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학번...
지겹던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고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모든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한 시간.
생전 처음으로 갖어보는 나만의 시간...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제까지 즐기지 못했던 여러가지 문화생활이 눈에 들어왔다.
연극, 영화, 음악...

지금도 그렇지만 문화를 접하는 첫번째 통로는 인터넷(정확히 표현하자면 PC 통신)이었다.
92년 지금의 천리안의 전신이었던 'PC-Serve' 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시절 네티즌들이 그랬듯,
채팅의 중독에 빠졌다가 싫증이 나면서 동호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인간관계의 시작이었다.
Go Theatre (연극마당-연극동호회), Go Duremaul (두레마을-음악동호회)에 발을 담궜다.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대학로를 향했다.
밀다원이라는 카페에 모여 서로들 인사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음악동호회에 발을 담궜다.
이 음악동호회 두레마을은 친구의 소개로 가입했는데,
모르는 음악을 잘 찾아준다고 하여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음악 감상회에 나가면서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가요, 클래식, 오페라, 재즈, 그리고 아트락등
알고 있어도 알고 있는것이 아니었다.
그때의 문화적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음악을 매개로 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뜻하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그 중에 하나의 사건!이 바로 아트락과의 만남이었다.
아트락은 그렇게 다가왔다. !!
김상현이라는 형님에게서 아트락을 녹음한 테잎을 선물받게 되었다.
A 면 첫 번째 곡이 'OPUS AVANTRA 의 Flowers on Pride' 였는데,
그 당시 테잎을 받을때 " 좋은거야 ~ " 라고 하셨고 여성 보컬이 첫부분에 외치는 가사는 정말 묘한~(?) 아리송한(?)
가사였다. 정말 그런 (?) 테잎인줄 알고 깜짝 놀라서 볼륨을 줄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정신을 다시 차리고 볼륨을 올리고 생전 처음 접해본 그 음악들은
정말로 !
엄! 청! 난! 충격이었다.
드래곤볼 손오공의 울트라 수퍼 에네르기파! 정도 되려나 ?

그 당시 테잎에 담겨있던 노래는, Opus Avnatra, Spirogyra, Babe Ruth, Sanit Just, Triade 의 음악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가슴속에 와닿았던 음악이 바로,
Spirogyra 의 첫번째 앨범에 담겨있던, The Duke of Beaufoot 이었고, 그 뒤로 그들의 앨범은 나의 첫 앨범 사냥 목록에 올라왔다.

때마침, 성시완 사장님께서 '시완레코드' 를 통하여 아트락 앨범을 국내에 출시하기 시작했고,
저렴한 가격 + 편안한 쇼핑(?) 으로 이 좋은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음악적 편향은 깨트려지지 않고 있다.
언제 내가 이런 음악을 평생 접해볼수나 있었을까 ? 라는 행복함 그리고 하지 못했다면 ? 이라는 생각에 따른 두려움?
은 항상 좋은 음악을 찾게 만든다.

나는 두 아이가 있다.
올해로 5살이 된 큰 딸과 이제 6개월이 된 작은 딸.
자식에게 부모의 취미를 강요한다는것. 잘못된 일일까 ? 라는 물음을 가끔씩 되뇌이곤 한다.
음악성보다는 예쁘장한 얼굴과 기계를 통하여 만들어낸 주인없는 인공의 목소리를 그들의 노래인냥
뻥긋거리는 기획사의 상품들이 판치는 이 나라 가요계에 아이들의 정서를 내맡기고 싶지 않다.

36년의 인생에서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몇가지 사건을 꼽아보라면,
첫번째는 고 공병우 박사님을 찾아가 삼청동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던 일
두번째는 아트락을 접하게 된 일
세번째는 결혼과 아이들의 출산
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겠다.

아직도 들어야 할 수 많은 음반은 내 주위에 산재해 있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웠던 '산포도' 를 생각해 본다면, 그 음반은 비정규 분포로 내 주위에 흩어져 있다.
그 중에서 자신만의 분포도를 만들어 가는 수 많은 컬렉터들이 있고,
내공이 뛰어난 청취자들이 있다.
난 아직 그들의 발밑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열심히 수집하고 듣고있다.

이러한 내 수집 + 감상의 험난한 길을 대신해 주는것이 바로 '시완레코드' 가 아닐런지.
이젠 내 주위에 아트락의 길을 인도해 주던 그 시절의 동호회 형,누나,동생들은 찾기가 힘들다.
그들의 생활이 변하고 연락이 끊어졌다.

누나가 없던 나는 동호회 생활을 하면서 두 명의 잊지못할 누나들을 만났었다.
음악적 내공이 상당했던 두 명의 누나들.
지금은 두 명 모두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만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낄수는 없겠지만,
벽에 붙어있는 이 음반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시절의 여러가지 일들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음악은 그런것 같다.
멜로디와 시간이 결합해서 추억을 생산해내는 창조물 !
특히나 내 방에 붙어있는 이 음반들 하나하나에는 수 많은 나의 사연이 담겨있다.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음반의 표지를 보고 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입가에 미소를 띄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추억을 담을 음반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행복하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과연 그 음반중에 얼마나 내가 접해볼수 있을지...

시완레코드가 20주년을 맞이했단다.
경제적인 어려움, 어줍짢은 선배 DJ 의 모함등 질곡의 세월을 거쳐온 시완레코드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원해본다.
경기도 평택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는
지정백이라는 사람이...
첫댓글 방안 장식을 아주 멋지게 하셨네요. 그런데 혹시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대미지가 상당할 것 같아 걱정이 좀 됩니다.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뒷면에는 초강력 울트라 3M 테잎으로 붙여버렸습니다. 저 녀셕들이 벽에서 떨어지려면 고생 좀 해야할겁니다. *^^*
ㅋㅋ 조윤의 앨범은 항상 고민인게..도대체 cd장에서 항상 튄다는 거죠...칸막이 없는 곳에 끼워놔도 혼자 튀고, 한장씩 들어가는 cd장에는 들어가지도 않고...참으로 애매한 사이즈입니다. 아예 입체적으로 펴 놓으셨네요...짝짝짝..멋있습니다
그렇죠 ~ 조윤님 앨범은 좀 많이 튀죠 ? ㅋㅋ 저렇게 펴 놓으면 보기에는 좋은데 먼지의 압박이 좀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씨디장에 눕혀서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
멋지네요^^ 인테리어에 소질이 계신듯... 저도 중고등학교 때 벽 뿐만아니라 나무로 된 출입문 그리고 천장 벽지가 안보일 정도로 각종 포스터와 사진들을 붙여 놓았는데..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이소룡, 올리비아 핫세 그리고 오디오 명기와 천체사진 등등으로 가득했습니다. 정작 음반들은 음반꽂이에만 꽂아 놓았었는데...결국 40년이나 되어, 작년 전시회에서 펼쳐 놓으니 음반들이 좀 더 가치있어 보이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음반 매수가 얼마되지 않아 아내와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실 아내의 아이디어 였거든요. 벽면, 천장까지 음반을 붙여 놓기 위해서 열심히 웹써핑중입니다. *^^*
와~ 정말 멋지네요! 강력한 우승후보이신듯 ^^; 사진구경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분들에 비하니 정말 부족한 내공과 음반사랑입니다. 그래도 아트락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도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