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삶의 이야기 방을
김민정 님이 오랫동안 이끌어 온 모양이다.
김민정 님은 운영자이기도 해서
다른 분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생긴 것 같은데
대안으로 청담골 님이 거론된 상황이다.
나는 상황을 잘 모르긴 해도 추천 편에 섰는데
나는 아직 정회원이므로 회원들의 띠를 모르지만
청담골 님이 뱀띠라시니
양띠인 나의 지난 단상을 아래에 붙여본다.
나는 뱀띠가 싫었다
시골 동산 밑에서 자란 나는 읍내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무려 10 킬로미터의 신작로를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3학년 반장인 신복이가 나를 어떻게 봤는지
주산반에 들라고 강요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주산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고개를 넘을 때마다 무서워서 원망하기 일쑤였다.
그 선배가 바로 2년 위인 뱀띠였던 것인데
그래서 나는 뱀띠가 싫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배 덕분이었던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는 호산, 독산, 암산 모두 장원메달을 땄다.
중학을 졸업하고 남녀공학인 멀리의 K 사범에 진학하게 됐는데
중학 여동창인 예쁜 윤이와 함께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집에 갈 때나 방학 마치고 하숙집에 찾아들 때
어쩌다 버스정류장에서 눈 마주침만 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못났던지...
당시는 각 학교에 패권을 놓고 다투는 학생클럽들이 많았다.
나는 보호막을 찾기 위해 그랬던지
제일 세다는 Y고의 클럽회장이 든 집을 하숙집으로 정했다.
그런데 그 회장이 윤이의 근황을 자꾸 묻는 거였다.
벌써 각 학교 예쁜 여학생들의 정보를 다 꾀 차고 있었던지
식구는 어떻게 되느냐, 잘 사느냐면서 별걸 다 묻는 것이었다.
그것 참!
그 회장이 뱀띠였는데
그래서 나는 뱀띠가 싫었다고 하는 것이다.
K 사범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해 대전통신학교에 배치 받았을 때다.
얼마 있지 않아 중학교 후배인 윤민이가 배치 받아 왔다.
그러니 지극정성으로 돌봐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후배니까.
어느 크리스마스 날, 고참병들은 모두 외출하고 난 뒤에
나는 졸병 몇몇과 함께 내무반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제일 믿을 만하고 만만했던 모양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애인이 없으니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어
졸병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면회실에서 갑자기 어떤 여성이 면회 왔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래서 박수를 받으며 면회실로 막 뛰어갔는데, 야, 참!
K 사범 동창 윤이가 예쁜 여선생이 되어 떡보따리를 들고 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런데 설레던 마음도 잠시,
그 뒤에 건장한 공군소위후보생이 제복을 입고 떡 나타나
악수를 청하는 거였다.
그리곤 이등병인 나의 후배 윤민이와
그 어머니가 그 뒤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것 참!
그 공군소위후보생이 바로 나의 중학교 2년 선배 신복이었는데,
결국 나와 윤이, 윤민이, 신복이는 중학교 동문이었지만
저들은 약혼관계에 처남매형 모녀사이였고
나만 홀로였으니
그래서 또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서울에서 K 사범동창회라도 열라치면
대전에 사는 윤이는 제일 먼저 나에게 달려오곤 하니
그보다 더 반가울 순 없는 것이다.
나의 막내삼촌이 나보다 두 살 위이다.
또 중학교 때의 일이다.
교과서 값을 미리 내고 정산 후 나머지를 돌려받을 때의 일이다.
그걸 아버님께 갖다 드려야 하는데..
삼촌도 그 돈을 돌려받고는
“너 얼마 받았어?”하고 다그치는 거였다.
그래서 그 돈을 모두 내놓고
함께 비과를 사서 까먹으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달치고 이가 아파서 혼나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그 삼촌이 뱀띠였으니
그래서 나는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것이다.
나의 초등학교 동창녀들은 거의 일찍 도회로 나갔다.
그런데 한 여성만 시골에 남아있었으니
중학교도 못 들어간, 시골 훈장님의 딸로 참 곱게 생긴 순이였다.
객지에서 나돌다 시골에 내려가면 그 순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골에 남아있는 반반한 처녀들이 없었으니
순이는 자연 신데렐라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막내삼촌이 결혼한다고 기별이 왔다.
내려가 보니 신부가 바로 그 순이였던 것이다.
그것 참!
그래서 나는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가 초교 동창모임이라도 하노라면
남들이 뭐라든
나의 숙모가 된 순이는 나의 팔짱을 끼며
“조카님! 조카님!” 그러신다.
물론 이것들은 나와 뱀띠와의 우연한 인연이었지만
한 해 위 말띠와는 늘 다투고 경쟁해온 것과 달리
뱀띠 그늘에서 배우고 성장했으며
그들이 허물을 벗을 때 나도 허물을 벗는 방법도 배웠으니
나도 내 후배들에게 허물을 벗어내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며 살고 싶다.
벌써 다 지나간 이야기들이지만
때론 나도 다시 산다면 양띠가 아닌
2년 선배인 뱀띠로 살면 어떨까?
그래봐야 다시 2년 선배인 토끼띠 그늘 아래서 살아야 할 테니
이렇게 추억이나 더듬어보는 것이다.
뱀띠 청담골 님 화이팅~~^^
첫댓글 난석님 ᆢ 우리는 양방 친구이시군요
저도 양방입니다 ᆢ 더욱 반갑습니다
더욱 반갑습니다. 갑장님..
뱀애도 종류가 많지요 독사도 있고ㅇ
구렁이도 있고 살모사도 있는데
우리 청담골 회장님의 뱀은 꽃뱀이라니까요
꽃처럼 화사하고 아름답지요
그래서 꽃뱀띠는 괜찮아요 아주 좋습니다
추억의 인물들과는 비교분석이 되지를
않지요
글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그러시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뱀띠가 싫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나이 차이로 그런 인연이 었었다는 거죠.ㅎㅎ
@난석 압니다 적극적인 부정은
긍정이지요
글 재미있게 쓰십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차마두 추천도 드리고 갑니다^^
@차마두 ㅎㅎ
줄줄이 풀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
에 흠뻑 빠졌다가
나옵니다.
뱀띠생님들도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고 있을 것입
니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그럼요, 그러기에 이곳 카페에서 글로, 때론 몸으로 만나기도 하는 거죠.
뱀띠에 얽힌 선악의 인연 즐겁게 보았습니다.
나도 뱀띠지만 뱀 좋다는 사람 눈뜨고 못 봣슴다.ㅎ
뱀띠가 특별히 나쁠 이유는 없지요.
단지 나와 두살 차이로 인연이 어긋났을 뿐입니다.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ㅎ
.
난석님~
글 쓰시는 쏨씨가 넘 좋습니다
시인인 제가 보기에도요
수필가로 등단 하셔도 좋으실듯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아이구우 고맙습니다.
저도 명색이 시인이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ㅎㅎ 그런 인연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글도 나오고..ㅎㅎ
나쁜인연은 절대 아니신듯합니다..
뱀띠들과 인연을 맺으신분들과는 더욱더 친밀한? 인연으로 함께 하시는듯 한데요?
숙모도 그렇구..ㅎㅎ
잘 읽엇습니다.
맞습니다.
나쁜 인연이란 뜻은 아닙니다.ㅎ
사범학교 나오신 선생님이라 그러신지 글을 잘 쓰시니 부럽습니다
저보다 5년이나 선배님이신데 그 때는 사범학교가 있었지요
참 재미잇는 글 잘 읽었습니다
네에 저는 양띠인데 쥐띠쯤 되시는 모양이군요.
고맙습니다.
@난석 예 저 쥐띠입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선배님!
@우경(愚耕) 아이구우 배우다니요.
같이 어울리는 거지요.ㅎ
님의 구수한글에 푹~빠져 버렸습니다.
늘 건강하시고,좋은일만 가득하시길
응원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다 웃자고 해보는 소리입니다.ㅎ
ㅎㅎ 뱀띠의 일화 잼나게 보았습니다.울 마누라도 뱀띤데 천하 일색이죠.나이든 할매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이쁩니다.(내 눈꾸멍에만 이쁘게 보이나?)
행복하시겠어요.
곧 송년회가 있는데, 대동하셔도 좋겠네요.ㅎ
저는 뱀띠가 싫다해서
나는 착한 뱀인데
왜 그러실까.ㅎㅎ
훌륭한 작가시네요
스토리 전개가 막힘없이 술술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전 딸부잣집 셋째딸( 6명중)
얼굴은 사실 제일 못생겼지만
마음씨는 제일 착하다고 했지요
어릴땐 얼굴이 예뻣으면했는데
나이들고보니 모두다 똑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사는 청담골 입니다. ㅎ
마음씨 고우신 줄은 이미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새내기로 들어와 청담골님을 이곳 책임자로 추천 운운했는데요
사실 건방진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얼굴 붉히지 않는걸 보고 그렇게 알아차렸습니다.
늘 즐겁게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