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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남은 이야기 스크랩 조금 아쉬웠던 스시 부페, 조금 넘치는 듯 했던 샤도네
권종상 추천 0 조회 108 09.01.08 22:2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그동안 와인 관련 포스트를 꽤나 못 올렸네요. 사실, 그동안 와인도 꽤 마셨고, 개중에는 "세상에, 이런 와인을 발견하다니!"라고 감탄의 소리 질러 줄만한 와인들도 꽤 있었는데... 하긴, 요즘은 와인 마신 글을 쓰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차분하게 시음기 하나 올릴 기회도 없긴 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 놈은 꼭 소개해야겠다' 라고 할만한 와인을 하나 잡았더랍니다.

아이들이 블루핀 식당에 가자고 난리를 친 것이 지난 연말인데, 제가 못가겠다고 했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성화를 못 이긴 것은 제가 아니라 어머니.... 그래서 마침 퍼듀에서 연초 휴가차 방문한 막내와 함께 일요일 미사 끝나자 마자 부모님, 제 동생, 그리고 저희 가족이 한 차를 타고 블루핀으로 향했습니다.

 

몇번 포스팅에 올린 바 있지만, 블루핀은 이곳에서 '토다이'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도전하는 스시 부페로서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한, 블루핀의 메뉴는 토다이의 스시보다 훨씬 깔끔하면서도 괜찮다고 느꼈었는데, 솔직히 이번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모르긴 해도, 지금 요식업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 하여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일식 부페의 경우는 현재 불황의 여파가 더 심할 것이라 짐작되는데, 일단 재료비가 다른 음식들보다 비싸고 또 생선이라는 재료가 갖는 까다로움 때문에도 음식 가격이 다른 식당들보다 비쌀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인 오리고기나 석화 굴 같은 것은 이날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음식의 가짓수도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떨어지면 바로바로 신선한 음식을 채워주는 것이 이 부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떨어진 음식을 바로바로 다시 채울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게 마음에 가장 걸렸습니다. 이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현재 주방 식구들이 그 음식을 바로 바로 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인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현재의 경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찾아낸 와인은 정말 해물에 잘 어울려 주었습니다. 아마 집에서 시푸드 파스타 같은 걸 했어도 꽤 괜찮을 듯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만일 샤도네의 '화려함'을 원한다면, 그것은 캘리포니아입니다. 예를 들어, 오드리 헵번같은 느낌의 와인보다는 마릴린 먼로의 화려함 같은 느낌을 주는 와인이 캘리포니아 샤도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발견한 와인은 그런 화려함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캠브리아 Cambria 의 샤도네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 녀석을 만나게 된 동기도 사실 재밌는데, 그것은 아내가 일하는 곳에서 이 와인이 세일 나온 걸 봤기 때문입니다. 원래 20달러 가량 주면 될 것 같은데, 가격을 보니 15달러가 붙어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 마켓이 들어서기 전에 붙여져 있던 가격이 그냥 붙어 있던 것 같아 제가 냉큼 집었습니다. 과거에도 이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접해 본 적은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을 언제 사 놓았는지도 잊어버릴 무렵, 우리 식구들이 모두 외식을 하기로 했던 것이고, 저는 늘 했던 대로 어떤 와인을 가지고 갈까 생각하다가, 해산물과 함께 할 와인이니 소비뇽 블랑이나 샤도네면 좋겠다 싶어 고르기 시작했는데, 이거 하나 빼고는 화이트가 리즐링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저는 별 선택의 여지 없이 오래 모셔 두었던 이 넘을 데불고 나온 거지요.

 

캐서린 빈야드는 이 와이너리 소유의 포도원으로 이집 큰 딸의 이름을 땄다고 하네요.

흠... 이런, 이런. 역시 강렬한 열대과일의 향과 부드러움. 상표 안 보고 마셨어도 "난 캘리포니아 샤도네야!"라고 대놓고 외치는 듯한 와인입니다. 화려함... 캘리포니아 샤도네의 특질은 막 나갈 듯한 그 화려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풍부함. 이 때문에 크림 파스타와 더없는 짝을 이뤄주는지도 모르지요. 솔직히, 외식 나와서 음식보다 가지고 간 와인 때문에 더 즐겁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컬하게까지 느껴지지만.... 그래도 매년 1월이면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가지곤 했었지요. 올해도 저희는 다행히 그 전통을 이어 나갔습니다.

 

2009년 한 해, 어떤 와인을 만나게 될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음식을 와인과 맞추게 될지도 마찬가지로 궁금합니다. 그러나, 그 식도락 좋아하는 저 역시 식당에 가서 밥 먹을 일은 확실히 줄어들 듯 합니다. 물론 특별한 날에는 좋아하는 식당들을 찾게 되겠지만, 이 경기한파의 여파로 인해 저희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란 걸 압니다. 그리고, 저희같은 사람들이 올 한해 계속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식당들도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괜시리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이 어립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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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13 15:45

    첫댓글 전 와인을 87년 이민부터 접했는데 아직 님이 가진 느낌을 한번도 못 느꼈어요. 아르헨티나서 87년부터 마신 와인이 약 2000병은 될텐데 ............전 지금도 그냥 내 입에 맞나 안 맞나만 봅니다.^^와인 맛을 보고 느낀다는게 부러워요.

  • 09.01.13 15:54

    음식 보니 군침이 달달하네요. 95년에 페루와서 쿠스케냐란 맥주를 마시게 됐는데 그 뒤로 와인은 뒷전 이에요. 올해 만 21세 된 아들이 와인을 좋아해서 가끔은 마시는데 좋다 나쁘다 정도지 맛의 구별은 딴나라 얘기죠. 님글 다 읽었는데 사는덴 틀려도 비슷한 연배에(저 1964년생) 진솔하고 저랑 잘 통하는거 같아 재밌게 읽었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해요~~~~~~~^^

  • 09.02.25 11:29

    멋쟁이 님의 댓글을 다 보다니... 반가워요. ㅎ

  • 09.02.25 11:29

    뷔페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저려옵니다. 저도 한국에서 마지막 5년 간 뷔페를 운영했었거든요...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글이 가슴을 저밉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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