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사진단]
[시사진단] ‘헬조선’으로 가는 걸 두고 볼 건가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편집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요즘 번지고 있는 신조어 ‘헬조선’에는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20ㆍ30대의 냉소와 분노, 자조가 담겨 있다. 그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은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느낀다.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 세대’라는 표현도 나온다. 청년층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취업난이다. 올해 초 나온 현대경제연구원의 ‘청년 니트족 특징과 시사점’ 보고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05년 45.3%에서 지난해 40.5%로 4.8%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의 청년 니트족은 OECD 회원국의 약 2배에 이른다.
그들은 ‘수저론’을 얘기한다.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따라 자식들이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부모 덕으로 스펙을 쌓고 취업을 하고 사회적 지위와 재력까지 대물림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청년층의 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에 대해 ‘꼰대들의 노오오력 타령은 어딜 가나 다 있구나’라고 비아냥댄다.
지난 10월 말 우리나라가 헬조선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세청의 2000~2013년 상속세 자료를 분석해 추정한 한국사회 부의 분포도 논문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위 10% 계층에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우리나라 부(富)의 66%가 쏠려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인의 절반은 거지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의 논문은 ‘수저론’도 뒷받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자산에서 상속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속ㆍ증여가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에는 평균 27%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에는 29%, 2000년대에는 42%에 이르렀다. 2000년대에 한국인의 전체 자산이 100만 원이라고 치면 42만 원은 상속ㆍ증여로 형성한 것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의 자료는 상속과 증여로 쌓은 자산의 비중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대에는 당연히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 정부는 헬조선을 극복하는 경제 정책을 쓰고 있는가.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과도한 부동산 경기부양, 담뱃값 인상, 특별소비세 인하, 상속세 덜어주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 살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히려 분배 구조를 악화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현재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도 비정규직 확대와 쉬운 해고로 가는 길을 넓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의 월급과 신분은 더 추락하고 분배 구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분배 구조를 악화시키는 정책으로는 장기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위 50%의 자산이 전체의 2%에 불과하고 하위층은 물론 중간층의 자산의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내수가 창출될 리 없다. 정부의 잇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에 힘을 모아야 한다. 불평등의 심화와 빈곤층의 확대는 희망의 위기로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평등의 확대가 폭력을 부르고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했다.
'평화신문' 2015. 12. 20발행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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