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자포스(Zappos)는 설립 당시부터 고객과의 대화에 걸맞은 조직 문화를 조성해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구축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포스의 콘택트센터는 여타 콜센터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콘택트센터 직원들은 고객 응대 시 준수해야 할 매뉴얼이 없다. 직원에게 자유재량권을 준 것이다. 직원이 하루 종일 한 명의 고객과 대화를 한 사례도 있고, 고객을 위해 다른 쇼핑몰에 들어가 정보를 찾아 구매를 도와주는 일도 많다. 종종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생일 축하를 해 주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이 회사의 매뉴얼에 있는 게 아니라 콘택트센터 직원의 자유재량에서 비롯된다.
자포스의 연간 매출액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아주 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규모 영세기업도 아니다. 자포스는 고객과의 대화창구로 콘택트센터를 활용했고, 이곳에 많은 투자를 했다. 콘택트센터 직원들은 정규직이며 사장 이하 모든 임직원이 콘택트센터 업무에 숙련된 사람들이다. 신입직원들도 모두 콘택트센터에서 상당 기간 근무해야 한다. 콘택트센터는 핵심 부서이지 변방 부서가 아니다. 자포스는 이벤트성 행사나 커뮤니케이션 활동보다는 고객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는 데 기업의 역량을 결집한다.
○ 종업원은 대화의 주체
대화는 생명체끼리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브랜드에 인격이나 감성을 불어넣고 아무리 의인화를 시켜도 생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대화는 종업원 개인과 고객 개인 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종업원을 통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체험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과 대화하려는 기업은 먼저 종업원에게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후에는 고객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줘야 한다. 종업원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습득하면 아무리 큰 재량권을 줘도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포스처럼 고객과 대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수백 명 있다면 실질적으로 슈퍼컴퓨터 시스템 이상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고객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기반을 둔 강력한 고객경영 체제는 비교적 낮은 초기 투자를 통해 확립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영업실적에 맞게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 자포스는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줬다.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고객과 같은 처지가 되어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와 빌 바워먼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육상선수로서 느낀 바를 반영해 잘 달릴 수 있는 기능적 운동화를 만들어 사업 번영의 기초를 다졌다. IBM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루이스 거스트너는 과거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였다. 거스트너는 IBM을 분사하자는 주위의 압력을 극복하고 고객 중심적인 영업을 이끌어 성공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는 재무나 관리통들이 주장한 분사가 이뤄지면 IBM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의 이런 판단에는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 재임 시절 경험이 한몫했다.
고객의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은 그런 경험 없이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할리 데이비슨 본사에 가 보면 주차장에서부터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배어 있다. 직원들 모두 할리 오토바이를 타지는 않지만 회사의 제일 좋은 주차 공간에는 오토바이만 세울 수 있다. 건물 내 사무공간에는 할리 고객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징물과 구조물이 가득하다. 직원들은 이것들을 통해 끊임없이 할리 고객과 문화적으로 소통한다.
○ 상호 호혜적 로열티 경영고객과의 대화에서 종업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종업원이 고객과 대화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으면 기업과 고객 간의 대화와 공감, 더 나아가서 상호 호혜적 로열티 경영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신의 기업문화가 고객과의 대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율성이 존중되는 문화에서 종업원은 고객과 진심으로 대화할 수 있다. 자율성은 종업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높고 역량이 뛰어날 때 위력을 발휘한다. 동기부여 수준이 낮고 역량이 부족한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율성이 존중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려면 일에 대해 동기부여 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고용하거나 훈련시켜야 한다.
종업원의 조직에 대한 헌신 역시 중요하다. 종업원이 헌신하게 하려면 기업도 그만큼 종업원에게 헌신해야 한다. 경제적, 비경제적 만족을 종업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종업원의 고용 안정을 꾀하면서 고객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검소하다. 꼭 필요하지 않은 데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CEO나 임원의 보수나 경비도 크지 않고, 직원들도 솔선수범해 절약에 동참한다. 자포스에서는 CEO가 직원들과 개방된 공간에서 마주 보며 일을 한다.
또 고객과 대화하는 회사의 종업원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늘 대화한다. 대화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다. 친구나 선후배를 대하는 느낌으로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한다. 대화에는 늘 재미나 즐거움이 곁들여진다. 스스로 대화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의 업무가 조화롭게 진행돼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대화가 많으므로 종업원 간 갈등도 파괴적이지 않고 건설적인 양상을 보인다. 갈등은 더 많은 대화를 낳고, 결국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
고객 지향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도 늘 정직하고 투명하다. 정직과 투명성이 기업 내에 잘 정착될수록 종업원들의 직장만족도는 높아진다.
사회교환적 측면에서 사업은 사람들이 번영하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첫출발이 대화와 공감이며 이 과정의 완결편이 상호 호혜적 로열티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주체는 곧 종업원이다. 따라서 종업원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이 실천되고, 로열티 경영도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