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보관에 최적의 장소가 동굴이라는 건 마니아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햇빛 들지 않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해야 하는데 암석 동굴보다 이 조건을 더 잘 갖춘
자연공간을 찾기는 어렵다.
와인의 원조 프라읏에서는 와이너리마다 일부러 지하에 저장소를 둔다.
호주에서는 지천에 널려있는 자연동굴에 와인바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주에 가면 단풍으로 유명한 적상산 중턱에 동굴 와인바가 있다.
청도, 사천, 문경에도 동굴을 활용한 와인겔러리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주말 찾아간 광명동굴에서 200m나 되는 멋진 와인저장소를 발견했다.
광명동굴은 연중 평균12도의 온도를 유지한다니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이곳에 대한 민국 안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토종 와인이 모아져 있따.
저장만 하는 게 아니라 각 생산자들에게 의뢰를 받아 방문객에게 판매도 한다.
공짜로 시음도 할 수 있다.
전문 소믈리에의 심사와 맛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뽑힌다.
16개 시.군에 소재한 23개 생산자들이 만든 64종의 와인이 선발됐다.
사과로 만든 예산의 추사와인, 거봉포도로 만든 천안의 두레앙와인,
참다래로 만든 사천의 칠천사와인 등이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도, 사과, 참다래뿐만 아니라 머루, 복분자, 오미자 등 와인을 만드는 재료도 다양하다.
광명시는 이 와인동굴에 개인이나 기업 대상의 맴버십 와인셀러를 분양하려고 계획 중이다.
228개의 와인셀러를 만들었는데 셀러당 25병씩 보관 가능하다.
각자 갖고 있는 와인을 와인셀러에 보관해뒀다가 동굴 다른 편에 조성된 와인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임실에서 생산된 토종 치즈와 어우러지는 와인 맛은 일품이다.
광명동굴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 시절인 1912년부터 시흥광산이라는 이름으로 금,은,동, 아연 등
다양한광물을 캐던 곳이었다.
광복 후에도 이어져 1972년까지 운영되다가 폐쇠됐다.
이후 소래포구에서 생산되는 새우젓갈 보관소로 쓰이다 양기대 광명시장이 2011년 매입해
개발한 뒤 시민들에게 되돌려졌다.
동굴 안에서 패션쇼, 보석쇼,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빛과 레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있다.
버려져 있던 폐광을 동굴 테마파크로 변신시킨 창조산업의 성공적인 모델이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