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에 또 짐을 꾸린다.
여름옷 담는것도
자잘한 장비며 소도구 상비약 등등도
12월 짐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쓰삭쓰삭.
롭부리,통야이에 2년 연속 다녔는데
이곳 블루사파이어와 니찌꼬는 처음가는 곳이라 설레인다.



코스 내에 망고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어딜가나 하얀 플루메리아가 눈송이처럼 덮혀있다
샤넬 넘버5 의 원료로 쓰인다는 꽃.
동백처럼 송이 째 뚝뚝 떨어지니
자꾸만 줍게된다

카트에 담아놓고
틈틈이 고 얼굴을 들여다보면
어찌 이리 예쁜지.



카트를 타고 달릴 때나
티샷을 준비할 때 향기가 참 좋아
티샷도 한박자 쯤 늦추게 된다.


블루사파이어 첫날
캐년코스의 계곡과 오션코스의 호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던져넣었는지.
가져간 새 볼이 아까워
이곳에서 파는 로스트볼을 사서 쓰기로 한다.


한무더기 샀는데
하루만에 잃어버린게 남은것 보다 더 많다.
또 한무더기를 샀더니 남편 왈
골프유학을 그렇게 많이 시켜줬는데
아직도 공을 이리도 많이 잃어버리나?
쳇!
은근 자기 실력을 과시하는 남편.
하긴 골프유학 벌써 7 번째다.
뭐 10년을 넘게 다녀도 별수 없을 것 같은 내실력.


숙소가 식당과 가까워
점심 식사 후엔 룸에 들어가
샤워도 하고 낮잠도 자고
오후 3시쯤 나오면 햇살도 적당히 지쳐있다.
9홀 가볍게 돌고 나올 때쯤엔 온하늘에 붉은 석양이 번진다.


호수도 주황빛, 마주보며 감탄하는 동반자의 얼굴도 주황빛이다

숙소로 달려오며 언뜻언뜻 속도를 늦추며
멍하니 바라보면
아, 지금 참 좋은시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름모를 꽃들, 나무 사이를 카트로 달릴 때는
어느 정글이나 국립공원 안에 와 있는 느낌이 난다







꽃 얼굴 들여다보다가
미스샷을 얼마나 날렸는지
뭐 다음샷 잘하면 되지~~~
불필요한 긍정 마인드 발휘하고
원숭이 얘기도 빠질 수 없지

그린 근처에 있는 내 공 잡고 있는 저 원숭이
야무지게 두손으로 움켜쥐고 나와 협상태세를 갖추고 있다

공을 내어 놓으라며 쫓아가는 캐디를 비웃 듯
나무 위로 훌쩍 올라가버린다.
난 웃느라 이미 힘이 다 빠졌다


나무 위로 올라간 이 녀석
내 공을 두발로 꽉 잡고는 여유있게 망고를 따먹고 있다

저 발에 꼭 끼고 있는 하얀 내 공
동숙, 해져드!
하고 동반자가 외쳐 또 웃는다
캐디보고 그냥 두라고 하며
다른공으로 친다
웃느라 집중이 안돼 공도 미스샷이다
그래도 또 웃는다
우리가 다른홀로 이동하려하니
약올리던 공을 나무아래로 휙 던져버리는 원숭이.
발로 짓뭉갠 공 안쓸란다.


이 곳 캐디들은 원숭이를 쫒기위해 이런 새총을 갖고 다닌다
카트에 와서 먹을 것도 가져가고
심지어 가방을 들고 가버리기도 한다.
우리 카트에도 와서 초콜렛도 까먹고 빈껍질만 남기고 도망쳤다.

니찌꼬cc 는 로비 카펫 그림도 골프채다.
골프채를 막 밟고 다닌다.


숙소도 리조트 느낌 뿜뿜
1층 스위트룸을 배정받아
내가 맛사지 받는동안
남편이 밖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거실 소파나 간이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으니.

밤에 나홀로 수영하던 달밤을 잊을수가 없다
물에 누워
달을 올려다보며 배영으로 사르락사르락 물을가르던 아름다운 시간.



넓디넓은 코스내엔 콰이강의 다리를 닮은 다리도 있다.
이 지역이 콰이강 지류가 굽이치는 지역이다




par3 홀에서 계곡을 넘겨 공을 치고는
이 출렁다리를 건너간다.
카트는 캐디한테 맞기고
정글을 가로지르는 듯한 이 출렁다리를 건너는 맛이란.


눈만 뜨면
세끼 차려주는 밥 먹고 잔디밭으로 나가
해질녘까지 공치고
돌아오는 단순한 삶.
잠깐씩 누리는 호사다.
테이블 치워주는 현지종업원들에게 팁놓고 일어서던 습관으로
집에서 아침먹자마자 천원짜리 한장 던지고 도망치던 남편의 행동도 귀엽다
내일은 내가 천원짜리 먼저 던지고 일어나리.

일본인들이 운영할 때 심어둔 벚꽃은 열대 기후에 적응하느라
약 간 달라진 모습이다
스스로를 개량한 자가 개량종 사쿠라 꽃

아침마다 야채 듬뿍 넣어 주던 타이식 쌀국수
그 야들야들한 면맛도오래 기억될테고
견원지간이란 단어를 직접 보여준
원숭이들과 늘 싸우던 누렁이 개.
그늘진 벙커 한 귀퉁이를 파헤치고
엎드려 몸을 식히며 낮잠 자던 검은개.


떨어진 꽃송이 밟지 않으려
요리조리 피해 걷건만
내 발길에 툭툭
떨어지던 하얀 꽃송이들.
모두 많이 생각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