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양곡법 개정안 왜곡·근거 오류”…당정 “깊은 논의·과학적 결과”
입력 : 2023-04-13 16:39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412500542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여야 ‘양곡법 거부권’ 놓고 공방 총리 담화 내용 신경전 민 “생산조정 법제화 왜 뺐나” 국 “의무매입땐 작물 안바꿔”근거자료 도마에 민 “단수 등 부풀린 수치 적용” 국 “전문가 말 못믿으면 어쩌나”
국민의힘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상임위원회 일정마저 단독으로 정했다고 규탄했다. 앞서 3일 민주당은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했다. 김병진 기자
‘여야 합의 무시한 (야당의) 상임위 일방 운영 규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농민 배신, 식량주권 포기.’
여야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부터 서로를 규탄하는 팻말을 자리에 내걸고 신경전을 벌였다. 회의에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왜곡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야당과 이를 반박하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이에 강대강 전선이 형성됐다.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는 자정 무렵 회의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정부·여당 왜곡 보고로 거부권 건의”=야당은 정부·여당이 개정안을 왜곡해 대통령 거부권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거부권 행사 요청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개정안의 한 축인 ‘생산조정 법제화’는 빼놓고 ‘남는 쌀을 영구히 무제한 매입하는 법’이라고 표현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총리 담화의 가장 큰 문제는 논 타작물재배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빼먹었다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의무 매입 원칙이 있으면 쌀농가가 타작물 전환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면서 “중국에서 2012년 (쌀) 최저수매가격제 시행으로 (농가가 벼 재배로 몰리며) 생산량과 재고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 역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논 타작물재배 효과가 완전히 상쇄된다”면서 “정부는 개정안을 심도 있게 여러차례 논의했고 구체적으로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국회를 최종 통과한 수정안이 시장격리에 대한 정부 재량권을 크게 확대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은 “수정안에는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정부 매입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새롭게 담겼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법이 그렇다고 한들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현실성이 없는 규정”이라고 맞받아쳤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역시 “쌀 공급과잉 기조에서 쌀값이 떨어지는데 벼 재배면적이 앞으로 늘어나는 건 어렵다”면서 “재배면적이 늘면 시장격리를 안해도 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재량권을 주고 정부에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농민배신’과 ‘식량주권 포기’로 규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등 대정부 공세를 이어갔다. 김병진 기자
◆거부권 근거 연구자료 도마에=야당은 거부권 요청의 주요 근거로 활용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잘못됐다고 봤다.
농경연은 시장격리 의무화를 담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2030년엔 쌀 초과공급량이 63만t으로 늘어나고, 이를 시장격리하는 데 연간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농경연은 2030년 쌀 초과공급량을 도출하면서 (10a당) 553㎏의 단수를 적용했는데, 2018년 이후 평년 단수가 518㎏에 불과한 점에 비추면 터무니없이 부풀린 수치”라고 주장했다.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쌀 초과공급량을 과다 계상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경연은 “2003∼2010년 평균 단수가 489㎏, 2013∼2021년은 520㎏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공공비축미 품종(에서 다수확 품종)을 제한하기 전인 2015년과 2016년에 이미 현장에선 540㎏대의 단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농경연의 해명에도 연구 결과의 신빙성에 대한 야당 공세가 이어지자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정치가 과학을 이기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기는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달곤 의원(경남 창원진해)도 “연구 모델은 굉장히 복잡하고 민감하게 설계됐다”면서 “전문가 말을 못 믿겠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거부권 행사 근거인 ‘농민단체의 반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정부는 45개 단체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낙농·육우·오리 등 쌀과 관련 없는 단체가 상당수 포함됐다”면서 “더욱이 중앙의 단체장이 반대할 뿐 현장에선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농민단체장 의견을 해당 단체의 의견으로 보는 게 정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