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서한
1
끝내 빈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 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 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 양식
3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 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 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 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켜질
그대 창문의 등불 빛
한 초롱.
나 태 주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철길 따라서
가는 가을을 바라 봅니다
이 가을 속에서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