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6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86m) 정상 바로 아래 눈처마가 붕괴된 모습이다. 국제산악가이드협회(IFMGA) 가이드 비나약 말라가 촬영한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이즈음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이 심한 정체를 빚는다는 얘기는 이제 웬만한 이들은 다 아는 얘기가 됐다.
눈처마가 무너진 것은 줄지어 정상으로 향하는 수백명의 산악인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익스플로러웹이 24일 전했다. 말라 일행은 정상을 밟은 뒤 하산하는 도중 많은 이들을 허공에 매달리게 만든 위태로운 순간을 동영상에 담았다. 동영상에는 실제 눈처마가 붕괴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그 뒤 아찔한 상황을 담고 있다. 화질이 아주 선명해 병목 현상을 빚는 정상 릿지의 미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위 사진은 한 등반가가 눈처마 붕괴 직후 안전한 곳으로 내려서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라는 "에베레스트 정상 릿지가 내가 전에 경험했던 것과 다르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눈, 많은 눈처마, 바위 부분이 눈 속에 덮여 있다. 심지어 기후관측소마저 눈 속에 반쯤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을 밟은 뒤 우리는 힐러리 스텝을 건넜다. 흐름이 느려졌다. 그때 갑자기, 우리 몇 m 앞의 눈처마가 무너졌다”고 돌아봤다. 4명의 산악인은 순식간에 사라질 뻔했지만 로프에 매달려 스스로 빠져나왔다. "슬프게도, 두 산악인은 여전히 실종됐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북아일랜드 산악인 다니엘 폴 패터슨(40)과 그의 가이드 파스텐지 셰르파(23)이 정상을 밟고 내려오다 눈처마가 붕괴돼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서밋 릿지와 사우스 서밋 사이, 이른바 캉슝 페이스에서 중심을 잃고 허공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패터슨의 주검은 찾았는데, 파스텐지 셰르파의 주검은 확인되지 않았다.
말라는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 어쩌면 많은 이의 목숨을 구했는지를 설명했다. . “우리는 건너가려 했지만, 고정 로프를 따라 빚어진 정체 탓에 불가능했다. 많은 산악인들이 오도가도 못했고, 산소는 바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하산 루트를 뚫어냈고 하산 정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익스플로러웹은 이런 난감한 상황은 끊긴 로프 때문에 산악인들이 갇히게 되는 다른 산악사고와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브로드피크의 한 릿지에 고정한 로프가 끊기며 러시아 산악인 나스탸 루노바와 우리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던 사고와 상당히 닮았다. 두 사람 위에는 수십 명의 산악인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로프 없이 그곳을 건너갈 수 있을 만큼 숙련된 사람이 없었다. 여러 명이 동상을 입었다. 루노바는 구조됐지만 김 대장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는 훨씬 많은 이들이 있어 말라 등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다음날 캠프 4 바로 위에서 숨진 이가 있었다. 네팔 포카라 출신 비노드 바부 바스타코티가 정상을 밟고 하산하다 해발 고도 8300m 지점에서 숨을 거뒀다. 현지 일간 히말라얀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올 봄 시즌 에베레스트에서 목숨을 잃은 여섯 번째 희생자였다. 에베레스트와 위쪽 캠프들을 공유하는 로체 등정을 노리던 루마니아 등반가 가브리엘 타바라
를 포함시키면 희생자는 일곱 명으로 늘어난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