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날이어서 그러지
유난히 포근하다.
봄맞이 산행답게 대천동에 열 명이 모였다.
서귀포에서 온 선달과 김립이 유난히 반갑다.
선달의 꼬마트럭 적재함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는 감귤이 가득 실렸다.
친구들에게 한 포대씩 선물로 안겼다.
금년에는 작황도 좋지않을 뿐더러 가격도 들쑥
날쑥 속을 많이 썪였을텐데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고맙다.
매년 염치없이 받기만 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용눈이오름으로 향했다.
인근에 유명세를 탄 다랑쉬와 더불어 용눈이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에 10여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용눈이오름은 이번이 일곱번째지만 주로 12월에
올랐고 작년부터 이른봄에 찾고 있다.
주차장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나누고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곡선이 부드러운 민둥오름이라 오르는 길이 오롯
이 다 보인다. 산책길에는 친환경 야자수매트가
깔렸다.
3년전에 깔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많이 낡았
다. 흙과 하나되어 반들거리는 것이 많은 사람들
이 오르내림을 알 수 있다.
아래쪽에서는 조용했었는데 오름에 오르자 바람
이 제법 세게 분다.
용이 누워서 꿈틀거리는 굼부리를 내려다보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오름을 한 바퀴 돌았다.
오름을 한 바퀴 돌면 제주의 동쪽 오름들이 거의
다 보인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사진과 더불어
오름이름을 알리는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역시 용눈이는 곡선이 부드러워 여성적이며 가장
아름다운 오름이다.
다음에는 인근에 있는 손지오름으로 향했다.
손지오름도 용눈이에 비해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오름인데 개발이 안되어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 키만한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굼부리 쪽에는 소나 말을 키우는지 철조망을 촘촘
하게 쳐 놓았다.
중간에 사람이 넘어다닐 수 있게 사다리를 만들어
놓았으나 나무가 삭아서 제구실을 못한다.
이따금 찾는 사람들이 철조망 여기저기에 개구멍
을 만들어 놓아 넘나드는 데는 불편이 없다.
굼부리 남쪽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거느린 곳이다.
앞에 보이는 동거미오름은 용눈이에 비해서
상당히 남성적인 오름이다.
마른 억새를 깔고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는 우리
들의 머리 위로 따뜻한 봄볕이 감싼다.
이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우리 C오동 친구들의 몸과 마음에도 활기찬 봄
기운이 샘 솟아 오름에서 즐거운 웃음이 가득하
기를 빈다.
201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