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 수출의 변화
인천·평택-중국 오가는 따이공 큰 타격
중국인 대학생?주재원 구매대행 성행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대학생이나 주재원이 중국 현지인들의 의뢰를 받아 한국 상품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내주는 ‘따이공(代工, 중국보따리상)’ 수출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웨이신이나 웨이보 등 SNS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사진을 올려 홍보한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올린 제품이 마음에 들면 채팅으로 가격을 흥정한다.
결제는 결제대행서비스 플랫폼인 ‘즈푸바오’가 활용되고 있다. 구매자가 즈푸바오에 돈을 예치해 놓으면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고, 택배가 도착하면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품목과 양이 정해지면 화곡동 도매시장이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데와 물건을 공급해 준다.
중국 내 화장품 인기가 많기도 하지만 현지 가격이 워낙 비싸 따이공을 찾는 수요가 많다. 한국에서 3만원인 화장품은 중국에서 5만원에 팔리고 있다. 따이공을 통하면 2만~2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들 외에 따이공을 ‘업’으로 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평택, 인천항을 통해 중국을 드나들면서 농산물 등을 수입하고 화장품이나 IT제품 등을 수출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부정부패 척결 일환으로 해관(세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이들 따이공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따이공들은 올 들어 중국 해관의 규제가 심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관광객 구매 격감 속
중국당국 규제 강화와
현지 부정적 분위기 확산
중소업계, 어려움 호소
중국 특수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화장품 업계도 메르스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2013년(2억7800만달러) 37% 증가했고, 지난해(5억4300만달러) 95% 늘었다. 올해도 화장품 수출은 급증세는 이어갔다. 올 1~5월까지 화장품 수출은 4억1800만달러로 무려 170.8%가 증가했다.
이같은 호황에도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본토에 다수 매장을 갖춘 대기업의 경우 매출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면세점과 로드숍을 통한 판매에 매달리는 중소 화장품 업계는 해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지난해 6월 58만5031명에서 지난달 26만5295명으로 1년만에 54.6% 줄었다.
중국 현지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구매대행 해주는 ‘따이공’ 수출마저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와 메르스 여파로 줄어들면서 중국으로 간접 수출에 의존하던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과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확산 이후 한국산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온 한국산 화장품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내수침체로 인한 어려움에도 따이공을 통해 중국으로 간접 수출하면서 매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메르스 사태로 따이공 수출마저 막혀 어려움이 크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 위생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 따이공 외에는 큰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신규시장 개척도 여의치 않다. 메르스 여파로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방문을 꺼리면서 국내 수출상담회가 축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화장품 수출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따이공을 통한 수출은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어려움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창고 등을 불시에 검열하는 등 위생허가를 받지 않거나 공식 절차 없이 밀수로 들어 온 제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부정부패 척결 선언 이후 이런 분위기는 더 심화돼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길이 상당수 봉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따이공 규제가 본격적인 화장품 규제로 이어질 것으로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산 화장품의 품질을 문제 삼아 일부 제품을 반품시킨 일이 있다”면서 “따이공 규제가 한국 화장품 등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가 종식돼도 대 중국 화장품 수출길이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현재 따이공을 통한 중국 수출은 연간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구매대행 특성상 정확한 파악은 안 되고 있지만, 이중 절반 정도인 2000억원이 화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대기업 브랜드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생허가 등의 어려움으로 따이공을 통한 간접수출을 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경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