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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고교 일진협회 】──────────
※전국 고교 일진협회※
♡41
아악! 벌써 오후 5시! 호두한테서 전화가 온지 10분이 넘었다. 이러다 제시간에 도착 못하는 거 아니야?
오늘은 대구에서 호두가 오는 날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갔어야 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픈 바람에 늦고 말았던 것이다.
난 허둥지둥 운동화를 신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선 오노, 히틀러, 그리고 이토가 벽돌 격파를 하고 있었다.
(최고 기록이 각각 9,10,10개 인걸로 알고 있다.) 아, 신이와 유인이도 있었다. 둘은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었다.
유인이가 신이의 발등에 앉아 발목을 잡아준다. 윗몸을 일으키던 신이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메이커 상표가 크게 적혀있는
민소매(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바지는 흰 칠부 바지였다.
“너 어디 가냐?”
“역!”
간단히 대답했다. 신이는 매트 위에 누운 후 다시 윗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물었다. 몇 개나 한건지 얼굴과 팔에 땀이 흥건했다.
“역에는 왜!”
“왜긴 왜야, 배웅 나가야지.”
신이는 유인이와 자리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유인이가 윗몸일으키기를 할 차례였다. 유인이는 가뿐히 윗몸을 일으켰다.
한 번. 처음이라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고도 쉽게 일어섰다.
“배웅? 누가 오는데?”
새신, 바보 아냐? 그걸 금세 까먹은 거냐고. 호두가 온다는 말에 어제는 그렇게 심술을 부렸으면서.
난 긴 말 할 거 없이 짤막하게 호두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잡고 있던 유인이의 발목을 놓아버리며 벌떡 일어서는 신이었다.
심하게 반응을 해 보인다. 쿵! 그에 중간쯤 몸을 일으켰던 유인이가 힘이 빠져 도로 누워버리고 말았다.
“맞다! 오늘 그 자식 온다고 그랬었지!”
이제야 생각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가!”
자기도 간다니. 도대체 또 무슨 꿍꿍일까? 유인이는 매트 위에 누운 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초롱초롱했지만 그다지‥ 생각은 없어 보인다.
“넌 안 가도 돼. 그냥 나 혼자 다녀올게.”
“그래도 앞으로 한 솥밥 먹어야 될 사이인데, 마중 정도는 가야 도리지! 차는 밖에 있냐?”
성큼성큼 대문으로 걸어가는 신이다. 저 녀석 갑자기 도리 같은 걸 따지다니, 분명 운동하기 싫으니까 잔머리 굴리는 걸 거야.
흥,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난 신이의 잔꾀에 고개를 저으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벌써 차 뒷좌석에 자리를 잡은 신이었다.
신이는 팔자 좋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나는 앞좌석에 올랐다.
차안은 운전을 맡은 정일(별칭. 북한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똑같은 안경을 꼈기에 붙여진 것이다.)이가 미리 에어컨을 틀어놓은 덕분에
땀이 한 순간에 마를 정도로 시원해져 있었다.
“형님,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정일이는 곧 기어를 바꾼 후 엑셀을 밟았다. 차는 시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차안의 전자시계를 보니 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게 다 신이 저 자식 때문이다. 녀석이 말만 걸지 않았어도 도착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쁜 놈. 난 룸미러로 신이를 보았다.
날 노려보고 있는 신이었다. 으윽.
“잘 생겼냐?”
신이가 물었다. 왕자 병 기질도 있었다니, 저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것일까? 설령 신이가 잘 생겼다 쳐도 그렇게 말해 줄 수는 없다.
그럼 병이 말기까지 갈 테니까.
“넌 네가 잘 생겼다고 생각하니?”
“당근이지! 아, 이게 아니라 나 말고 호두라는 인간 말이야-!”
엥? 그럼 호두를 얘기했던 거였어? 난 또. 그런데 저 자식이 방금 자기가 잘 생겼다고 하지 않았었던가? 흐음‥.
“호두? 그런대로 생겼어. 뭐 내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난 룸미러를 보며 대답했다. 순간 녀석의 왼쪽 눈썹머리에 조금 인상이 들어간 것 같았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였다.
우리 차는 어느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많이 밀리지는 않았다.
“네 스타일? 그럼 별 볼일 없게 생겼겠군. 너 눈 낮잖냐.”
날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듣고만 있을 리 없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눈이 높은데!”
“네가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은?”
“찰리 채플린!”
“거봐라, 눈이 발가락에 붙어 있잖아. 하하.”
윽, 저 놈이 나의 우상 찰리를 무시했겠다! 열이 받아 눈물까지 핑 돌 지경이었다. 두고 보자, 신발. 확 구겨(빠개) 신어 버릴 테다.
“그 자식 싸움은 잘하냐?”
“아마 너한테는 이길 거다. 5단 발차기도 능숙하게 할 줄 알거덩.”
당연히 큰 구라(거짓말)였다. 어떻게든 얄미운 저 녀석을 한 방 먹이고 싶은 내 심정이라고나 할까?
신이는 뭔가 생각하는 가 싶더니 나에게 또 다른 물음을 내던졌다.
“대구에서 왔다면 사투리가 심하겠군. 하하, 볼만 하겠다.”
“그게 매력이야. 넌 싸가지가 없는 게 흠이고.”
웃음을 멈추는 신이다. 얼굴색이 변하며 창가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후훗, 나의 승리다.(유치한 주인공이었다.)
다행이도 도로는 그다지 막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약속시간은 넘어서버렸다. 지금쯤이면 도착하고도 남았을 텐데‥.
보스로써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약속시간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니 말이다. 난 정일이에게 조금만 더 속력을 내달라고 했다.
정일이는 흔쾌히 알겠다고 말했지만 보통 시내도로에선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이리하여 저리하여 약속시간을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역에 도착할 수가 있었고 차에서 급히 내리자,
“개소리야, 여기다!”
나를 부르는 호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한참 전에 도착한 호두는 역 입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두는 여전히 활기차고 씩씩해보였다. 사투리 또한 여전했다. 정일이는 호두에게서 짐 가방을 받아든 후 트렁크에 실었다.
“미안, 많이 늦었지?”
“아이다. 니 덕에 사람 구경 드럽게 많이 했다. 아프리카인도 대구보다 더 많데?”
안심하게 하려는 건지 아님 많이 기다렸다고 생색을 떠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아프리카인이라면 흑인을 말하는 건가?
분명 이 또한 녀석의 유머일 것이다. 강호두, 변함이 없구나.
“형님, 더우신데 어서 타시죠.”
앞문을 연체 나를 부르는 정일이었다. 난 호두에게 차에 타라고 말하였다. 호두는 뒷좌석, 난 또 다시 앞좌석에 올랐다.
찰칵. 차문이 닫히고 화들짝 놀라는 호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히익, 니 뭐꼬! 간 떨어지게.”
아마 뒤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신이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호두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깝네. 간 떨어졌음 좋았을 텐데.”
저 인간이 또 뭐라고 나불거리는 거야? 후,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앞으로 또 시끄러워지겠군.
우리가 탄 차는 좌회전 깜빡이를 넣은 체 3차선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좌우 백미러를 살피는 정일이다.
“개소리야, 야는 뭔데?”
호두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난 친구이자 쓰래빠의 멤버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호두다.
“아, 맞나? 잘 부탁한다. 내 이름은 강호두다.”
“누가 물었냐?”
에엑, 새신 정말이지 감당이 안돼는 녀석이다. 왜 자꾸 호두한테 시비를 거는 거야?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녀석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맞다. 안 물어 봤제? 하하, 미안.”
“너도 참 한심하다. 네 눈도 발바닥에 붙었냐?”
“엥? 그게 뭔 말이고. 눈이 발바닥에 붙었음 괴물이게.”
“너 임마, 개소리 좋아한다며? 그게 바로 눈깔이 발바닥에 붙었다는 증거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룸미러로 본 호두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윽, 열 받은 건 아니겠지? 하여간 항상 신이가 문제라니까?
유인이랑 다투는 것도 매번 저 녀석이 먼저 신비를 걸어서잖아. 난 두 사람이 싸우기 전에 얼른 불씨부터 꺼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두야! 밥 아직이지? 배고프겠다.”
“‥별로 안 고프다. 담배 펴도 돼제?”
내 물음에 신이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호두였다. 휘유-. 일단 고비는 넘겼다.
앞으로 친해져야 할 사이인데 벌써부터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 된다.
“여기가 네 안방이냐? 필려면 내려서 펴.”
나에게서 대답할 권리를 먼저 선수쳐버리는 신이였다. 하지만 다행이 호두는 신이를 무시해버렸다.
“아냐. 펴도 돼. 어차피 다 담배 피는 사람들인데, 뭘. 아, 나는 빼고. 하하.”
내가 허락했지만 호두는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벌써 화가 난건가? 그럼 안 되는데‥.
“펴도 된다니깐‥.”
“니는 안 핀다며? 괘안타. 나중에 피지 뭐.”
호두는 나를 생각해서 일부러 피지 않는 것이었다. 자식, 사람 감동시키는 것도 여전하구나? 괜시리 두 볼이 붉어졌다.
난 룸미러를 보았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신이랑 눈이 마주칠 건 또 뭔가. 신이는 나를 노려보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담배였다.
“놀고들 있네.”
담배를 입에 무는 신이다. 왜 저렇게 심통인거야? 아아, 진짜 죽겠네. 호두와 신이가 서로 반대편 창가를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신이는 담배를 피워대며‥ 호두는 손바닥에 턱을 괸 체‥ 그렇게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끼이익-. 드디어 도착한 나의 집. my house-!
신이가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려 대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마 원래 저렇나?”
차문을 닫으며 호두가 물었다. 그에 난 억지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으응. 좀‥.”
난 호두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모두들 모여 있었다. 신이, 민규, 태기, 유인이, 나머지 부하들.
그리고 반가운 얼굴도‥.
“누님-! 안녕하세요!”
희웅이였다. 오늘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너 어떻게 된 거야? 연락도 안하고.”
“깜짝 놀래켜 드리고 싶었거든요. 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히 말하는 희웅이다. 왠지 전보다 더 야윈 것 같았다. 하긴,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지 못한 나는 어쩌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만약, 그 죽음을 내가 지켜봤다면
나의 증오는 더더욱 커져 버렸을 테니깐. 아니 그게 오히려 더 좋은 건가‥?
후우, 어찌됐건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변화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야랑 자는 누군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던 호두가 희웅이와 유인이를 가리켰다. 아차, 두 사람은 초면이겠구나.
난 호두에게 유인이와 희웅이를 소개시켜 주었다. 착한 두 사람은 신이와는 달리 호두를 반갑게 맞이했다.
신이도 얘네들 같았음 얼마나 좋을까. 에휴, 너무 큰 걸 바라는 거겠지?
“형님, 수박 드십시요.”
주방에서 수박을 들고 나오는 궁예(별칭)였다. 궁예는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다. 다쳤냐고? 천만에.
왼쪽 눈 두덩이에 큰 반점이 있기 때문에 안대를 하고 다니는 것이다. 우리 쓰래빠 대식구는 테이블을 빙 둘러앉아 오순도순
수박 한 조각씩을 손에 쥐었다. 솔직히 말이 오순도순이지, 한 사람은 그렇지가 않았다. 굳이 말 안 해도 다들 알거라 믿는다.
호두가 가까이 있던 수박을 들려는 찰나에 그것을 잽싸게 집어버리는 신이였다. 참고로 신이는 호두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하필이면 멀리 있는 수박을 잡을 건 뭐람. 이건 필시 호두에 대한 감정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유인이한테는
이렇게 까지 시비를 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정말 속을 모르겠다.
“호두 너 임마, 다음에 한번만 더 우리 형님 때리면 가만 안 둔다.”
제일 큰 수박조각을 호두에게 건네며 태기가 말했다. 그래도 걱정했던 태기가 호두를 괴롭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호두는 수박을 받으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런데 이 따가운 시선은 뭐란 말인가. 난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보았다. 역시나 신이였고
그는 역시나 호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왠지 좀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화가 난 것 같은 얼굴. 신이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왜 저러지? 내가 호두한테 맞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었던가?
아니야, 그게 녀석이랑 무슨 상관이겠어? 신이는 나에게서 눈을 돌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더 안 먹고.”
민규가 말했다. 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유인이도 신이를 보고 있었다. 뒤따라 일어서는 유인이.
신이에게 가려는 참인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진짜 왜 저러는 거야? 뭔가 불만이 있음 말을 하던가.
아무 말도 안하고 뚱해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휴, 몰라. 저러다가 풀리겠지. 워낙에 단순한 인간이니까.
“니 안 가봐도 되나?”
호두가 수박을 상위에 놓으며 말했다.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두는 이렇게나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데 신이 녀석은 정말이지!
“응. 쟤 원래 저러니깐,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수박을 잡히는 대로 갉아먹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목에 막히는 거야! 진짜 짜증나네!
\정원 뒤뜰.
작은 연못 위에는 녹색 나뭇잎 2개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비단 잉어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료 몇 개가 떨어지자 잉어들은 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둥근 입을 벌리고 먹이를 하나, 둘 삼키기 시작했다. 잉어들로 인해
수면에는 둥그런 나이테가 그려지고 그와 함께 남자아이의 얼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수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른 남자의 모습이
수면 위에 비쳤다. 첫 번째 남자는 쭈그려 앉아있고 두 번째 남자는 그냥 서 있었다. 전자가 신이였고 후자가 유인이다.
“나도 줘.”
손바닥을 내밀며 유인이가 말한다. 신이는 그저 연못만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입술은 열렸다.
“뭘 줘?”
“물고기 먹이.”
“너도 먹게?”
신이는 원기둥 모양의 사료 통을 유인이에게 건네주었다. 유인이는 뚜껑을 열고 대중없이 연못에 뿌리기 시작했다.
많은 양의 사료가 연못 위에 떨어졌다.
“너 미쳤어? 애들 배터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냐?”
그에 신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인이는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잉어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잉어들은 사료를 입에 넣기에 정신이 없었다.
“봐. 배고팠나봐.”
그러고는 사료를 더 뿌리려는 유인이다. 신이는 벌떡 일어나 사료 통을 빼앗았다.
“임마, 물고기란 것들은 대가리가 나빠서 지가 밥을 먹었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정말? 신기하다.”
유인이는 처음 안 사실이라며 쭈그려 앉아 더욱더 연못을 뚫어지게 봤다. 신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의 옆에 앉는다.
유인이가 주었던 사료는 점점 물에 가라앉고 있었다. 뒤뜰에도 붉게 변한 해가 저물기 시작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유인이가 입을 떼 내었다. 시선은 여전히 연못을 향해있다.
“네 눈엔 있어 보이냐?”
“없어 보여.”
“지금 장난치냐, 임마!”
암컷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수컷을 보며 유인이는 양쪽 입 꼬리를 올려 소리 없이 웃었다.
그렇게 5분간 침묵은 계속되었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 침묵을 깨는 것은 유인이었다. 초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수면을 흔들어 놓는다.
“너 개소리 좋아하지?”
신이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심하게 뜀박질한다. 유인이의 말에 반응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엉뚱한 소리야? 미쳤냐?”
“응. 너 미쳤잖아.”
“‥‥‥‥.”
신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들었다. 입에 무는 신이. 옆에 있던 유인이가 자신의 라이터를
빌려주었다. 담배 끝자락에 불이 붙고 재가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곧 신이의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숨소리와 함께‥.
“후-. 그래, 미친 거 맞나보다. 어울리지 않게 질투나 하고‥.”
연못 안의 잉어 한 쌍은 붉어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들의 꿈이 이루어질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좁은 이 연못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호수를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게 될 그 날을 말이다.
다음날.
우당탕탕 쿵탕! 아침부터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벌써 운동을 시작한 모양이다. 난 잠을 더 청하기 위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곧 다시 어두워졌다. 이불을 뒤집어 쓴 것보단 눈을 감은 것이 영향이 컸다. 아무리 어두운 동굴일지라도 눈을 감은만 못하니깐 말이다.
“야야, 그만 하래도! 형님이 아시면 큰일난다구.”
“누가 먼저 시작한거야?”
“누구긴, 신군밖에 더 있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또 나가봐야 하는 건가?
휘익-.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 보기위해 이불을 치울 수밖에 없었다. 난 두 눈을 비비며 잠옷차림(원피스식의)으로
방에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바깥의 소란은 더 크게 들려왔다. 퍽! 퍼억! 주먹질 소리였다. 그리고 엎어지는 소리와
뭔가 부서지는 소리도 겹쳐져 들렸다. 누군가 싸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난 더 빨리 걸어 현관에 다다랐다.
쾅!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면 곧 정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부하 몇 명(태기와 민규는 없었다.)과 희웅이가 보였다.
유인이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자식,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환장은 니가 했겠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심하게 몸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곧 시야에 들어왔다. 신이와 호두.
언제부터 싸운 건지 얼굴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을 싸운 듯 신이에 비해 호두가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호두였던 것이다. 도대체 왜 싸우는 거야! 보나마나, 듣나마나 신이가 먼저 시비를 걸었겠지.
이젠 정말 지치려고 그런다. 아니 이미 지쳤다. 저 녀석의 기분을 이리저리 맞춰주기엔 나 혼자 너무 역부족이다.
엎어진 호두의 위에 올라타 얼굴에 주먹을 마구 가격하는 새신‥. 보고 있자니 내 눈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이 새끼야, 그만해!!”
참다못해 내지른 고함소리에 모두들 나를 보았다. 하지만 신이의 주먹은 멈출 줄을 몰랐다. 맞고만 있던 호두가 무릎으로
신이의 복부를 찍은 후 다리를 힘껏 쳐들어 신이를 날려버렸다. 그에 엉덩이를 찍고 주저앉아버린 신이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불만 있음 다 말하라고! 내가 네 기분까지 일일이 다 맞춰줘야 하니? 처음엔 유인이를 못 괴롭혀 안달이더니,
이제는 호두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니? 한 명씩 다 상대해볼래? 아니, 내가 상대해줄까?”
신이는 나를 바라보며 그저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용솟아 오른다. 터질 것만 같다.
가슴도 터질 것 같고 머리도 터질 것만 같다. 도저히 화를 멈출 수가 없다. 난 맨 발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또 다시 큰소리를 내었다.
“나랑 싸워! 내가 상대해줄 테니까!”
나를 보던 신이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정말 나랑 싸울 생각인가보다.
좋아, 까짓것 힘으로 할 수밖에. 신이는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곧게 편 체 나를 응시했다. 신이가 말했다.
“네가 내 상대가 될 것 같냐?”
“뭐, 뭐야?”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이 놈, 저 놈 할 거 없이 다 짜증난다고. 그 중에서도 네가 제일 짜증나.
너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다. 계집애가 대장이라고 깝죽대는 꼴 더 이상 쏠려서 못 보겠다. 그냥 관둘란다.”
“뭐‥? 다시 말해봐‥ 못 들었어.”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다. 왜 이러는 걸까? 저딴 자식 그냥 포기해버리면 되는데‥ 없는 셈 치면 되는 건데‥.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지금 나에겐 숨쉴 여유조차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린 애들 전쟁놀이는 유치해서 못하겠다고. 잘해봐라, 네가 말한 그 전쟁도, 그리고 복수극도‥. 내가 없음 다 잘되겠지.”
돌아섰다.
대문을 향해 걸어가는 신이의 뒷모습. 난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숨을 죽인 체‥ 신이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잘됐어. 내가 바라던 바야. 제 발로 나가니 이처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연개소리.
쿵! 대문이 닫히고 내 심박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허무하다. 뭔가가 허전하다. 이상한 기분이다. 정원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때를 잘못 찾아온 눈앞의 안개였다.
“네가 잘못한거야.”
내 옆을 지나가며 유인이가 말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신유인이다.
내가 잘못한거라고? 내가 뭘? 난 잘못한 게 없는 걸. 다 신이 때문이야. 신이가 날 화나게 만든 거라고.
그러니 잘못은 신이가 했어. 신이가 한거야.
“누님, 괜찮아요?”
희웅이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응. 괜찮아.”
“그치만 울고 계시는데‥.”
난 희웅이의 말에 천천히 볼에 손을 가져다대보았다. 정말 촉촉한 물이 내 손끝에 만져졌다. 내가 울다니‥왜?
내가 왜 울어야 하는 거지? 내가 왜 우는 거지‥? 호두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모두들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위로조차도 없었다. 묻는 사람도 없었다.
난 얼굴에 눈물이 뒤범벅 될 동안 한참을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신아, 도대체 누가 잘못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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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이야기1□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
Third Story。 전국 고교 일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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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리랑 신이랑 잘 됫으면 좋겠어요,ㅠㅠ♡
이뎐......ㅡ_ㅡ 신이는 왜 감정을 뒤늦게 나타내는고얌 -0-;;
이른..소리양의 눈치가 너무 늦어욧!!그게 또 매력이지만,,.므흣♡아아..소리양의 마음은 신군쪽으로 다 넘어간것같은데..아쉽네요...호두군!!그래도 화이팅!!태양이 너를 위해 타오르고있어!!
호두도 좋지만,, 신이도 좋은데,, ㅠ_ㅠ♡
소설에서는항상여자주인공들의눈치가둔하드라-0-a그런고정관념깨는소설좀없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