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는 홍은동 백련산 밑의 88가구가 사는 빌라에 산다.
30평대의 집으로 집에서 북한산,인왕산,안산,남산,멀리 관악산도 보이고,...
바로 뒤는 산이고 옆에는 공원이 아름답고 공기도 좋고, 높은 지대에 있다보니
여름엔 앞쪽 뒷쪽으로 창문을 열면 시원하여 에어콘도 팔아버렸다.
이렇게 정다운 집을 한달여 있으면 떠나게 된다.
딸내미가 사위가 미국에 취직되어 몇년동안은 떨어져서 살기로 했는데
아이들 기르는데 아빠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졸라대어서
부담스러워 하는 남편을 설득하여 분당으로 같이 살기로 했다.
마침 좋은 조건의 집이 미금역 바로 옆에 있어서 덜컥 계약을 하고 났어도
하나님의 도움으로 우리 집도 팔리고 딸네 집을 월세를 놓게 되어 감사했다.
그런데 이 때 부터가 복잡하게 되어간다.
우리 딸이 엄마 기르는 화분 다 버리고 앨범을 비롯하여
웬만한 것은 다 버리고 오라고 성화다. 그말이 옳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삿짐센타 여직원이 가격을 정하기 위해 며칠전 우리집을 방문하였다.
나는 장도 버리고 화초도 버리고 갈 것이라고 했다.가는 집이 오피스텔이라 베란다가
없어서라고 했더니 그러니까 더욱 화초를 키우는 게 좋아고 한다.
더구나 화분들이 이렇게 잘 가꾸어져 있는데 어떻게 버리냐고 반문한다.
은근히 아내가 정성들여 가꾸는 화분을 버리는 것을 싫어하고 있던 남편이 아주
반색을 하며 좋아한다. 또 장들도 버리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짐들과 묵은
짐들이 쏟아져 나오니 한차로는 안되고 2.5톤 짜리 차도 추가하고 사람도 기존 외에
남자 1명 여자1명을 추가하여 150만원이라고 한다. 한 칠 팔십만원이면 되겠지 했더니
너무 많다고 하니까 10만원 깍아서 140에 하기로 정했다.
그랬더니 그 소식을 들은 딸이 자기 집은 70만원에 가격을 정했는데,...너무 비싸다고
다 버리고 한차로 갈 수 있도록 다버리라고 전화를했다.
나도 은근히 그 직원에게 당한 것 같아서 화초들은 교회에도 갖다놓고 교우들에게도
주고 해서 없애자고 하면서 쌓여 있는 앨범들도 웬만한 것은 버리기로 작정해서
남편에게 의논했더니 별로 좋아하지를 않았다. 그래도 내 의견대로 하기로 마음을정했다.
남편이 밤 11시가 되었는데 들어와서 제일 궁금한 이삿짐 센타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짜증을 내었다. 왜 모든 것을 그렇게 쉽게 버릴려고 그러냐! 앨범도 화초도
가져가고 140을 130에 깍아준다니 그런줄 알라고 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내가 친정집에서 결혼초에 신혼집 앞에서 찍은 나와 친정동생들이
찍힌 사진 2장을 가져 온 것을 장식장에 꽂아놓은 것 얼마나좋으냐고,...
왜 딸 말만 듣고 내 말은 안 듣느냐고 피곤해 했다.
그래도 딸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기만 했다.
내가 중학교 들어 갈때 우수한 성적이라고 받은 은스픈셋트를 정성드려 간직했는데
이것이 새까맣게 변해서 내눈에 띠었다.부담스럽기만 한 은수저들과 함께 이것도 팔아 버릴까
생각을 하면서 치약으로 닦았더니 예쁘게 반짝이면서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필요 없다고 알알이 맺힌 추억들을 도매금으로 버릴려고 했던 내 단순한 마음도 들어나면서~~~
옛 것에 정을 주고 정성들여 아내가 가꾼 것을 소중히 여기는 남편의 속 깊음도.
가만히 생각하니 집을 보러 온 사람마다 우리 집을 좋아했다. 그리고 화초를 보고 하나같이 다 좋아했다.
항상 바쁜 우리 딸 말고는.^^
그래 식물들을 가지고 가서 우리 외손자들에게도 화초들를 좋아하는 마음도 키워보자고.
첫댓글 깊은 이해와 배려-- 고맙습니다^^
과거를 버리는것은 미래를 버리는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