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30, 2023연중 제25주간 토요일
by 김명겸요한 posted
예수님께서는 치유 기적을 일으키신 다음 곧바로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치유 기적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고 복음사가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께 손을 댄다는 것은 그래서 사람들의 손에 돌아가실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자들은 묻지도 않습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 비유를 말씀하셨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제자들은 그 뜻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승님께서 돌아가실 것을 말씀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죽음이 눈 앞에 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스승님만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것이 남 이야기라면 제자들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자들은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스승님의 죽음이 두려운 것보다 나의 죽음이 더 두렵기 때문에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인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유일하게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생명을 만드신 분이시기에 죽음을 뛰어 넘는 힘도 그분에게서 옵니다.
우리 스스로 죽음을 해결하려고 하면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딛쳐 두려움만 더 커집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죽음에만 집중하게 되어 생명의 원천이신 분을 옆에 두고도 묻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큰 두려움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죽음 앞에 무기력함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그 무기력을 마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께 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명겸 요한 신부님/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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