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4일 인천 해태-SK전. 해태 김성한 감독(43)은 연신 담배를 물고 있었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만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8회말 2-3으로 1점차로 지고 있던 해태는 SK 채종범과 브리또가 유격수 땅볼을 친 뒤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1루에서 잇따라 세이프가 되자 심기가 불편해진 것. 가뜩이나 3회말 브리또의 몸에 맞는 볼로 두팀 선수들이 극한 상황이 벌어졌던 터여서 더더욱 그랬다.
'감독이 어필이라도 하지 않으면 선수들의 감정이 더 격해져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김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와 모자를 집어던지는 등 심판에 강하게 어필했다. 관중들도 김감독의 심정을 이해하는 분위기.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2안타가 연속으로 터져 2실점을 했다. 1사 만루의 위기. 대타 윤재국이 들어서자 해태 포수 김상훈이 갑자기 벌떡 일어선 것.
고의 4구가 나왔다. 밀어내기로 점수를 내주는 믿기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화가 치민 김감독의 '고의 4구'사인. 관중석이 술렁이고 경기감독관실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정작 더 놀란 건 김감독. "만루가 아니라 주자가 1,3루에 있는 줄 알았다"며 "하도 흥분해서 덕아웃 뒤에서 담배를 피고나와 상황파악을 잘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엎지러진 물. 결국 이날 8회말 '고의 4구'로 헌납한 1점을 포함 5실점으로 해태는 2-8로 졌다.
이번 소동으로 그날 1루심은 2군으로 내려갔고 '열혈남아' 김감독은 그 이후 심판판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항의를 자제하는 등 덕아웃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