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본 영화가 ‘로마의 휴일’ 이다. 우리집에 텔레비전이 처음 들어와서 켜자봐자 오드리헵번이었다.
그때 서양여자를 처음 보았고, 영화도 처음이었고, 그 후 오드리 헵번은 내 여자가 되었다. 초등학교 3 학년 밖에 어린놈이 여자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서양여자는 오드리 헵번처럼 다 이쁜 줄 알았다.
그후 나의 영화 취향은 멜로가 되었다. 어쩌면 처음 틀었던 화면이 축구경기 였더라면 난 스포츠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멜로 취향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책을 읽어감에 따라 변화를 했다.
순전히 사랑만 하는, 달콤한 화면만 나오는 멜로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졌다.
사랑과 함께, 심각한 주변 환경과 냉혹한 역사적 진실과 두 남녀의 고달픈 삶등이 섞여야 했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멜로였다.
책 읽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텔레비를 틀었다가, 한 건 건졌다.
시네마 천국에서 무심코 화면을 보다가, 체널을 고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영화의 스토리 전개 중, 단 한 장면의 미쟝센만 보고도 귀신 같이 그 영화의 주제를 알아맞춘다.
바로 그것이 ‘사랑이 지나고 난 자리’다. 예감은 적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서재를 정리하던 ‘클라렌스’는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기니에서 온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가족들의 과거를 추적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의 아버지 ‘하코보’와 작은아버지 ‘킬리안’, 그리고 원주민 처녀 ‘비실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숨겨졌던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스페인 식민지 였던 나라는 ‘적도 기니’이고, 독일 프랑스 식민지 였던 나라는 ‘기니’이다. 다른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유럽의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전부 식민지로 삼았고, 심지어 식민지를 나누기도 빌려주기도 하고 갈라서 나누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국경은 엉망이 되었다.
독립 후에도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국경과 민족과 정치적 배후 등으로 지금까지도 전쟁 중이다.
지금도 유럽의 국가들은 아프리카 나라들 뒤에서 여전히 과거와 같은 짓을 하고 있다.
때로는 정부군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반군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민주주의 군대를 돕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주의 군대를 돕기도 한다.
이념과 의리 같은 것은 없다. 그때그때의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변한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 다.
때는, 스페인이 적도기니로부터 식민지 정부를 철수하기 직전이었다.
플렌테이션 농장 병원의 간호사였던 ‘비실라’와 작은 아버지 ‘킬리안’은 사랑을 하게 된다.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가고, 어느 날, 아버지 ‘하코보’와 두명의 백인들이 ‘비실라’ 윤간한다.
‘비실라’는 ‘킬리안’에게 알려질까 주위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다.
그러나 ‘킬리안’이 알게되고 형 ‘하코보’를 때린다.
‘비실라’는 1 년 정도 마음을 다스리려고 병원을 그만둔다. ‘킬리안’은 ‘비실라’를 기다린다.
그 사이 적도기니 가 독립을 하고, 아버지 ‘하코보’는 스페인으로 도망을 간다.
1 년 후, ‘비실라’와 ‘킬리안’은 재회하고, ‘킬리안’이 적도기니를 어쩔 수 없이 떠날 때까지 둘은 최고의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둘은 같이 스페인으로 떠나려 했으나 법에 의해 적도기니 사람은 스페인에갈 수 없었다.
둘의 아이가 태어난다.
‘킬리안’ 과 ‘비실라’는 각자의 나라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킬리안’의 편지가 아버지 ‘하코보’에게 잘못전해지고 둘은 서로의 소식도 모른채 세월이 간다.
이 영화의 화자 ‘클라렌스’가 두 사람을 만난다. 두 사람의 아이가 청년이 되어 아버지를 찾아간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내 취향이지만, 권해드린다.
지금도, 영화 속에서 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