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고량 87%가 구리 땅"…'구리대교' 건의문 만장일치 채택
강동구 "이미 '구리암사대교' 있어…공사 기간 동안 구민 피해"
한강에 33번째로 들어서는 다리의 이름을 두고 서울시 강동구와 경기도 구리시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구리시와 강동구가 '이름싸움'을 벌이는 다리는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약 2㎞의 한강 횡단 교량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부터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간 구간 공사를 시작해 현재 해당 교량을 건설 중이다.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일 구리시 등에 따르면 구리시의회는 지난달 말 임시회에서 현재 한강에 건설 중인 교량의 이름을 '구리대교'로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구리시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국토지리원 시도 간 경계를 보더라도 (교량의) 87% 이상이 경기도 구리시의 영역"이라며 "해당 다리의 이름을 '구리대교'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대교의 일부가 강동구에 있다고 해서 그곳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짓는다면 구리시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리시의회는 이미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한강 교량의 명칭이 '강동대교'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시공 중인 교량과 기존 강동대교의 거리가 1㎞ 내외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이번 한강 신설 교량의 이름은 '구리대교'가 돼야 한다는 게 구리시의회 입장이다.
구리시의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국회 교통위원회, 국무총리실, 국가지명위원회, 경기도, 한국도로공사 등에도 전달, 새 교량의 이름이 지어지기 전까지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구리시가 '구리대교'를 위한 본격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서울 강동구는 이에 앞서 행동에 돌입했다. 강동구는 지난해 이미 해당 교량의 이름을 '고덕대교'로 해달라는 내용의 명칭 제정 서명운동을 벌여 구민 등 7만2000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에는 고덕대교 및 고덕나들목 명칭 확정 촉구 결의안을 구의회 차원에서 채택했다.
강동구청장도 직접 나섰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지난달 22일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만나 새 다리의 명칭을 '고덕대교'로 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나들목에도 '고덕'을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이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고덕대교' 및 '고덕나들목' 명칭 제정은 강동구 주민들의 염원"이라며 "강동구의 요청이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강동구가 '고덕대교'를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건설 중인 새 다리와 불과 1.5㎞ 떨어진 곳에 이미 '구리암사대교'가 있기 때문이다. '구리암사대교'가 일부 사용자들에게 '구리대교'라 불리는 만큼 인접한 거리에 '구리대교'가 들어설 경우 이용자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교량의 공사 현장이 강동구 주택가가 있는 도심지를 관통, 지난 몇해 동안의 공사 기간 동안 구민들이 큰 피해와 불편함을 감수했음에도 적극 협조했다는 점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고덕강일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며 한국도로공사에 교통개선대책분담금으로 532억원을 납부, 이 비용이 새 다리 건설에 사용됐다는 점 등을 내세워 '고덕대교'를 주장한다.
강동구는 또 강동구에 동남권 대표 업무단지로 조성되는 '고덕비즈밸리'와의 연계성 역시 강조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고덕비즈밸리가 상당한 규모로 조성됨에 따라 이와 연계한 명칭을 붙이는 것이 맞다"며 "무엇보다 해당 다리 공사 시행 초기부터 건설 사업상 명칭은 가칭 '고덕대교'로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새 한강 다리의 명칭을 두고 강동구와 구리시의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한국도로공사는 자치구 의견 조회를 진행 한 뒤 새 다리의 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를 통해 새 다리의 명칭이 정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