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위법, 두 번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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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시에 대한 행자부 감사 결과를 담은 문서.
건축물 인허가 및 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할구청에서 이 전 시장 소유 부동산의 건축물대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서초동 1717-1번지 지하1층, 지상3층 상가 건물(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2001년 1월22일 ‘위법건축물’로 적발된 점이 드러났다. 이어 같은 해 3월31일 위법 해제된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당시 이 전 시장은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았다.
이어 2003년 4월11일, 이 건물은 다시 위법건축물로 적발됐다. 사유는 ‘철판/철판. 캐노피. 7㎡’로 되어 있었다. 이 때는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캐노피는 통상 눈, 비 등을 막아주기 위해 건물에서 돌출된 처마와 같은 구조물인데 서류상으로는 이 전 시장 소유 건물의 어느 부분인지 나와 있지 않았다. 건축물대장 기록에 따르면 9개월여 뒤인 2004년 1월26일 이 부분도 위법 해제됐다. 이 전 시장 소유 상가의 구체적인 위법 내용이 무엇인지, 또한 어떤 사후조치가 취해져 위법이 해제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초구청 담당 직원을 인터뷰했다.
▼ 서초동 1717-1 건축물대장엔 2001년, 2003년의 위법 적발 사실만 간략히 나와 있는데, 이 건물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위반한 건가요.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내용 이상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 위법 내용을 처음부터 기록해두지 않은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위법 적발된 건축물의 해당 부분, 위법의 이유, 위법해지의 이유를 모두 기록해두고 있는데 현재는 관련 규정에 의거해 폐기된 상태입니다.”
▼ 그렇다면 이 건축물의 위법 사유가 경미한 것인지, 문제가 되는 것인지 추정할 수 없나요.
“위법 사유가 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네요.”
▼ 위법 해지 과정은 적절했다고 봅니까.
“통상 건물주가 시정조치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해지됩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이 경우는 상세한 내용에 대한 기록이 없으니 단정적으로 얘기하진 못하죠.”
▼ 이 건물은 2004년 2월11일 1층 8.1㎡, 3층 54.80㎡를 각각 증축하겠다고 신청해 구청에서 증축사용승인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부분이 위법 사안과 관련 있습니까.
“구청이 법률 검토 끝에 증축사용을 허가한 것이므로 그 부분은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보면 됩니다.”
정리하면, 이 전 시장의 서초동 상가는 두 차례 위법으로 적발됐다가 해지된 사실은 있으나, 공식 문서로 그 구체적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 서울시정(市政) 〉
‘이명박 대세론’의 혁혁한 공로자는 그가 청계천 복원과 버스 준공영제 등 서울시정(市政)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이미지다. 이 전 시장의 경쟁자들은 이 같은 ‘성공 신화’를 무너뜨려야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서울시정에 대한 검증작업이 치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에서는 두 가지 비리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고법은 2006년 2월 양윤재 전 부시장이 청계천 인근 주상복합빌딩 재개발 추진업자인 길모씨로부터 고도제한 해제 등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점을 인정해 징역5년, 추징금 2억5500만원을 선고했다. 2006년 5월15일 박모 서울시 주택국장은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증축 인허가 과정에서 현대차 그룹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검찰소환을 앞둔 시점에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계속)
현재까지 검찰에서는 새로운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양 부시장 등의 ‘개인 비리’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정 관련 비리의혹 사건이 향후에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견지에서 몇몇 대선주자 진영은 이 전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청계천 복원, 버스공영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맡은 건설사들에게 집행된 공사대금이 실제보다 부풀려졌거나 축소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4200번이나 주변 상인 등 민원인들을 만나 설득했다’고 자주 말하고 있는데 복원 3년간 4200번 만났다는 건 지나친 과장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류상 4160번 만나”
이에 대해 청계천 복원사업을 총괄했던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공사대금 허위지급 및 기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장 전 부시장의 설명이다.
“청계천 복원구간 5.8㎞는 3공구로 나눠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공기(工期)가 단축됐다. 1공구는 대림건설과 삼성건설, 2공구는 LG건설(현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3공구는 코오롱건설과 현대건설이 맡았다. 서울시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이들 시공사를 선정했다. 청계천 복원에는 3840억원이 들었는데 대부분 이들 시공사에 지급됐다.
설계 발주금액과 실제 공사에 소요된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차액은 정산하여 시공사에게 지급됐다. 발주금액과 실지급액 등에 대해선 문서로 일일이 기록을 남겨두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
장 전 부시장은 ‘4200번 논란’과 관련, “이 전 시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계천 사업 때 관련 민원담당 서울시 공무원은 100여 명이었다. 청계천 주변 점포는 6만여 개였고 무허가 상인, 점포 종사자까지 합쳐 청계천 사업과 관련해 20만명의 민원인이 있었다. 100여 명의 공무원은 청계천 현장에 매일 상주하면서 밤낮없이 민원인들을 만나서 이들의 요구를 듣거나 이들을 설득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요구사항 등 민원인 접촉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했다. 민원인과의 대화 4200번은 이런 보고건수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된다.”
서울시 취수과 청계천관리팀은 “서울시 기록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을 만나 대화한 횟수는 ‘4160번’으로 되어 있다. 당시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집계에 누락된 부분도 있어 실제 민원인 접촉횟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고 밝혔다.
버스 준공영제와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명박 전 시장이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이후 서울시의 버스업계 지원금이 크게 불어나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체계 개편은 200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이 기간 서울시는 버스업계에 2004년 하반기 816억원, 2005년 2221억원, 2006년 1950억원 등 4987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체계 개편 이전에도 서울시는 2003년 970억원, 2004년 상반기 482억원 등 버스업계에 지원을 해왔다. 개편 이후 지원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굴절버스 도입 등 버스 서비스의 질 개선과 사실상의 요금인하 효과로 시민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고려돼야 한다. 2006년부터는 버스이용자가 늘면서 2005년 대비 지원금이 271억원 감소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전 시장은 버스 지원금 증대에도 불구하고 시정 다른 부분에서 예산을 절감해 전체적으로 서울시 부채 7000억원을 갚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버스서비스 만족도는 개편 전 58.2%에서 개편 후 86.2%(2006년)로 28%포인트 높아졌다. 하루 버스 이용자수는 개편 전(2004년 상반기) 382만7000명에서 개편 후(2006년 상반기) 445만5000명으로 늘었다. 버스와 지하철 연계 효과로 인해 하루 전체 대중교통(지하철+버스) 이용자수는 933만8000명에서 1034만4000명으로 10.8%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대중교통 이용자수가 지속적 감소추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의 2005년 7월 조사에 따르면 버스체계 개편 이후 서울시민의 버스요금 부담은 7.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차로제에 대한 만족도는 48%, 불만족도는 13.1%로 나왔다.
(계속)
청계천과 버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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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시에 대한 행자부 감사 결과를 담은 문서.
행정자치부는 2006년 하반기 청계천 사업, 버스 준공영제 사업을 포함한 서울시정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를 담은 ‘정부합동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 따르면 청계천 사업과 관련해선 ‘모전교 공사시 사전검토 부실에 따른 33억원 예산낭비’ 1건이 지적됐다. 그러나 138건의 처분 요구 사항 중 뇌물 수수, 횡령, 인허가 특혜 등 사안이 중대한 비리는 없었다.
〈 한반도 운하 〉
이명박 전 시장이 지금까지 발표한 대선 공약 중 핵심적인 것은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사업’과 ‘한반도 운하 사업’이다. 이중 한반도 운하 사업은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경부운하’, 영산강-금강-한강을 잇는 ‘호남운하’를 건설해 물류비용 절감, 관광자원 개발, 고용창출, 낙후된 내륙 도시의 내항(內港)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취지다.
이 전 시장 측에 따르면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내륙,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내륙, 충주를 중심으로 한 충청-경기 내륙의 ‘표심(票心)’을 자극하는 효과가 없지 않다. 안국포럼의 박영준 전 서울시 국장은 “설 이후 한반도 운하에 대한 본격적인 대(對)국민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 검증 4대 포인트
반면 여권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는 한반도 운하를 꼼꼼히 검증하겠다는 태세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한 정책검증의 첫머리에 한반도 운하를 올려놓았다. 운하가 2007년 경선 또는 대선 국면에서 정책대결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운하사업 검증은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환경오염 논란, 경제적 타당성 논란, 부동산 논란, 사업방식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환경오염 논란은 운하가 지나는 한강과 낙동강이 식수원으로 이용되는 점, 국토의 단절과 훼손, 건설과정에서 부유물질 증대에 따른 수질 악화, 바지선 운항에 따른 오염사고 우려 등이 주요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타당성 논란은 한마디로 ‘건설비용 대비 물류비 절감효과가 있는가’라는 얘기다. 운하 건설비 조달의 문제, 운하와 도로-철도-항만 연계비용의 문제, 바지선 운행 비용의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부동산 논란은 운하가 지나는 전국 수 십 곳의 내항 예정지, 선착장 예정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사업방식 문제의 경우, 국토를 개조하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건설·토목기업의 이권(利權) 역시 막대할 것이므로 사업권 배분과정에서 권력형 특혜-비리 의혹이 나올 수 있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최근 기자에게 “운하는 친수(親水)공간을 넓히는 친환경 사업이다. 국토의 단절이 아니라 물길로서 인정(人情)을 이어주는 것이다. 식수원-수질 문제는 대책이 마련돼 있다. 또한 운하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정책이다. 골재 채취 등 재원 마련 방안도 있다. 사업추진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강승규 전 서울시 공보관의 설명.
“독일 뒤스부르크는 라인강변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루르 공업지대 중심도시가 됐다. 내륙도시인 뒤스부르크는 RMD(라인강-마인강-도나우강) 운하 덕분에 내항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운하는 한국 내륙도시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 대신 물길을 열어두는 것은 석유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절실한 한국에 꼭 필요하다”.
이 전 시장 측은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운하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자연스럽게 공개해 정책대결을 벌일 계획이다.
“후보 검증은 고고학적 발굴”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거에서 지지율이 뒤지는 후보가 1위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캠페인(상대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난해 상대후보가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선거운동)을 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권자에게 비전을 설득력 있게 홍보해 득표로 이어지게 하는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지만,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데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표 대결에 있어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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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 대선 캠프인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
직전 대선인 2002년 대선 때는 대세론과 검증론(네거티브 캠페인)이 실제로 밀접한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검증론이 여론에 먹혀들 경우 1위 후보의 지지율은 꺾이기 시작해 종국에는 대세론이 허물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2년 2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47.5%로 ‘마(魔)의 50% 벽’을 넘어설 기세였다. 반면 상대인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33.7%에 그쳤다(양자 대결시). 그런데 연초 호화빌라, 원정출산 의혹 사건이 잇따라 터진 뒤인 3월23일 이회창씨의 지지율은 33.7%로 13.8% 하락한 반면, 노무현씨는 44.8%로 11.1% 상승해 1, 2위가 뒤바뀌었다. 당시 여론조사 응답자 중 무려 49.6%가 ‘호화빌라 논란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회창 후보는 2002년 6월초 38.6%의 지지를 얻어 39.1%의 노무현씨(1위)와의 격차를 0.5%포인트 차로 좁혔다. 그러나 7월 들어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45.8% 대 31.1%로 더 크게 벌어지더니 이런 추세가 대선 막판까지 계속돼 결국 이 후보가 고배를 들었다. 한국갤럽의 ‘제16대 대통령선거 투표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중순부터 본격화된 김대업씨의 병풍의혹 제기 및 검찰수사가 이회창 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응답자의 69.9%가 병역비리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다. 2002년 대선 막판 한나라당이 제기한 안기부 도청 의혹은 사실 여부의 불명확성, 자료입수 과정의 뒷거래 의혹이 부각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이회창 후보 검증작업을 지휘했던 핵심 인사는 “상대 후보 검증이란 ‘고고학적 발굴’과도 같다”고 했다. ‘사실 확인, 뉴스 가치, 여론의 동조’라는 3박자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호화빌라의 경우 이회창 후보 일가가 3개 층에 나란히 살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처럼 행위 자체가 100% 사실로 확인돼야 여론은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호화빌라와 원정출산 문제는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不在)라는 높은 뉴스가치가 있었다. 당시 언론 환경도 박근혜 의원 탈당 등으로 이회창씨에게 좋지 않은 국면이었다. 사실, 가치, 여론 3박자가 일치하니 대세론도 무너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렇게 3박자를 모두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이 인사는 이명박 전 시장의 검증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 서울시장 재임 과정을 거치면서 이명박 전 시장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알려지게 됐고 평가를 받았다. ‘재탕’ 논란을 피할, 새로운 논란거리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 이회창씨는 ‘대쪽’ ‘청렴’ 이미지 하나로 성공했기 때문에 두 아들 군 면제, 호화빌라, 원정출산 등 도덕성 관련 문제가 터지자 국민이 실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완전무결한 도덕성이 아니라 ‘능력’이다. ‘기업가 출신에겐 어느 정도 흠결은 있다’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국민에게 주입되어 있다. 이런 상대에게 도덕성 관련 공격을 하더라도, 치명적 사안이 아니라면 이회창씨에 대한 공격만큼 여론에 잘 먹히지 않을 것이다. 능력으로 1위를 한 사람에게는 그 능력이 허구임을 입증해 보이는 식으로 공격을 해야 효과적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인사는 “1위 후보는 정치권과 언론 검증의 집중 타깃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녹음기, 카메라, 캠코더를 들고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할 것이다. 말 실수, 선거법 저촉, 가족의 일탈행위 등 의외의 사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늘 애매한 말만 하거나 언론을 기피할 경우 ‘OOO스럽다’ 등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용후 에이스미디어(TV프로그램 외주제작업체)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은 ‘점퍼 이미지’ 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선주자였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나,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라는 코미디언의 혀 짧은 패러디 한 방에 정치생명을 거의 잃었다. 언론이 붙여준 ‘수첩공주’라는 별명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큰 짐이 됐다. 대세론도 따지고 보면 ‘이미지’에 불과하다. ‘희화화(戱畵化)’가 확산되는 순간 끝난다. 홍보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속)
이 전 시장 부부는 서울시장직을 퇴임한 뒤 종로구 가회동 북촌 전통 한옥을 구해 전세로 들어갔다. 관광명소였던 집이었다고 한다. ‘불도저’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참모진의 아이디어였다. 한 측근은 “풍수 전문가의 자문도 구했다. 이 전 시장이 살게 된 동네는 반경 500m에서 대통령 2명, 총리 3명이 난 명당이라고 하더라. 다만 소방도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 흠”이라고 말했다.
2006년 이 전 시장에 대한 ‘언론 환경’은 좋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언론’의 공세는 매서웠다. 2006년 4월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거졌을 때 네이버는 뉴스메인 화면을 이 주제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황제 테니스’ 특집란을 별도로 만드는가 하면, 제목도 ‘해명도 짜깁기’ 등으로 자극적으로 처리해 이 전 시장 측을 공격했다. 신문, 방송 등 대다수 오프라인 언론은 처음엔 침묵했으나 이처럼 인터넷 포털에서 집중적으로 사회 이슈화를 선도하자 뒤따라 받게 되어 파장이 확산됐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세도 뚜렷해졌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테니스를 친 남산 실내 테니스장의 관리인인 이윤훈씨는 이후 ‘신동아’와의 최초 인터뷰에서 “황제 테니스는 없었다. 이 전 시장에 의한 특권적 코트 독점은 없었다”고 밝히며 테니스 코트 대여 전(全)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핵심 당사자에 의해 의혹의 중심축이 허물어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포털 저널리즘’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민주당 측은 “포털은 여권의 눈치를 본다. 포털은 언론사 기사를 받아쓰면서 자의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정파적으로 편향되게 편집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포털 규제 목적의 입법화를 시도했다. 이후 포털의 ‘정치 개입’ 논란은 소강상태를 맞았다. 대선정국에서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 언론 환경은 주요 대선주자에게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검찰 등 사정기관의 태도 역시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요인이다. 1998년 대선 때 ‘김태정 검찰’은 야당 측 김대중 후보 비자금 계좌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 여당인 신한국당이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수사를 요청했는데도 검찰은 거부했다. 대선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2002년 대선 때 검찰은 김대업씨의 병풍 주장에 동조해 야당 소속 이회창 후보 측을 수사했다. 수사 착수만으로도 이 후보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대선주자 관련 수사에 있어서 검찰에 이처럼 일관성이 없다. 이런 점에서 야당 소속 1위 후보에게 투표일까지 남은 11개월은 ‘가시밭’ ‘살얼음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명박 대세론 유지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07년 1월11일 박동현 MRCK 대표이사,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 이상일 TNS 부장,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고한석 사회디자인센터 소장, 김헌태 KSOI 조장, 박성민 민기획 대표, 김윤재 미국변호사,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 연구교수 등 10명의 정치-여론 전문가를 상대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세론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 통합신당 출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들은 제3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많이 언급하는 가운데, “‘등장 과정과 비전’에 따라 새 여권주자는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중 절반은 “이명박 전 시장에게 재산 문제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절반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재산 문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바탕에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가 약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경제와 관련된 각 대선주자의 ‘비전 경쟁’이 이번 대선에도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곤 교수는 “국민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선 집권 정부의 ‘과거’를 평가하는 투표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대선에선 ‘미래’를 보고 선택한다. ‘심판론’보다는 ‘건설론’에 무게중심을 둔다. ‘안 된다’는 후보는 ‘해보겠다’는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전국 광역시도에 포럼 형식의 전문가 네트워크(대구 선진한국국민포럼, 부산 밝은미래포럼, 광주-전남 나라사랑시민포럼, 울산 국원포럼, 강원 비전강원포럼, 충남 충청미래포럼, 전북 마주보며포럼, 경남 미래사회국민포럼)를 두고 있다. 현재 3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중 30%는 지역 대학 교수들이다. 광주포럼 회원 200여 명은 전원이 교수다. 1월중 대전, 충북, 경북에도 포럼이 발족될 예정이다. 이들은 해당지역의 숙원사업을 공약화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서울에선 안국포럼, 국제전략연구소(GSI), 바른정책연구원, 구 서울시정자문위원단, 한반도운하연구회 등의 싱크탱크에서 500여 명의 교수, 전문가들이 이 전 시장을 위해 정책 개발을 맡고 있다.
박영준 전 서울시 국장은 “전국 포럼 회원들은 자비로 사무실을 얻어 자발적으로 운영한다. 우파는 이제 정치와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희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포럼은 그 전초단계”라고 말했다.
“조지프 나폴리탄 가라사대…”
그러나 이 전 시장의 경우 대선주자 중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자금 문제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견지동 안국포럼의 경우 임차료, 상근직원 월급 등으로 월 2200만~2500만원이 지출된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전설적 정치 컨설턴트인 조지프 나폴리탄(Joseph Napolitan)은 ‘대세론 효과는 없다’고 했다. 대선은 ‘구도’의 싸움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선주자들에겐 ‘시대정신에 대한 캐치프레이즈’가 없다”며 ‘이명박 대세론’을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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