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직 절벽' 3천m 하강... 10년간 꿈꾼 불가능한 도전
이틀 밤낮 사투... 스키-등반 오가며 3시간30분 사선 넘어
캐나다 록키산맥 최고봉 랍슨 마운틴(Mount Robson) 남벽에서 세계 최초로 스키하강에 성공한 스키어가 탄생했다.
크리스티나 루스텐버거 씨는 프랑스 산악인 기욤 피에렐 씨와 함께 산악 스포츠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BC주 골든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루스텐버거 씨는 지난 10년간 랍슨 마운틴 남벽 스키하강을 준비해왔다. 록키산맥의 상징인 랍슨 마운틴 남벽은 눈과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직 절벽으로, 옐로헤드 하이웨이를 지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랍슨 마운틴 남벽은 난공불락의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와 불안정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그동안 스키하강은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 산악인들도 등반만으로도 극도로 위험한 구간으로 평가해왔다.
정상 등반에만 이틀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눈 덮인 바위 절벽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으며, 산 정상 특유의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정상 200m 아래에서 시야가 사라지면서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루스텐버거 팀은 새로운 등반 경로를 택해 두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3시간 30분에 걸친 하강 과정에서는 스키와 등반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정상에서 시작된 하강 거리는 3천 미터가 넘는다.
이전까지 랍슨 마운틴 스키하강에 성공한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하며, 모두 상대적으로 덜 험한 북벽을 통해 이뤄졌다. 남벽을 통한 하강은 이번이 최초다.
루스텐버거 씨는 전 캐나다 올림픽 스키 대표 출신으로 극한의 스키하강 분야에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배핀섬까지 수많은 최초 스키하강 기록을 보유한 그는 최근 파키스탄 트랑고 봉우리 최초 하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번 도전으로 루스텐버거 씨는 캐나다 록키산맥 최고봉 첫 여성 스키하강과 남벽 최초 하강이라는 두 가지 대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과 눈사면으로 이루어진 남벽은 그동안 스키하강이 불가능한 구간으로 여겨져 왔다.
산악계에서는 이번 성공이 단순한 스포츠 기록을 넘어선 역사적 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극한의 산악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성공을 통해 루스텐버거 씨는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키어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캐나다 산악스포츠협회는 이번 기록을 "앞으로 수십 년간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