힘’에서 ‘조직’이란 무엇인가? 이후의 연속된 글에서 더 상세히 논의하겠지만 이 조직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정당이란 형태도 있고 각종 시민단체도 있다. 또한 여러 인터넷 동호회, 카페등도 해당된다. 정당이 가장 위력적인 조직이지만 이것 하나로 다 포괄할 수 없는 다수의 시민이 존재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정당의 당원으로 시민단체의 회원으로 동호회나 카페의 회원으로 각자의 목소리와 힘을 조직하면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그 조직은 그 조직에 걸 맞는 민주적인 내부체계를 세우고 민주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사람 사는 세상의 미래상을 내부에 구현하기 위함이고 그래야 그 모델이 복제 확산 될 수 있음이다. 현실 수구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핑계로 조직을 소수가 사유화하고 소수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한다면 애초에 글러 먹었다. 이런 조직은 그게 정당이든 카페든 웹진이든 시민단체든 해체하는 게 낫다.
둘째는 이런 다양한 조직들 간의 유기적인 연대를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기득권 세력이 구축한 철옹성 조직을 비교해보자. 저들은 이익동맹체답게 독점재벌을 중심축으로 해서 행정, 사법관료, 보수언론, 종교, 문화단체 인사들로 체계적으로 조직되어있고 상명하달의 수직적 위계구조로 묶여있다.
우리는 비록 머리수로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개별적으로 산개되어 있고 각기 다른 이해와 차이로 산개되어 있다. 이는 우리 시민들의 조직이 이익동맹체가 아니기도 하고(우리 시민의 이익은 미래의 잠재적, 추상적 이익인 반면 기득권 세력은 현재의 구체적 이익이다.) 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주도세력이 부재한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런 느슨한 연대의 질서가 허약한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하나가 강고한 체계의 공룡조직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으나 다종다양한 생태계 자체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시민들의 수만 가지 조직된 힘은 어떤 기득권의 집요한 공세에도 결코 멸절하지 않고 장기전을 치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보다 큰 싸움 보다 긴 싸움에서는 우리가 이긴다.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단일한 수직적 질서 보다는 수평적 연대를 유지할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진보는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의하는 공론장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무선 와이파이가 그 공론장을 무한히 열어주고 있다. 이 소통의 장에 주저 없이 참여하여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는 일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각자가 고독한 수도자의 고립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의 망을 구축하게 되면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장기전을 중도포기하지 않고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4. 사람 사는 세상은 차별과 적대가 없는 원융의 대동세상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사회에서 수구기득권 세력이 비록 물질적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추적자의 서홍석 회장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이 그들도 진정으로 행복하지는 않다. 그들은 사람위에 올라서서 지배하고 명령할 줄만 알지 사람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도 그 누구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 권력과 금력의 끈이 떨어지면 그들 곁에 남는 사람은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은 서홍석 회장 같은 사람들을 저 허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서 저들도 짐승의 세계로부터 구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 옛 조선과 부여의 후예들이 꿈꾸었으며 요임금과 순임금이 실현하려했고 공자가 그토록 찬탄해하던 홍익인간의 대동 세상을 다시 이 땅에 구현할 것이다. 그 때 헤겔의 진짜 정신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니 그것이 바로 재세이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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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의 너럭바위.사진출처: 오마이뉴스 |
* 내일은 다시 노무현이다. 내일 김해, 진영의 봉하 마을에 갈 것이다. 그의 무덤에 무릎을 꿇고 밤새 그에게 봉하에 내려간 진짜 이유를 묻고 또 물을 것이다. 누구처럼 필요하다면 한 쪽 팔이라도 잘라서라도 노무현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댓글 고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