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火山] 1,040m 강원 태백
산줄기 : 백두대간
들머리 : 태백시 화전동 초막골 삼거리
위 치 강원 태백시 삼수동
높 이 1040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물의 나라에 불꽃처럼 솟은... 태백 화산
크고 맑은 뫼. 태백은 산, 물, 불의 나라다. 태백산, 함백산, 매봉산, 구봉산, 덕항산을 경유하는 백두대간과 매봉산에서 백병산, 면산으로 흐르는 낙동정맥이 에두른 함지덕 안에 산과 봉을 대략 들추어도 백 여개나 된다.
백두산에는 하늘못(天池)이 있듯이, 태백은 은하수못(潢池)이 있고 낙동강, 한강, 오십천의 물뿌리가 되는 물의 나라다. 땅속에는 검은 황금 무연탄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 전국 무연탄의 30%를 책임져 한 해에 5백70만톤을 생산, 나라를 부강하게 하였고 국민들을 등 따숩고 배부르게 한 검은 불덩어리 무연탄은, 이제는 후손들을 위해 땅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화산(火山. 1,040m)은 풍수에서 화산에 해당되고 옛날 화전을 많이 일궈 산불이 자주 나던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화산은 백두대간상의 은대봉(1,442.3m)에서 동으로 가지를 뻗은 지맥이 태백시 중앙에 이르러 불꽃처럼 솟은 산이다.
눈발이 은은히 날리는 새해 아침. 취재팀은 화산 산행 들머리가 되는 38번 국도변의 초막삼거리에 모였다.
초막의 지명유래는 효자와 충신이 살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구한말 이화춘, 이영희 부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초막(草幕)을 치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한 효자였다.또 고종과 순종 임금이 승하하신 때에도 초막을 치고 3년을 매월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에 한양을 향하여 통곡 분향 재배하였다. 그후 이 마을을 초막이라 부른다.
바람에 쓰러질 것도 같고 금방 폭삭 주저앉을 것만 같은 기우뚱한 초막 대구머리집(초막 막국수) 건물을 옆에 끼고, 38번 국도를 버리고, 오전 9시10분 북서쪽으로 휑하니 뚫린 초막골로 들어선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화산 정상이 지척에 보일텐데 눈송이 덕에 가뭇하기만 하다.
까만 개울가에 늘어선 허름한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 울긋불긋한 일행을 향해 악다구니로 짖어댄다. 눈길을 주기만 하여도 더 극성맞다. 조용히 두번째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니 집들도 없는 적막강산이다. 길도 물도 산도 검다. 탄을 캔 산사면을 아카시아 나무로 조림하고, 길 양켠으로는 오리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았다. 나무 덕분에 흉물스러운 모습이 다소나마 감추어졌다.
'세곡농장' 푯말이 보이는 삼거리다. 오른쪽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니 곧 태백선 열차가 지나는 쌍굴다리다. 한쪽은 계곡물이 흐르게 되어 있고 나머지는 차나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굴안은 웅웅 떠드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길바닥은 질척거리는 빙판이다. 조심히 빠져 나와 큰골과의 합수점에서 휴식을 하고 있으려니, 취재팀 한명이 헐레벌떡 쫓아와 반갑게 합세한다.
지금은 집도 사람도 없는 이 골짜기에도 석탄이 한창 쏟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탄을 가득 실은 트럭, 굴속에서 발파하는 소리, 광부들이 검은 얼굴에 헬맷을 쓰고 떠들썩하였을 이 길에 옛 영화는 어디가고 칼바람에 눈송이만 날린다.
탄을 실어 나르던 광산 길을 계속 따라 계곡으로 들어가니 삼거리다. 곧장 계류를 끼고 가는 곳에는 바리케이트가 있고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며, 광산도로는 화산 정상쪽의 사원동으로 올라가 버린다. 지형도에 '사원동'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는데 원래는 '상운동'이다. 일설에 태백에는 여덟 곳의 명당이 있는데 그중 상서로운 구름이 태양과 만나다는 형국, 상운봉일형(祥雲奉日形) 터가 있다는 곳이다.
바리케이트가 있는 곳으로 직진하니 저탄장이었던 장소에 아직도 폐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탄더미에 올라가 보기도 하며 놀며 쉬며 들머리에서 55분쯤 걸었을까. 마지막 계곡의 합수점의 발머리에 묘가 보이는 고랭지 채소밭이 일행을 반긴다.
이후부터는 광산도로도 없다. 사람이 전혀 다닌 흔적이 없는 계곡 숲속으로 올라가니 다래덩굴이 서로 엉켜 있다. 썩은나무토막에는 각종 버섯이 즐비하다. 양사면으로는 소나무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하늘에서는 햇볕이 비추며 눈이 온다.
고랭지 채소밭을 떠나 골짜기를 들어 30분쯤에 은대봉에서 화산으로 뻗은 능선에 닿는다. 바람이 쏴아 이마의 땀방울을 날려보내고 금대봉, 은대봉 아랫도리를 파먹었던 광산들의 잔해가 시야에 먼저 들어오고, 발아래 저만치 추전역과 정암터널이 그림 같다.
추전역은 태백시 안에 8개의 기차역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855m)에 위치한 역으로 1973년 10월16일 태백선 철도 개통과 함께 탄생했다.승객은 가뭄에 콩나듯 하고 주로 무연탄을 전국으로 수송하던 역인데 요즈음 눈꽃열차가 정차하여 명소가 되었다. 또한 역사에서 서쪽으로 500m 지점에 있는 정암터널은 태백시 16개의 기차 터널중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4,505m) 터널이다. 이 굴을 뚫는데 4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태백에는 ~많다, ~크다, ~높다, ~길다 등 모두 전국 최고만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나라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에 무엇이든지 이곳에 놓아두기만 하여도 모두 최고가 되는 셈이다.
주릉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꺾어 나아가니 화산 정상의 방위각이 90도다.눈송이는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백두대간도 타원형을 그리며 시야에서 멀어질 줄 모르다. 어린 소나무 잎새가 유난히 푸르른 능선 길이다. 전망 좋은 바위턱을 지나니 헬기장이다.
잠시 내려서 잘루목 '박달고디'(고개)에 이르니 오가던 길손이 던져 놓은 돌무더기 국시당(캐른)이 옛날을 말해주고 있다. 박달고디를 가로질러 주능선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오른다. 길은 없다. 마른 나뭇가지를 뚝뚝 꺾어 손등에 허연 자국이 생기며 15분쯤 헤쳐가니 추전역으로 넘어가던 페허된 광산길이 나타난다. 길을 가로질러 잠시 오르니 잡목에 둘러싸인 화산 정상이다. 오직 동쪽 아래 묘1기가 넓게 터를 잡은 것이 표석 아닌 표석이 되겠다.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이 좋다. 서,북,동으로 하백,은대,금대,비단,천의 겉은 봉들이 길게 병풍을 둘러 하늘과 맞닿았고, 남쪽은 골짜기를 따라 어렵사리 터를 잡은 태백 시가지의 건물들이 보인다.
정상으로 오르며 채취한 운지버섯을 끓여 열 한명의 산꾼들이 배부르도록 실컷 마신다. 눈은 그쳤다. 하산은 들머리쪽으로 뻗은 남릉을 따른다. 지하에 거미줄 같은 갱도가 무너져 생긴 지형이다. 땅이 주름살처럼 갈라져 있고 아예 함몰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뻥하니 시커먼 입을 벌린 곳도 있다. 여기다 짐승을 잡으려고 설치한 올무까지 보인다. 지뢰밭을 지나듯 일렬로 조심하며 20여분 내려선 안부에서 위험한 능선 길을 포기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숲은 끝났다. 밟으니 주르르 흘러내리는 석탄 폐석더미다. 백두대간의 산 그림자가 서서히 초막골을 드리우고 있다. 검은 흙더미와 같이 15분을 쏟아지듯 내려서니 처음 휴식하였던 초막골과 큰골의 합수점 광산도로다. 25분쯤 소요, 들머리 초막삼거리에 도착, 뒤를 돌아보니 저녁노을이 화산에 불을 놓고 있다.
*산행길잡이
태백에서 고한, 사북을 잇는 38번 국도가 두문동재(일명 싸리재)에 오르기 전 초막 삼거리 초막 대구머리집이 산행들머리다. 서쪽 초막골의 광산도로를 따라 콘크리트 다리를 2개 건너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세번째 다리를 건너 굴다리를 빠져나가면 큰골의 합수점이다. 들머리에서 30분 거리다.
큰골로 들어가는 입구 계곡에 건너기 쉽게 줄을 매어 놓았다. 큰골의 물은 오염원이 전혀 없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광산도로를 직진, 15분쯤에 바리케이트가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도 그대로 직진 석탄더미를 보면 길도 끝나고 밭이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 숲터널을 30분쯤 걸으면 주릉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주릉을 따라 1시간 15분쯤에 정상이 있다. 남릉으로 하산할 때 땅이 꺼진 구덩이를 조심해야 한다. 자일로 서로 확보하면 안전한 산행이 되겠다.
초막 삼거리를 떠나 원점회귀 산행하는 총소요 시간은 3시간 30분쯤 걸린다.
*교통
청량리역(02-966-7788)에서 태백선 열차 이용하여 태백역(0395-553-7788)에 하차. 22:00, 08:00, 10:00, 12:00, 14:00, 17:00. 주말열차는 06:24, 23:00에 있고, 영주역 17:40, 제천역 06:40에 있다. 주말열차는 대전에서 07:40, 광주에서 17:40에 있다.
강릉역에서 04:00, 06:50, 09:00. 10:45, 14:00, 16:00, 주말열차는 13:40, 16:35, 13:10, 05:45, 14:31에 있다.
태백역 앞 시외,시내버스터미널(0395-552-3100, 3300)에서 용연동굴행 시내버스, 하루 22회 왕복운행. 07:00부터 21:23까지 있다. 초막삼거리 앞에서 하차한다.
*잘 데와 먹을 데
태백시에는 장급 여관이 많아,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숙박에 어려움이 없다. 초막대구머리집(0395-553-3201)에서 매식을 하면 10여명 정도의 인원은 무료로 숙박할 수 있고 태백부근의 산행정보도 얻을 수 있다. 또 돌솥밥 전문 영빈관(0395-553-8510)도 있다.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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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