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베트남 7박 9일 여행기
나이 일흔 살을 넘기며 국외 여행을 한다는 것에 여러 이유로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지만, 주관하는 이가 아주 친밀한 사이라 권유를 받아들였다. 마침 계절도 겨울인지라 늘 여름인 나라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베트남은 교단에 머물 때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해 온 터이고, 지금은 사회주의 국가로 급속하게 친한 정서를 보이고 있어서 물과 꽃의 나라를 직접 둘러본다는 설렘도 한몫을 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가까운 나라로 중요한 무역상대국이면서 한반도 면적의 약 1.4배 가까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나라이다. 1970년대 프랑스로 부터 독립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은 남 베트남 주민들이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 베트남 사람들과의 내전으로 혼란을 겼으며 우리나라도 참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북 베트남의 승리로 독립을 이끌어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로 자리잡았지만, 주류인 비엣족을 중심한 54개 종족이 합심하여 경제도약을 꿈꾸고 있는 신흥 국가로 세계인의 관광대상국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박항서 축구 감독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유명인사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고, 주요 경제협력국가로 발돋움히여 해마다 한국인 수백만 명이 관광객으로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기도 하다.
베트남은 물의 나라이면서 꽃의 나라라고 할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아열대 기후인 북부와 열대문순 기후인 남부로 나뉘지만, 연중 고온다습하여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는 특직을 나타낸다.
우리가 방문키로 한 남부 베트남에서 경제수도라 불리는 호치민에서 1박, 서쪽의 푸꾸옥에서 3박, 북쪽의 달랏 1ㅣ박 그리고 무이네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여행 첫날은 새벽3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5시간 비행하고 호치민 공항에 도착한 뒤 국내선으로 바꿔 다시 비행기로 푸꾸옥 공항까지 1시간 더 이동하였다. 서울에서 겨울 옷차림을 벗고 춘추복으로 갈아 입은 탓에 서늘함을 느끼며 물의 고장 푸꾸옥에서 버스를 타고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점심은 베트남 현지식이었지만 전혀 거리낌 없이 풍성한 채소와 육류 반찬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은 거의가 MZ세대로 보였고, 상냥했으나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을 기본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가 타고 간 베트남항공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이 한 차례도 없었던 점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점에서 아직 관광대국이 되려면 멀었단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행히 가이드가 현지 생활 20년이 넘는다는 경상도 출신이라 유머러스한 안내와 해설 그리고 현지 가이드가 우리말은 서툴러도 우리 문화를 동경하는 미혼여성이어서 상냥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푸꾸옥은 섬이 많은 지방이라 열대 가로수와 식물 천지라서 곳곳이 꽃 천지였고, 구경꾼이 대부분 한국인들이어서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체구가 크지 않았으며 서비스 종사자들은 옅은 화장에 말끔한 복장으로 동작이 아주 민첩했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니 마음이 편안했다.
여행 주관사에서 동행한 책임자는 곳곳에서 열대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해주어 망고, 잭푸르트, 용과 등 처음 맛보는 것조차도 기대 이상이었다. 푸꾸옥 주민들은 예로부터 어업 종사였던 터라 전통가옥은 단층으로 소박했지만 관광객 맞이로 고층건물과 화려한 간판과 조명이 늘어서는 중이라서 오고가는 외지인들과 서로 신기하게 바라보는 처지에 이른 느낌이었다.
주민의 이동수단이 대중교통이 아닌 오토바이여서 통행이 복잡했지만 고성과 혼란은 없어서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빽빽한 도로에 신호등도 없이 보행자나 운전자 사이에 나름대로의 질서 유지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푸꾸옥에서 배를 타고 나가 선상 낚시 체험도 해보고 해물찜과 볶음도 맛보았다. 어둠살이 내리자 가까운 바다에 어화가 피었다. 오징어(한치)가 잡히는 철이란다. 저녁은 한식당에서 익숙한 전골로 허기를 달랬는데, 유명한 베트남 소스를 곁들이니 색다른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음주에 길들여진 일행 몇이 가져간 소주를 여러 병 마셨는데, 다른 곳 한식당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가이드 안내가 오히려 귀에 설었다.
이동하여 5성급 호텔에 여장을 푸니 이미 저녁 9시(한국시간 11시)가 넘었고 무려 1만 2000보를 걸었다. 첫날부터 무리하게 걸었나 싶을 정도였지만, 간단하게 씻고 깊은 잠에 빠졌다.
첫댓글 아직 외국을 단 한번도 못 가봤지만 선생님 덕분에 저도 베트남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며칠 동안 선생님 무탈하게 다녀 오시라는 기도도 올렸다는 ...ㅎㅎ
선생님 돌아오시니 카페에 온기가 가득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여행이 펼쳐지는군요. 베트남 여행기를 잘 읽어 보고 있네요.
함께하는 기분으로 여행길 따라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