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도지 코인의 얼굴이자 숱한 인터넷 밈(meme)으로 유명세를 떨친 일본 시바 이누견 카보스가 24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영국 BBC가 견주 사토 아스코(62)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사망 원인은 백혈병과 간 질환이다. 오는 26일 지바현 나리타 시 코즈노모리 공원에서 견주와 영원히 작별할 예정이다.
사토는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쓰다듬는 동안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적으면서 카보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내 생각에 가보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견공이었다. 나 역시 가장 행복한 견주였다." 생전에 가장 좋아한 것은 군고구마. 매년 봄마다 사토 가족, 세 마리의 유기묘 출신 고양이들과 함께 죽순 캐러 가는 길을 즐겼다고 했다.
원래 강아지공장에서 버려졌으나 동물단체에 구조된 뒤 사토가 2008년 입양했다. 정확한 생일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토는 암컷인 가보스의 나이를 18세로 추정했다. 2010년 소파에 앉아 있는 카보스가 소파에 앉아 살짝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사토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 사진을 올렸는데 온라인 사진 포럼 레딧이 온세상에 퍼뜨렸고, 대학 기숙사 침실부터 오피스 이메일 체인까지 밈이 유행했다.
이 사진은 나중에 대체불가토큰(NFT)로 400만 달러에 팔렸고, 도지 코인의 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농담을 건네다 회사의 상징으로 써먹기로 했다. 도지 코인은 커다란 인기를 얻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가치가 높은 가상자산으로 성장, 시장가치가 23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은 시가 총액을 237억 달러(약 32조 4548억원)로 평가하고 있다.
힙합 스타 스눕독과 록밴드 키스의 베이시스트 진 시몬즈가 열렬하게 옹호하지만 역시 최고의 지지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였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도지 코인을 "인민의 크립토(가상화폐)"라고 찬양했다.
카보스는 2022년 말 백혈병과 간 질환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보조장비가 없으면 걸을 수 없을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지난해 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언더도지 스토리'가 제작됐다.
주인 사토는 최근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카보스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의 기도가 "보이지 않는 권능"을 발휘해 나아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지난해 머스크가 카보스의 쾌유를 기원하며 트위터 아이콘을 카보스 얼굴로 바꾸는 이벤트를 벌이자 카보스가 너무도 익숙한 듯 놀라지도 않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카보스와 그의 소파를 동상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어 사토가 밈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회사 'Own The Doge'가 크라우드펀딩 형식으로 10만 달러를 모아 지난해 11월 사쿠라 시의 한 공원에서 동상이 제막됐다. 사토와 Own The Doge는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에 100만 달러 이상을 비롯해 국제 자선단체에 훨씬 많은 돈을 기부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가상자산 단체로는 가장 많은 기부액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