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묵자."꿈 속인지 생시인지 남편의 말이 귀에 아슴프레 들렸다.
피곤해서 잠시 누워있다는 것이 그만 까무룩 잠이 든 모양이다.
급히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었더니 왼쪽 종아리부터 발가락까지 쥐가 나서 단단하게 뭉쳐서 너무 아프다. 두 손으로 주물러도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
한참을 버둥대다 겨우 일어나 국 데우고 상을 차렸다.
설 준비하느라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혼자 밥 차려먹어도 될 것을 꼭 자는 사람을 깨워야 했을까?
속으로 참 야속해서 개운하지 않은 다리처럼 속마음도 부글부글 끓는다.
경상도의 완고한 가부장의 넘치는 자존심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같이 나이 먹어가는데 서로 도와주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가 아플 때 설거지 몇 번 해준 게 다였다.
바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게 좀 뭣하지만, 이럴 경우 밥상 차려놓고 같이 먹자고 깨울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에 이런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난다면 아마도 그다음 날 아침엔 해가 서쪽에서 뜰 것이다.
너무 피곤하니 밥 생각도 없어 혼자 먹으라고 밥상을 차려주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는 기척에 치우려고 나갔다.
김치통과 시금치나물 접시를 한 손에 들고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접시가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접시는 몇 조각으로 깨지고 나물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깨진 접시보다 설 대목장에서 평소보다 2배나 주고 산 비싼 시금치나물이 너무 아깝다.
안방에서 문을 열고 나온 남편이
"한 개씩 해라 한 개씩..."
가만히나 있으면 밉지나 않지...
나이 드니 신경이 둔해져 동작이 굼떠서 자주 떨어뜨리고 깬다.
자기가 먹은 것 자기가 좀 챙겨 넣어주면 좋으련만, 아이처럼 차려줘야 먹고 또 치워줘야 한다.
하필 부엌 바닥이 타일이라서 떨어뜨렸다 하면 그냥 박살이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으니 괜히 어문 데다 핑곗거리를 찾는다.
이래서 내가 벌받은 걸까?
첫댓글 우리시대 부부의 대표적인 본보기인데 지금 와서 섭섭한 마음 가지면 내 속만 상해요.그러려니 하고 참아야지.영택님 가고나니 눈흘기고 속상해 할일도 없더이다. 사는것이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것도 견디기 힘들어요.ㅋㅋ
팔순인 남편이 건강도 안 좋아 많이 봐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지낼 수 있으려나를 생각하면서요.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니 제가 먼저 갈 수도 있겠지만요.
이제 남은 세월은 큰 애기 키우듯이 닦아주고 챙겨주고 이해심이 180도로 변할겁니다
앞으로는 가정에 편안함이 가득 채워질겁니다
나이드니 아이 같아지더군요.
앞으로 얼마나 함께 지낼 수 있겠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우리집 영감 신문 줏어 들어오는 것도 잊어버리고 딸이 병원에 입웒헸으니시세끼 차리느라 죽겠구만
다깥이 늙어가는 마당에
설빔 들어온 빈상자 한개라도 들어줬으면 하는데 그 많은 걸 들고가는 날 쳐다만 보고있는 영감 야속해.
남자들은 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이기적이지요.
언니, 우짜든동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